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가 재촉하자 그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료는 파란색의 상자를 열었다.
답이 맞았는지 파란색 상자역시 손쉽게 열렸고 료는 그곳에서 얻은 열쇠를 들고 기뻐했다.
그때였다.
계속 빨간색 상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살펴보던 준수의 얼굴이 갑자기 히얗게 질리더니
벌떡 일어나 료의 손에 들려있던 열쇠를 빠르게 나꿔챘다.
그리고는 양손 집게손가락으로 잡고 힘을주자 열쇠가 반으로 뚝 부러져버렸다.
"준수씨 미쳤어요? 그 열쇠를 부러뜨리면 어떻게 해요!"
"그 상자는 열면 안되요!"
"이 자식 너 뭐야? 죽고싶어!"
"비켜!"
"전부터 너 눈빛 마음에 안들었어. 재수없는 새끼! 오늘 나랑 결판을 내자!"
진주는 절망을 느끼며 주저앉아버렸고 그의 행동에 화가 난 동팔은 멱살을 잡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준수가 대꾸도 하지 않고 자신의 멱살을 잡은 동팔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자 동팔은 이성을 잃고
주먹을 들어 그의 턱을 힘껏 날렸다. 놀란 준호는 재빨리 다가가 준수의 얼굴을 감싸안고
하지 말라며 큰 소리로 악을 썼다. 순식간에 산장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열쇠가 당신들을 살리는 구원의 열쇠인줄 알아? 천만에! 잘봐!"
준수는 사람들을 무섭게 노려보며 빨간색 상자를 들고 성큼성큼 산장 밖으로 나갔다.
그의 행동에 화가난 사람들은 그를 따라 우르르 문밖으로 모여들었다.
준수는 다시 한번 상자를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허공을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콰쾅!!
공중에서 떨어진 상자는 지면에 닿기가 무섭게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짧은 진동과 함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으며 시커먼 연기와 재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놀란 그들은 할말을 잃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제야 알겠어요? 내가 왜 열쇠를 부러뜨린건지!"
"끔찍해.. 정말 이건.. 너무해.."
"진주씨한테는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저 상자를 열었다면 우리 모두가 화상을 입거나 최악의 경우
몇명은 죽었을껍니다. H는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였다구요."
"답을 맞추면 살려준다고 하더니.. 왜.."
진주는 촛점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준수는 그녀를 위로하듯 어깨를 쓸어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쉽게 문제를 풀어나갈 경우 모두가 살아남는것을 두려워한
H가 들어놓은 일종의 보험인것 같습니다. 문제를 못푼다면 예정대로 한명이 살해당할테고
문제를 풀고 상자를 연다면 최소한 여러명이 죽거나 다칠테니 그로써는 둘중 어느것이든
상관 없었던 모양입니다."
"준수씨는.. 저 상자가 폭발할꺼라는거.. 어떻게 알았죠?"
"가까히 가서 상자 뒷면에 새겨진 글귀를 읽어보세요. 그럼 이해가 갈껍니다."
준수의 말에 모두들 조심스럽게 상자로 다가갔다.
이미 폭발해버린 상자는 까맣게 그을려 있었지만 상자 뒷면에 새겨져있는 글귀는 또렷하게 남아
그들의 눈을 정신없이 파고들었다.
마지막 상자는 그대들 모두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할 것입니다.
불꽃의 축제를 기대해 주십시오.
-4번째 살인마 Master H로부터-
-three-
-168 시간의 공포- *라시안*
"나 어떻게 해..흑..흑..이제 겨우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생겼는데.. 흑.."
절망을 느낀 진주는 자리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물이 가슴아팠던 순화는 진주의 목을 끌어안고 그녀보다 더 크게 통곡했다.
다들 고개를 떨구며 말없이 진주의 어깨위로 손을 올리며 위로했다.
