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일본'이 '주식회사 한국'의 희생을 딛고 회복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8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도쿄와 서울의 분석가들을 인용해 일본 자동차 업계가 특히 엔저 덕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면서 그 효과가 오는 4월 시작되는 일본의 새 회계연도 후반에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본 전자업계에는 "엔저가 너무 늦게 왔으며 실질적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삼성전자 등에 의한 충격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쿄 소재 헤지펀드 자문사인 미요조 애셋 매니지먼트의 기구치 마코토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일본) 자동차 업계가 엔저(低)의 전면적 혜택을 누리는 산업의 하나"라면서 "그 효과가 새 회계연도에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구치는 "엔 약세가 순풍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저 효과가 현 회계연도에 가시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새 회계연도 하반기에는 (일본 경제 전반의) 회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이 15개월 전만 해도 지극히 비관적이었으나 이달 들어 "엔 환율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음을 블룸버그는 상기시켰다.
도요다 사장은 당시 엔ㆍ달러 환율이 전후 기록인 75.35까지 주저앉은 상황에서 엔고가 이 추세로 이어지면 일본 자동차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주 뉴욕에서 90.91에 거래가 마감됐다.
이로써 11주 연속 상승했다.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지난달에만 6.8% 하락했다.
블룸버그가 24명의 분석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도요타는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현 회계연도에 순익이 8천907억 엔(근 10조 5천6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새 회계연도에는 더 늘어나 1조 1천700억 엔으로 예상됐다.
도요타에 의하면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연간 영업 수익이 350억엔 늘어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메릴 린치의 도쿄 소재 자동차 산업 분석가 나카니시 다카키도 블룸버그에 일본 자동차 산업의 "수익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그는 엔ㆍ달러 환율이 90대를 유지하면 일본 자동차 산업의 영업 수익 상승률이 기록적인 8.4%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반면, 한국은 4년여 지속한 환율 효과가 종식되면서 충격이 지대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로버트 리 IR 책임자는 지난 25일 분석가 회동에서 "원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 수익이 3천6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는 원고(高)로 인한 올해 수익 감소를 3조 원 이상으로 전망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그는 달러보다는 유로와 위안 및 브라질 헤알화에 대한 원화 강세를 더 우려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현대차의 이원희 투자책임자(CFO)도 지난 24일 전화 회의에서 원화 강세의 충격이 올 하반기에 심화할 것으로 우려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이 엔저를 발판으로 우리와 특히 경쟁이 심한 호주와 러시아 등에서 유리한 입지에 설 것"이라면서 "이 추세가 계속되면 우리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전문가를 상대로 조사한 중간치 기준으로 원ㆍ달러 환율은 올해 1,025에 마감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주말 마감 수준인 1,074.05보다 크게 낮다.
그만큼 원화 강세가 심화할 것이란 얘기다.
연말까지 원ㆍ달러 환율이 이 수준에 이르면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치가 가장 크게 뛰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BOA 메릴 린치는 지난 22일 자 보고서에서 "한국 제조업이 그간 누려온 (환율상의) 구조적 유리함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 전자업계는 상황이 다르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삼성전자 등의 경쟁에 워낙 크게 밀려 있기 때문에 엔저 효과가 "너무 늦게 왔고 또 미약하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소니의 조지 보이드 대변인도 엔ㆍ달러 환율이 이제는 회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시인했다. 그는 엔ㆍ달러 환율이 1엔 바뀔 때마다 연간 수익이 60억 엔 움직인다고 말했으나 더 구체적으로는 설명하지 않았다.
씨티 그룹의 에자와 고타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일본 전자업계가 "엔저 덕택에 삼성전자에 잠식됐던 시장 점유율을 (소폭)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무너진) 소니의 TV 부문 회생을 지금 얘기하는 것은 공허하다"고 강조했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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