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9월 9일 일요일. 조선 총독부 앞에 게양된 일장기가 내려가고 성조기가 게양됩니다. 그리고, 그날 미국 태평양 함대 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는 조선 인민에게 고함이라는 포고령을 발표합니다. (맥아더 포고령) 지난 8월 15일 일본의 패망과 함께 조선반도에도 해방의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30년이 넘는 일제의 압제 속에서 해방을 맞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조선 총독부에 걸린 일장기를 끌어내리지 못합니다. 왜? 일장기는 미군인의 손에서 내려졌으며 왜? 성조기가 조선 총독부에 게양되었을까요? 태극기는 어디 간 것일까요?
1945년 8월 초 조선 총독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는 일제의 패망이 확실해지자 조선 내 일본인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 일본과 협력할 수 있는 신망 있는 민족 지도자를 물색합니다. 그리고, 8월 15일 오전 8시 온건좌파 성향의 독립운동가 여운형(呂運亨)을 만나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일본인의 생명과 재산보호 등을 요청합니다. 여운형은 패망한 일본군이 철수하기 전에 조선인들을 마구 학살하거나 조선 민중 내부에서 친일파에 대한 마구잡이식 보복 살인으로 사회 혼란이 일어나는 사태를 우려해서 조선 총독부와 치안 유지, 간섭 배제 등 5개 조항에 합의하고 독립운동 단체 '건국동맹'을 모체로 하는 '건국준비위원회(건준)'를 출범 시킵니다. 건준은 8월 말까지 전국에 140여 개 지부가 설립했으며 국가 자치를 위한 3대 강령을 제시하는 등 활발한 건국 준비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건준은 당시 미군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해체되었으며 맥아더 사령관은 전체 6개 조항의 포고령을 9월 9일 발표합니다. 이 맥아더 포고령에서 주목할 부분은 포고령 전문의 일부와 1조에 있습니다.
[포고령 전문 중 일부]
... 일본 천황과 일본국 정부의 명령과 이를 돕기 위해 그리고 일본 대본영의 명령과 이를 돕기 위해 조인된 항복문서 내용에 따라 나의 지휘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한다. (By the terms of the Instrument of Surrender, signed by command and in behalf of the Emperor of Japan and the Japanese Government and by command and in behalf of the Japanese Imperial General headquarters, the victorious military forces of my command will today occupy the territory of Korea south of 38 degrees north latitude.)
<중략>
태평양 방면 미국 육군 부대 총사령관인 나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나는 이에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과 그곳의 조선 주민에 대하여 군사적 관리를 하고자 다음과 같은 점령 조항을 발표한다. (By virtue of the authority vested in me as Commander-in-Chief, United States Army Forces, Pacific, I hereby establish military control over Korea south of 38 degrees north latitude and the inhabitants thereof, and announce the following conditions of the occupation)
제1조 -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와 조선 인민에 대한 정부의 모든 권한은 당분간 나의 관할을 받는다. (Article 1: All Powers of Government over the territory of Korea south of 38 degrees north latitude and the people thereof will be for the present exercised under my authority. )
맥아더 사령관은 포고령에 자신과 미군은 조선 반도 남쪽을 관할하기 위해 파견된 점령군임을(occupy) 분명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점령이란 표현은 전문 외에도 여러 번 등장합니다. 또한 제1조에 영토와 영토 내 주거하는 인민에 대한 모든 권한이 본인에게 있으며, 본인의 명령에 절대복종해야 하며, 명령을 불복할 경우 엄중히 처벌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공식 언어를 영어로 선언하는 등 일본 제국에 이어 실제적으로 조선을 점령하기 위한 활동을 했습니다. 이른바 미군정 시대가 열린 거죠.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했으나 곧바로 미국에 의한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에 의한 식민통치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자유 민주주의 진영으로 올바르게 이끌기 위한 일시적인 식민이었으나, 이로 인하여 자주권을 상실한 한국은 '친일 반민족자'처분을 하지 못하였고 이 과거는 현재까지도 우리가 떠안고 가는 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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