어떻게 본인이 느끼는 절망감에 비하겠냐만은 그들도 같은 입장으로써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동팔은 늘 눈에 가시같던 그녀였지만 내심 안타까웠는지 멋쩍은 말투로 슬며시 말을 걸었다.
"울지마십셔.. 그래도 다들 무사하지 않습니까. 아직 정답을 틀린적이 없으니 꼭 죽는다고 보장할수도
없습니다. 기운내십셔.. 상자속에 폭탄이 들어있었으니 정답 목록에 써넣어 보도록 합시다."
진주는 그의 제안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것을 알기에 평소처럼 쏘아붙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가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준호는 뭔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지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본다.
"폭발할때 이상한거 못느끼셨나요?"
"그딴걸 느낄새가 어디있어! 심장마비 걸리는줄 알았구만.."
동팔은 그의 말엔 관심이 없다는듯 성의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준수는 왠지 준호가 무언가를 알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동팔의 막을 막아섰다.
"왜? 뭔가 이상했어?"
"네. 형.. 폭발할때 재가 날리나요?"
"글쎄.. 나도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서 잘 모르겠어. 하지만 폭발도 무언가가 타오르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니 재가 날리지 않을까?"
"그건 그런데요.. 뭐랄까 하늘하늘 거리는 느낌이였어요. 화학 반응에 의한 재라기보다는
또렷한 형태를 가진 무언가가 공중에서 나비처럼 타오르더니 사라져버렸거든요.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퇴마사들이 귀신쫓을때 부적에 불을 붙여 날리잖아요? 그와 비슷한 종이의 느낌이랄까?"
"종이?"
준호의 말에 준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주변을 실피기 시작했다.
다들 그의 행동이 이해가 안간다는듯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눈치 빠른 준호는 팔을 걷어붙이고
그를 따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형! 이것보세요. 제가 뭔가를 찾은것 같아요!"
준호가 크게 손짓하자 준수는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낸뒤 빠르게 이동했다.
그의 손에는 타다 남은 듯한 작은 종이조각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제서야 눈치를 챈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준호를 빙 둘러싸고 모여들기 시작헀다.
"이게 뭐지? 사진인가?"
"네. 사진같아요. 그을려서 형태를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이것보세요. 사람의 팔같죠?"
"그래. 네말이 맞는것 같다."
우연하게 발견된 작은 종이조각은 절망에 빠져있던 그들에게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너도 나도 앞 다투어 종이를 들고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준수가 그들에게 구미 당기는 제안을 했다.
"이건 아무래도 상자안에 들어있던 정답의 일부분 같네요. 큰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다같이 주변을 살펴보아 비슷한것 한두개라도 발견할수 있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고 봅니다. 어때요. 해보지 않을래요?"
"고민하고 자시고 할께 어디있어! 무조건 해야지. 우리가 보물찾기 한두번 해본것도 아니고
어디 한번 해봅시다!"
왠일로 동팔이 강한 의욕을 보이며 나섰다.
그들은 돌을 들춰내고 풀숲을 헤집어가며 정신없이 종이를 찾는데 열중했고 더이상은 타버려서
남아있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이 들때까지 한시간 남짓.
확인해보니 크기는 약간 달랐지만 준호가 발견한 종이 조각과 비슷한 것들이 4개나 더 발견되었다.
마음이 급했던 그들은 산장으로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고 조약돌 위에 철퍼덕 주저앉은채
퍼즐 맞추기를 하는것처럼 집중하며 조각을 맞추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네요. 그런데 얼굴을 알아보기가 힘들어요."
"어쩜 얼굴을 중심으로 그 주변만 절묘히 타버렸을까요? 폭발하면서 사진이 조각조각 날렸는데도
다른부분은 그을렸을뿐 형태는 살아있는데.."
얼굴부분이 타서 없어진 터라 그들은 반신 사진을 보고 남자라는것. 약간 마른 체형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는것 밖에 알아낼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조약돌 위에 얌전히 맞춰놓았던 사진이 날리기 시작했다.
