올해 들어 더 심각해진 환율 전운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노골적인 엔저 유도에 대해 유럽이 속속 견제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보복을 경고하라"고 압박했다.
그럼에도, 일본 고위 당국자는 "과다한 엔고가 여전히 시정되는 과정"이라고 반박해 엔저 기조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블룸버그는 선진국 간의 이런 노골적인 마찰 속에 신흥국도 자구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면서 자칫 전방위 환율 전쟁이 촉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독일 재무장관, 아베 정책 정면 공격=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7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연방하원에서 연설하면서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비판했다.
쇼이블레는 "나는 일본 새 정부의 정책을 매우 우려한다"면서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국제 금융시장에 유동성 과잉을 가져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은 그간 미국과 유럽의 잇따른 양적 완화를 비판해왔다.
쇼이블레는 이어 "부채 문제가 위기를 겪는 유로 지역에만 국한해 있지는 않다"면서 "영국과 미국은 상황이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통화 전쟁 경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계 통화 전쟁 가능성을 경고했다.
라가르드는 "나는 그것이 통화 쪽이 됐던 뭐든 간에 전쟁은 혐오한다"면서 "(수출 촉진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력히 밝혀왔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인위적인 통화 가치 하락이 "IMF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 자동차 업계, 오바마에 엔저 강경 대응 촉구= 미국 자동차 '빅 3'의 이익을 대변하는 싱크탱크인 전미 자동차정책위원회(AAPC)의 매트 블런트 회장은 17일 성명을 내어 아베 정권이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일본의 과다한 엔저가 주요 교역국의 희생을 가져오는 것이라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경고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일본이 바로잡지 않으면 "상응하는 보복이 가해질 것임을 경고하라"고 덧붙였다.
AAPC는 이와 관련,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지난해 4분기에 근 11.3% 떨어졌으며 올해 들어서도 2.1% 추가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자동차와 부품 교역에서 지난해 일본에 5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도 위원회는 상기시켰다.
◇ 신흥국, 살길 찾기 부심= 블룸버그는 17일 선진국 간 환율 마찰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신흥국이 자구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은 달러에 대한 바트화 가치가 이날 17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해 키티랏 나-라농 재무장관이 경고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태국 외에 한국, 대만 및 필리핀도 선진국발 통화 절상 압박이 심각하다.
ING 그룹의 싱가포르 소재 아시아 리처치 책임자 팀 콘돈은 17일 낸 보고서에서 "한국과 필리핀이 짙어지는 통화 전운의 아시아 전면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통화 전쟁이 본격화되면) 피비린내가 날 것"이라면서 "핫머니의 공격을 고려할 때 한국과 필리핀의 금리가 너무 높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필리핀의 기본 금리가 각각 2.75%와 3.5%임을 상기시켰다.
이밖에 칠레, 멕시코, 코스타리카, 루마니아 및 헝가리도 통화 가치 상승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 일본 재정상 "엔고 여전히 시정 중"= 아마리 아키라 (甘利明) 경제재정·경제재생 담당상은 18일 자 월스트리트 저널 회견에서 "나는 과다한 엔고가 여전히 시정되고 있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마리의 발언은 전날 뉴욕 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90을 넘어 90.14를 기록한 데 뒤이어 나왔다. 엔ㆍ달러 환율이 90을 넘어선 것은 2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아마리는 자신이 앞서 엔ㆍ달러 '목표 환율'로 100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도된 것도 부인했다.
그는 "엔 가치가 세자릿수(환율 100을 의미)로 떨어지는 것이 과다하며 이것이 일본인의 살림살이를 힘들게 한다"고 앞서 발언한 것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내 발언을) 잘못 해석했다"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아마리는 저널 회견에서 "환율이 궁극적으로 `중립적 기조(middle ground)'에서 안정되길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이 표현은 환율이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하면서 물가도 위협하지 않는 수준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마리는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리는 저널에 "(엔ㆍ달러) 환율 100이 전환점이라고 결코 말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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