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측정기 없이 이뤄진 음주측정요구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닌 만큼 이를 거부한 행위도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김인겸 부장판산)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오모(43)씨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검사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오씨는 지난해 4월15일 오후 9시30분께 춘천시 퇴계동의 한 모텔 앞 도로에서 후진 중 스타렉스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피해 차량은 공교롭게도 형사기동대 승합차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은 오씨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나고 비틀거리자 그 자리에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음주측정기를 가져 오지 않은 실수로 음주 측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오씨에게 지구대까지 임의 동행을 요구했으나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며 불응하자, 출동 경찰관 4명은 오씨의 팔과 허리를 잡고 강제로 순찰차에 태워 연행했다. 결국, 오씨는 경찰관의 계속된 음주측정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음주측정 요구는 호흡측정기가 있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음주측정기 없이 이뤄진 요구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되지 않은 피의자를 강제 연행한 위법이 있었고, 위법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거부죄는 처벌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
출처-연합뉴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연합뉴스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