애써 맞춰놓은 것이 흐트러지니 짜증이났던 료는 신경질을 내며 몸을 일으키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사진이라는것에 정신이 팔려 보지못한 뒷면에는 서투른 필체로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그들은 재빨리 날아간 종이를 수습해 다시 맞추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스.............................................축하드립니다.
이 사진까지 발견해 내신 놀라................................탄을 금하지 못....
.....를 보내드립니다........................................알려드리겠습..다........
.........속에 모습은 실제................................의 실물 사진입니다. 참고
....시기 바랍니다.................................................은 제가 목에 걸고있는
..걸이의 모양을 알아 맞추는것이 바로 두번째 미션의 정답입니다.
부디 행운이 함께하시어 멋진 승리과 함께 좋은 추억 만드시길 바랍니다.
-Master. H-
"나 이 사람 한번 만나보고 싶어 완전 사이코 아냐?"
"얼굴 부분만 불타서 누군지 확인할수가 없네.."
"근데 자세히 보세요. 저 사람이 차고 있는 시계 료씨의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
"어? 정말 그러네.. 비슷한게 아니고 같은것 같은데요?"
사진속의 시계가 어렴풋이 료의 시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진주와 상훈은 료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료는 같은 시계가 어디 한둘이냐며 버럭 화를 냈다.
뭐 갈색 가죽밴드로 된 시계는 흔히 볼수 있는것이지만 잔뜩 예민해있던 그들은 계속해서
료의 시계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내심 신경이 쓰였는지 그는 시계를 풀어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괜히 기분 나쁘네요. 살인마와 같은 시계를 차고있다니.."
료가 불쾌한듯 인상을 찌푸리자 준수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돌렸다.
"사진이 타버리는 바람에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내용은 알것같네요. 이 사진의 주인공은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던 마스터 H고 정답은 이 사람이 걸고 있는 목걸이의 모양이죠?"
"네. 그런것 같군요. 하지만 불에 그을리고 반쯤 찟겨져나가서 정확한 모양을 알수없어요."
"료씨가 보기엔 어떤 모양 같은가요?"
"글쎄요.. 정사각형의 무언가같은데.. 비스듬히 걸려있고 그위로 고리가 달려있으니까.."
"이게 뭐지?"
"아! 자물쇠! 자물쇠 아닌가요?"
그의 말에 모두 눈을 빛내며 집중했다.
아무리봐도 그냥 정사각형의 팬던트였지만 그의 말대로 사각형 윗쪽에 고리가 달려있는걸로 보아
정말 자물쇠같기도 했다. 사람의 머리는 한번 떠올리면 그대로 믿어버리는 위험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진주는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더이상은 방법이 없군요. 우선 답을 폭탄,아니면 자물쇠라고 정하고 들어가서 기다리죠.
모두들 허기가 질테니 간단하게나마 식사도 하시구요."
상훈의 제안해 모두 흔쾌히 응하며 산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식사라는 말에 동팔이 제일 먼저 달려나갔고 모두들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앗.. 아윽.."
조약돌을 밟고 지나려니 푹푹 꺼지는 느낌에 걸음하기 힘들었던 그들은 산장을 우회해 좁게
깔아놓은 길로 올라갔다. 그러나 꾸물거리며 뒤늦게서야 일행을 뒤쫓던 준호는 급히 달려오다
튀어나온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앞서 걸어가는 준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뒤돌아 달려갔지만 준호는 넘어진채로 하얗게 질린채
정신없이 돌을 파해치고 있었다.
"이럴수가.."
"준호아! 너 괜찮아? 다친데 없어?"
"형.. 이건 말도 안되요!"
"왜그래?"
준호는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열에 들뜬 사람처럼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준수는 영문을 몰라 허리를 숙여 그의 손바닥안을 보았으나 곧 할말을 잃고 침묵했다.
