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컨셉트(Concept)를 찾아보면 '개념, 시작단계' 등으로 풀이돼 있다. 쉽게 보면 '특정 개념을 담은 시작단계의 그 어떤 것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컨셉트 뒤에 '카(Car)'를 붙이면 '특정 개념을 담은 시작단계의 자동차'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컨셉트카를 흔히 '미래의 자동차'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 소비자들이 어떤 차를 타게 될 지 현재에 가늠해 보는 게 바로 컨셉트카인 셈이다. <편집자주>
해마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모터쇼는 언제나 컨셉트카의 등장으로 활기가 넘쳐난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에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와 3월에 열릴 스위스 제네바모터쇼 등 굵직한 자동차박람회에서 컨셉트카는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거나 받을 예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컨셉트카는 언제나 '최초 공개'라는 타이틀을 걸친 채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다 컨셉트카를 보면 향후 자동차 트렌드를 한 눈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컨셉트카를 모터쇼의 꽃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연간 출시되는 컨셉트카는 과연 몇 대나 될까. 제아무리 자동차 전문가라도 이런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연중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열리는 모터쇼를 모두 둘러보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알려지지 않은 모터쇼만도 수 십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컨셉트카의 등장이 반드시 모터쇼만 통하는 것도 아니어서 전 세계 모든 컨셉트카를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 자동차회사가 특정 모터쇼에 집중적으로 컨셉트카를 등장시켜 세계인의 이목을 끌어 당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컨셉트카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최근 등장하는 컨셉트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첨단 저공해 또는 무공해자동차이고, 두 번째는 소형 SUV 쿠페, 마지막 세 번째는 인공지능형 자동차가 그것이다. 여기에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이른바 어드밴스드(Advanced) 자동차도 컨셉트카로 등장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지난 1월 북미국제오토쇼에 등장한 포드 캐딜락 ELR 전기차 컨셉트, 지난해 파리모터쇼에 등장한 인피니티 전기차 컨셉트 이머지E 등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 자동차다. 회사마다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 될 무공해 연료전지자동차 개발에 앞 다퉈 가세해 시장 선점의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셈이다.
요즘은 수소연료전지차 컨셉트카의 등장이 대세로 자리하는 중이다. 단순히 무공해로 동력을 얻겠다는 의지 뿐 아니라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는, 쉽게 보면 무선 시스템으로 연결돼 모양도 쉽게 바꿀 수 있다. 무선 혁명으로 휴대용 스마트기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듯 자동차도 무선이 되면 취향에 따라 운전석을 좌에서 우로 이동시킬 수 있고, 주말에는 오픈카로 변환시킬 수도 있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오는 변신 로봇이 자동차에도 적용될 수 있는 셈이다.
첨단 저공해 또는 무공해 자동차 외에 최근에는 세단형 승용차와 SUV, 그리고 스포츠쿠페의 성격을 적절히 뒤섞은 크로스오버(Crossover) 성격의 컨셉트 자동차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승용차와 화물차의 혼합, 오토바이와 소형승용차의 결합 등 인간의 욕구가 다양화하면서 자동차 또한 성격이 무한대로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복고풍이라고 불리는 레트로(Retro) 바람이 불면서 과거와 미래의 조합도 넘쳐나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가까운 미래에는 자동차의 성격 규정 자체가 애매한 시대가 올 지도 모를 일이다. 세단도 아니고, 그렇다고 SUV도 아닌 제3의 자동차가 거리 위를 누비게 된다는 뜻이다.
첨단소재의 지속적인 개발도 컨셉트카 출현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2006년 폭스바겐이 내보였던 나노 스파이더 컨셉트카(Nanospyder Concept Car)는 나노테크놀러지를 핵심기술로 사용하고, 수소 연료와 태양열 에너지로 작동하는 원리가 접목된 차로 주목받았다. 0.5㎜ 이하의 소립자 나노 장치 수십 억개를 격자로 엮어 만들어지는데, 프로그램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외부충격을 받으면 차체가 부풀어 올라 충격흡수장치가 되기도 한다. 차세대 첨단자동차로 시선을 끌어들인 혼다 FCX는 공간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인스트루먼트 판넬과 실내 온도를 빛으로 알리는 인터액티브 플로어, 생체인증 드라이빙 유닛, 시선 입력 스위치 등 첨단 신기술들이 적용된 미래형 컨셉트카다.
▲과거와 미래의 조화
컨셉트카 세계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디자인이다. 첨단 기술 및 새로운 개념 정립과 함께 떠오르는 미래형 디자인은 보는 사람의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날카로운 모습으로 미래의 첨단 도시 이미지를 풍기는가 하면 풍만한 곡선으로 유려함을 은근히 내세우기도 한다. 몇 년 전 등장했던 벤츠 오션드라이브 컨셉트는 대형 컨버터블의 웅장함을 차분히 드러냈고, 짚 트레일호크 컨셉트도 SUV 특유의 단단함과 안정감을 최대한 부각시키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사항은 컨셉트카의 디자인에 과학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멋지고,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공기저항의 최소화와 소재 변화를 통한 중량 감소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이 담겨 있다. 스타일도 첨단이지만 디자인과학도 첨단이 되지 않으면 컨셉트카 세계에선 그야말로 외면(?)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컨셉트카의 모습 그대로 양산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관람객 반응에 따라 생산여부가 결정되지만 컨셉트카의 경우 보여지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 탓에 실제 생산에 들어가면 비용적인 측면을 이유로 화려했던 외모는 조금씩 다듬어지기 시작한다. 이와 달리 양산을 계획했다가 관람객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계획 자체가 사라지는 일도 다반사다.
간혹 내놓을 차가 없어 급하게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무대에 올렸지만 관심이 집중돼 새롭게 양산 계획이 수립되기도 한다. 실제 현대자동차 싼타페는 마땅한 출품작이 없어 고민하던 현대차가 급조한 쇼카(Show Car)였는데, 관람객들의 희망에 따라 대량생산으로 이어진 경우다. 하지만 컨셉트카와 대량생산된 차의 모습이 상당히 달라 오히려 크게 실망한 사람도 적지 않다.
사실 컨셉트카는 화려함으로 치장돼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자동차기술의 축적, 미래 소비트렌드 예측 등 수 많은 연구와 조사 결과가 반영된다. 컨셉트카를 '미래형 자동차'로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다. 따라서 컨셉트카 세계에선 과거 볼보 YCC처럼 여성들만이 개발에 참여해 '여성들만을 위한 차'가 나오기도 하고, 오토바이와 자동차 혼합형태의 운송수단이 등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화성이나 달나라에서 달릴 수 있는 자동차가 전시되기도 한다. 공상이 과학을 통해 현실로 변하는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미래가 끊이지 않는 한 컨셉트카 또한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우리의 생활 속 깊이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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