사람들은 두사람이 따라오지 않자 다시 되돌아왔고 그들을 통해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속이라도 편했을것을..
"이게 뭐야! 사진 조각이잖아?"
"같은 부분이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것과 같은 부분이라구!"
그것은 절망을 넘어선 전율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준호가 돌 사이에서 발견한 사진조각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조각중 하나와 일치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이게 무슨 상황이야!!"
이성을 잃은 동팔은 미친듯이 주변을 파해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넋을 잃고 멍하니 있던 사람들은 서둘러 흩어져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같은 사진이야.. 찾는것 마다 모두 같은거야.. 맞춰봐도 얼굴 부분만 불타있는 같은 사진이라구!"
"더군다나 목걸이의 모양은 사진마다 달라요. 이건 하트 모양이구 이건 나비모양이에요.."
결국 그들은 마스터 H의 계략에 놀아난 꼴이 되었다.
그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것이다. 폭탄이라는걸 알아채고 누군가가 밖으로 던져 폭파시킬것을
대비해 이곳저곳에 같은 사진조각을 여러개 뿌려놓은것이다.
만약 폭탄이 터진곳이 산장 오른쪽 구석이라면 사람들은 그 주변만 뒤질테니 이곳저곳
구역을 정해놓아 띄엄띄엄 뿌려놓으면 중복되는 조각이 있을리 없을터..
그들은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계획에 치를 떨며 홀린 사람들처럼 산장안으로 들어갔다.
서로가 식사도 거른채 아무런 말없이 쇼파에 앉아있기를 몇시간..
드디어 11시를 알리는 자명종 소리가 울렸다.
"모두들 저때문에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포기할래요.."
"진주씨 무슨소리에요! 약한소리 하지 마세요."
"아니에요 순화씨.. 더이상은 희망이 없어요.전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아요."
"그럴순 없어요! 뭐든지 써보면 되잖아요! 폭탄이든 자물쇠든 나비든 하트든 써보자구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이번 문제에는 답이 없어요! 처음부터 답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게 아니면 왜 같은 사진속 목걸이 모양이 다 다르겠어요!"
"그래도 어떻게 손 놓고 있어요.. 뭐라도 해봐야죠. 네? 진주씨?"
"저도 살고 싶어요.. 흑.. 하지만 불가능하잖아요.. 이 문제는 죽으라고 만든 문제잖아요.. 흑..흑.."
진주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서러움에 눈물을 쏟았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희망은 없어보였다.
11시 반이 되고 8번방에 컴퓨터가 작동하자 정답자인 상훈은 정신없이 뛰어올라가 아무 답이나
막 입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가 오답일뿐 정말 그녀의 말대로 답은 없는것 같았다.
땡-땡--
12시. 자정을 알리는 자명종 소리와 함께 2번째 미션은 끝이났다.
진주는 포기한듯 오히려 편해보이는 얼굴로 가만히 앉아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번 메모지는 료의 방에 있었다.
"제방에 메모가 있네요. 이럴게 아니라 다음부터는 누가 메모지를 가져다놓는지 지켜봐야겠어요."
그는 사람들의 얼굴을 쭉 훓어보고는 천천히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장의 비밀. 제 3장*
세번째 주인공은 니시키도 료 님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본인의 이름을 확인해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동반자로는 김 준수 님이 선택되었습니다.
니시키도 료 님이 정답을 맞추지 못할경우 김 준수 님께서는 12시간안에 살해당하게 될것입니다.
참고하시고 최선을 다해 미션을 수행해 주십시오.
*Mision = 12개의 디스켓중 6개의 정답 디스켓을 찾고 그 안에 저장 되어있는 글자를 조합하시오.
*Hint = 1. 각 디스켓에는 한글자의 한글이 적혀져있습니다. 12개중 6개가 정답 디스켓이고 그 안에
적혀져있는 글자를 조합하면 하나의 문장이 됩니다. 그것이 미션의 정답입니다.
나머지 6개의 디스켓중 2개는 컴퓨터의 전원이 꺼지도록 하여 입력 기회를 잃게하며
2개는 답 입력당시 화면의 역실행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2개는 실행즉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트려 더이상 컴퓨터를 사용할수 없게 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디스켓 내용 - 이것은 타국의 언어이며 동시에 우리와도 민첩한 관련이 있습니다.
동사 형용사를 가리지 않으며 어느 누구나 만들어 낼수 있고 어떤 뜻이든
담아낼수 있습니다. 그것의 경우의 수는 대략 8만 5천의 4제곱입니다.
3. 디스켓 순서 - 저는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 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순위권 안에는
들었으면 좋겠군요. 만년 후보선수는 지겹습니다. 빨리 실력을 키워
대표선수 대열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정답 제출시간은 오후 11시 30분부터 30분간입니다. 그 전에는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힌트와 설명을 드렸으니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것으로 예상합니다.
아.. 두번째 미션은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여러분의 추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앞으로의 문제 출제시 참고할수 있으니까요. 다시는 그와 같은 미션이 나오지 않을 예정이니
너무 심려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Master. H-
"형 이름이 올라갔어.. 싫어!"
"준호아. 진정해. 우선은 나보다도 진주씨가 먼저야. 12시간 안에 살해당한다고 했으니
우리가 지켜야해."
살인 명단에 준수의 이름이 오르자 준호는 준수의 옷자락을 세게 부여잡았다.
준수는 떨고있는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누가 진주씨와 같이 있어주세요. 혼자 두는건 위험해요."
"제가 같이 잘께요."
"하지만 순화씨는 여자라 버거울지도 몰라요. 무슨일이 생기면 같이 위험해질수도 있구요."
"아니에요. 진주씨 성격 몰라요? 남자가 같이 있어준다고 하면 방문 걸어잠그고 혼자있겠다고
할 사람이라구요. 차라리 제가 있는게 나아요. 절대 잠 안잘테니까 믿어주세요. 무슨일이 생기면
바로 소리지를께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조금 긴장하고 있어주세요."
"좋아요. 그럼 어서 진주씨를 데리고 들어가세요. 우리도 잠시 쉬고 내일 미션 준비해야하니까요."
순화는 아랫층에 있는 진주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한밤중이 살인이 일어나기엔 가장 적당한 시간인지라 남자들도 최대한 잠을 피하며
대기하기로 했다. 양쪽에서 강하게 잡아당겨진 실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준호아. 먼저자. 형이 깨어있을게."
"싫어요! 지금 어떻게 잠을 잘수 있겠어요. 형의 이름이 메모에 올랐는데.."
"아직 시작도 안해봤잖아. 문제만 잘 풀면 무사할꺼야. 걱정마."
"그 살인마를 어떻게 믿어요! 또 정답없는 문제일수도 있잖아요!"
준호가 앉지도 못한채 손톱을 깨물고 불안해하자 준수는 그의 뒤로 돌아가서 가만히 안아주었다.
많이 긴장한듯 준호의 작은 어깨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너답지 않게 왜 이래? 메모지에도 적혀있었잖아. 다시는 정답 없는 문제 안내겠다고."
"믿을수가 없어요.. 전 그사람 못믿겠어요."
"자. 진정하고 심호흡을 해봐. 너 지금 너무 긴장했어."
준수는 준호를 쉬게 하기위해 억지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내리자 준호가 그 손을 붙잡고 뺨에 부벼댔다.
"만약 형이 죽는다면 저도 죽을꺼에요.."
"뭐?"
"이렇게 좋아하게 되어버렸는데.. 형과 같이 이 산장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그편이 나아요."
"너 말뿐이라도 그런말 하지마! 분명히 말한다.. 다시 한번 그런말 하면 혼날줄 알아!
나는 네 생각 안하는줄 알아? 만약 미션에 네 이름이 오른다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생각하느라
밤새 뜬눈으로 지샜어! 사람들이 미션에 대해 생각할때 난 너를 지킬 궁리만해. 알아?
잠시라도 네가 시야에 없으면 불안한데 내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해?"
"...........미안해요.."
"넌 내가 지켜. 살인자든 뭐든 아무도 손 못대."
"너무 애쓰지 마세요.. 제가 멋대로 형을 좋아해버린거니까 저때문에 그러실 필요는 없..."
말하던 도중 예고없이 준수의 입술이 말을 막고 강하게 파고 들어오자 준호는 문득 두려움이 느껴졌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에게서 알수없는 중압감이 느껴지자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왜울어."
"..........."
"울지마. 미안해.."
"안아주세요..불안해서 견딜수가 없어요.. 절 두고 먼저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안아주세요.."
"그거면 편해지겠어?"
"네.."
"널 아프게 할지도 모르는데?"
"상관없어요.. 지금요.."
준수는 가만히 준호의 눈을 바라보았다. 달빛에 비친 투명한 갈색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준수 역시 준호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살면서 존재만으로 그렇게 강하게 자신을 잡아끄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감정에 치우쳐 그에게 손을 댄다면 왠지 후회할것만 같았다.
준수는 허리를 숙여 준호를 있는 힘껏 끌어안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지금은 싫어.. 나는 네가 좀더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나에게 와주었으면 좋겠어. 불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서 나에게 안긴다면 너 역시 기쁘지 않을거야. 나는 너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으니까
불안해하지마.. 돌아가신 부모님들처럼 나도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릴까 걱정되는거지?"
"흑..."
"약속했잖아. 난 그렇게 약하지 않아.. 믿어봐."
준수는 준호의 눈물을 닦아주고 짧은 키스를 해주었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준호는 잠이 들었고 그런 그를 한참동안이나
말없이 바라도던 준수는 정신을 집중하여 미션의 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168 시간의 공포- *라시안*
"순화씨! 진주씨는 어때요? 무사한거에요?"
다섯명의 남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거실 쇼파에 모여 있었다.
밤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진주의 방이 굳게 잠겨있는 바람에
확인도 못한 그들은 진주와 순화가 깨어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자 순화가 하품을 하며 계단을 내려왔고 상훈은 다급히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네. 아무일도 없었어요.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진주씨는요?"
"아. 언니는 옷 갈아입고 곧 내려올꺼에요."
같이 하룻밤을 잤다고 친해졌는지 호칭이 진주씨에서 언니로 바뀌어 있었다.
순화가 쇼파위로 털썩 주저앉자 그들은 미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탁자위에는 까만색의 디스켓 12개가 일렬로 놓여져 있었다.
상훈은 그중 한개를 집어들더니 안경을 밀어올리며 말했다.
"디스켓마다 글이 써있군요? 이 글이 답이란 말이네요. 근데 경우의 수가 8만 5천의
4제곱이라면 그 많은것중에 어떻게 찾죠?"
"8만 5천의 4제곱이 얼마나 많은 숫자인거요?"
"계산해보니 대충 5220경 개가 넘어가더라구요."
"경이요?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십억..백억..천억..조..십조..백조..천조..경..
십경..백경..천경...........헉!!"
동팔은 경이라는 숫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손으로 스스로의 목을 조였다.
사실 정치권의 비리자금 때문에 조단위까진 익숙하다해도 경이라는 단위는 누구에게나 낯설었다.
그때 그들의 등뒤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숫자는 그냥 참고하라고 붙여준거지 계산할 필요까진 없어요."
"앗! 진주누나!"
진주가 차분하게 계단을 내려오자 준호가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고 사람들도 그녀를 반겼다.
그녀는 쇼파 근처로 다가와 디스켓을 집어들며 말했다.
"생각해봤는데요. 디스켓 내용은 별로 어렵지 않아요. 모두가 흔히 알고있는것이에요.
역시 헷갈리는건 디스켓 순서인것 같아요."
"순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내용부터 말해볼래요?"
료는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펴고 말했다. 그러자 진주는 들고 있던 디스켓을 료에게 넘겨주며
탁자위에 있던 메모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웃의 언어. 동시의 우리의 언어. 정답은 사....윽...컥!!!"
"까악!!!! 진주언니!!!!!"
숨도 쉴수 없을 만큼 강하고 소름끼치는 파공음이 울리더니 진주는 말을 잊지 못하고 시커먼 피를
울컥 토하며 무너지듯 그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손쓸 새도없이 정확히 그녀의 등을 관통해 심장을 꿰뚫은 화살은 그녀의 살풋한 가슴을 헤집고
시커먼 피와 살점을 터트리며 작렬했다.
쓰러진 그녀의 입은 바람빠진 풍선처럼 희미하게 달싹이고 있었다.
"정신차려요! 진주씨!!"
"언니! 일어나요! 빨리 일어나!!!! 흑... 일어나란 말야!!!!"
사람들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주는 가늘게 눈을 뜨고 그들을 향해 눈동자를 굴리더니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물을 눈 밖으로 밀어내며 고개를 떨구어버렸다.
순화는 그녀의 싸늘한 주검을 끌어안고 오열했고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은 차마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료는 뭔가를 발견한듯 창가로 달려갔고 큰 창을 가득 덮고 있는 연보라색의 커튼을 재끼자
원격 조종기가 달린 크로스 보우가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크로스 보우는 일명 석궁이라고도 하며 사거리가 짧고 장전 시간이 길다는것이 단점이지만
철을 뚫어버릴 정도로 파괴력이 뛰어났다. 실제로 잔 다르크가 백년전쟁 당시 화살이 적군의
철갑옷을 뚫지 못하자 크로스 보우를 사용해 프랑스군을 무찌르고 승리로 이끌었던 적도 있다.
그들은 진주의 죽음앞에서 망연자실하였지만 곧 미션을 풀지못하면 새로운 희생자가
나올것이라는것을 직감했다. 그녀의 시신을 조심스럽게 방으로 올려 침대에 눕히고 짧은 명복을
빌어준후에 문을 나선 그들은 우연히 책상위에 놓여있던 종이 한장을 발견하게 된다.
한자는 대략 8만 5천개. 중국의 언어.
동사 형용사를 무시하고 만들수 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에게 익숙한 무언가라면
답은. 사자성어.
진주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중요한 힌트는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도 희생자를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밤새 고민하며 풀었을 문제의 해답은
그녀의 목숨과도 바꾼 값진 선물이었다.
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한자는 8만 5천여개. 그것으로 사자성어를 만들고 한글자가 1개에서 4개까지
겹치기로 출연할수 있다면 8만 5천개의 4제곱..
순화는 그녀의 메모를 끌어안으며 또 다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동훈은 입술을 깨물며 순화를 부축하여 1층 거실로 내려갔고 그들은 12개의 디스켓 앞면에
적혀있는 글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Disk1 - 난 어렸을때 부터 복습따윈 하지 않았다. 한번 들으면 그 이상의 것을 유추할수 있었고 절대
잊어버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고 불렀다.
*Disk2 - 우리집은 대대로 독실한 불교집안이다. 나는 향 냄새가 싫어 매번 절에서 도망쳤지만
어머니는 수련만이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독을 풀어낼수 있다고 하셨다. 이해가 안간다.
*Disk3 - 늘 가난했던 우리집은 한번도 여름휴가를 가본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한달동안 용돈을
모아 복권 두장을 샀다. 이것이 당첨된다면 마음껏 놀고 먹을수 있겠지? 기쁘다.
*Disk4 - 우리학교는 집에서 멀기때문에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아침만 되면 아저씨들때문에 숨이
막인다. 참을수가 없어서 오늘은 새벽같이 나왔다. 길도 막히지 않고 너무 좋다.
*Disk5 - 옆집 영희랑 숨바꼭질을 했다. 나쁜계집.. 어디에 숨었는지 찾을수가 없다. 갈만한곳은
다 찾아봤지만 아무데도 없다. 다시는 영희랑 놀지 않을것이다.
*Disk6 - 드라마에서 보니 조인성이 15살에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되었다. 난 너무 불쌍해서 그의
팬이 되기로 결심했는데 알고보니 조인성은 물려받은 재산이 많았다. 기분나쁘다.
*Disk7 - 오늘부터 새로운 드라마를 보기로 결심했다. 머리에 갓을 쓴 선비들이 종이에 글을 쓰고
서로 지가 잘났다며 우기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빨리 쓴 사람이 장땡인것 같은데..
*Disk8 - 난 우리집이 제일 가난한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 짝 정미는 먹을것이 없어서 이틀에 한끼를
먹을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난 하루 두끼는 먹으니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Disk9 - 선생님은 수업시간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낙이 뭐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먹는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지만 선생님께서는 사내로 태어났으면 더 큰 포부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Disk10 - 우리 이모의 딸은 너무 예쁘다. 난 첫눈에 반해버려 꼭 그 아이랑 결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누나는 나를 비웃으며 꿀밤을 주었다. 친척하고 결혼하면 어때서 흑..
*Disk11 - 우리집 뒷산은 가을이 되면 밤이 많이 열린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밤을 주으러
올라갔다가 엄마한테 죽도록 맞았다. 비탈이 심해서 굴러떨어지면 위험한 곳이란다.
*Disk12 - 중학생인 우리 누나는 같은 학교 잘생긴 형아를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누나의
얼굴로는 택도 없을것 같은데 누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언젠간 자신에게 넘어올꺼라나?
"이거 일기같은데? 초등학생 일기."
"그래도 꽤 자세한 힌트인걸요? 전 몇가지 알겠어요."
"준수씨도 그래요? 저도 대충 감이 오네요."
준수와 료는 서로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사자성어라는 결정적 힌트를 대입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료는 자신이 알것 같다는 디스켓을 집어들었다.
1번과 3번이였다.
"우선 1번요. 한번 들으면 그 이상의 것을 유추할수 있었고 절대 잃어버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천재라고
불렀다. 이건 문일지십(聞一知十)같네요. 한가지를 알려주면 10가지를 깨우칠만큼 총명함을 뜻하죠.
그리고 3번은 집이 가난해서 휴가를 못갔기때문에 꼬마아이가 복권을 샀잖아요. 두장이 맞을 확률은
거의 제로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건 일장춘몽(一場春夢)같아요. 한때의 헛된 꿈을 뜻하죠."
료가 설명을 끝내자 이번엔 준수가 디스켓을 집어 들었다. 그가 집어든건 10번 12번이었다.
"10번은 이모의 딸이 좋아 결혼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어린아이라면 충분히 생각할수 있는 일이지만
아시다시피 피로 이어진 친척끼리는 근친이라고 해서 결혼이 불가능 하잖아요. 그게 규칙이니까.
그래서 10번은 서로 모순되어 어울릴수 없다는 뜻의 이율배반(二律背反)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12번은 잘생긴 형을 보고 누나가 포기하지 않는 내용이잖아요? 꼬마는 누나의 외모로는 어림없어
보인다고 하지만 언젠간 자신에게 넘어올꺼라고 하죠? 옛부터 내려오는 말중에 '10번 찍으면 안넘어올
나무 없다' 라는 말이 있듯 그말의 사자성어인 십벌지목(十伐之木)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요. 준수씨. 벌써 4개는 해결되었군요?"
료가 기뻐하며 해결된 디스켓을 한쪽으로 치워놓자 준호가 다가와 2번과 9번 디스켓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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