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준수가 신호를 보내자 재빨리 튀어나가 방을 건너갔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준호가 감탄을 하며 박수를 쳤다.
"이야! 누나 멋져요! 에어로빅이란게 굉장히 유연한 운동이군요?"
"그럼! 내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데. 피눈물을 흘릴뻔했다구~"
그들이 걱정하던 순화가 무사히 건너가자 료와 준호도 같은 방식으로 뛰었고 먼저 건너간 상훈과
순화는 그들이 안전히 착지할수있게 손을 내밀어 끌어주었다.
"이번엔 동팔씨 차례에요. 제가 신호를 보내면 뛰는거에요. 아셨죠?"
"알겠습니다.."
그의 대답은 어째 영 시원치 않아 보였다.
그가 계단위에서 대기하자 준수는 같은 방식으로 바닥을 진동시켰고 동팔은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나름대로 발을 굴러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시작부터 반응을 늦게한데다 육중한 체격으로 인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휘청했고
당황한 그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며 발을 내딛으며 손을 뻗었다.
"동팔씨!!!!!!!!!"
"아아악!!!!!!!!!"
처절한 비명소리가 온 방안을 가득 울리며 슬로우 모션처럼 동팔의 몸이 기울어졌고 그를 향해
손을 내민 사람들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five-
-168 시간의 공포- *라시안*
"살좀 빼요! 우리 단체로 다 넘어갈 뻔했잖아요!"
"헉헉.. 죽는줄 알았네.."
동팔이 괴성을 지르며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는 사이 재빨리 상훈과 료가 그의 손을 잡았으니 망정이지
아니였으면 정말 그는 등부터 꿰뚤려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지도 모른다.
순화는 료와 상훈이 넘어지지 않도록 옷을 끌어당기는 바람에 왼손 검지손톱이 반쯤 깨져 피를 흘리며
아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준호 역시 그들을 돕느라 애써 멈춘 피가 붕대를 적시며 배어나왔다.
동팔은 겨우 안전지대로 진입해 바닥에 엎드린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저..도저히 못가겠습니다.. 계속 이런 함정만 나올것 아닙니까.."
"동팔씨. 기운내요. 무사했잖아요."
"괜히 저는 짐만 되는것 같지 말입니다. 문제도 못풀고 할줄 아는것도 없으니.."
동팔은 정말 위기라고 느꼈는지 한번도 내보인적 없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늘 눈치없고 험악하기만 하던 그가 울상을 지으며 침울해하자 마음씨 좋은 순화는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위로해주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준수뿐. 그들중 가장 타이밍에 익숙한 준호가 반대편에서 진동을 주었다.
준수는 예상대로 별 어려움없이 가볍게 뛰었다. 도달해서 멈추지 못해 상훈과 머리를 박았지만..
모두 모이자 그들 앞에는 별로 반갑지 않은 두번째 방문과 녹색 화면이 불을 반짝이고 있었다.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비밀번호를 입력하시오 : - - - -
"이번에는 왠 포도주 타령이야? 순화씨 뭔지 알겠어요?"
"흠.. 생각보다 성경구절은 유명한 것만 나오네요? 쉬운편이에요. 함정을 통과하기가 어려우니
일부러 잘 알려진 성경구절만 골라 문제를 만들었나봐요."
"그건 아니에요. 순화씨가 다행히 성경에 대해 잘 아니 망정이지 저희들끼리만 있었다면 아마 손도
못댔을껄요? 백과사전에서 목차없이 내용찾기 처럼 말이에요."
"그렇구나~ 아무튼 이것도 찾아보면 금방 나올꺼에요. 예수님이 연회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에
대한 구절이거든요. 그러고 보니 계속 기적에 대해 나오고 있네.. 잠시만요.."
순화는 연속으로 기적에 대한 구절이 나오자 마음에 걸린듯 눈을 굴리며 성경책을 뒤적거렸다.
방안의 불이 밝아서인지 그녀는 고생하지않고 몇분만에 답을 찾아냈다.
"요한복음 2장 9절이네요. 요한복음 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20장 막 이러면 찾기 힘들거든요.후후"
"그럼 비밀번호는 0209겠네요?"
"아마도 그럴꺼에요. 준호아. 어서 눌러봐."
"네 누나"
준호는 다친 손의 붕대를 매만지며 인상을 쓰더니 순화의 말에 큰 소리로 대답하며 앞으로 나섰다.
역시 비밀번호는 0209가 맞는 모양이다. 엔터를 누르자 어렵지 않게 손잡이가 돌아갔다.
방으로 들어서자 강렬하게 쏟아져나오는 자주색 조명에 눈살을 찌푸릴 지경이였다.
그들앞에는 1m남짓의 공간과 건너편 방문 앞에도 비슷해보이는 넓이의 공간만이 존재했다.
조명이 은근히 어둡고 눈에 부담을 주어 자세히는 알수 없었지만 그 방은 바닥이 뚫려있는듯 했다.
준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낭떠러지같은 바닥을 들여다 보다가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냈다.
아래로 떨어뜨려보면 소리가 나는 시간으로 미루어 대충 깊이를 짐작할수 있으리라.
준수는 손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동전을 세게 꽉 쥐었다가 주먹을 펴고 동전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의 옆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료가 시선을 아래로 향한채 급히 말했다.
"방금 전 동전 소리 들으셨나요?"
"살짝 들었어요. 귀가 이상한가?"
"귀가 이상한게 아니라 바닥이 깊은거에요. 제가 귀하나는 밝다고 자부하는데도 겨우 들릴까 말까
했으니까요. 그리고 소리가 울리지 않았어요. 바닥에 뭔가 있는 거에요.
"형 대충 4초정도 걸렸어요. 소리가 나기까지."
"준호가 넌 역시 놓치지 않는구나? 그걸 재고 있었어?"
"네. 동전의 무게를 모르기 때문에 깊이를 측정할수는 없지만 가속도가 붙었다고 가정하면 이 바닥은
아주 깊은거에요. 떨어지면 나오지 못하겠는데요?"
"난감하네.. 여긴 뛰지도 못하겠는걸.."
"어? 저기좀 보세요!"
준호가 손으로 벽을 가리키자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왼쪽 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큰 종이에 문제로 보이는 글귀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1. 제사가 끝난후 사람들은 이것이라고 하여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데 이는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활을 한다.
2. 세계에서 제일 독한 술은 보드카로 도수가 최고 97도에 이르는것도 있다. 국내로 공식 수입되는
술중에는 이것이 최고의 도수를 자랑하는데 보드카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입맛엔 여전히 독하다.
3 숙취에는 단연 해장이 최고다. 특히 콩나물로 끓인 국이 좋은데 콩나물 안에는 숙취 해소에 필요한
알콜 분해와 배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4.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은 이것이다.
5. 진 토닉은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만들기 쉬운 칵테일이며 어느 파티에나 부담없이 어울린다.
이것의 재료로는 드라이 진 1온스에 이것과 레몬을 첨가하여 만들며 특히 여름에 잘 어울린다.
6. 맥주의 색깔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져 가지만 기본적인 색은 보통 갈색이다. 그 이유는 이것을
건조시킬때 볶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황금빛부터 마호가니의 색까지 다양한
색과 맛이 나올수 있는 것이다.
7. 브랜디는 숙성 년도에 따라 여러가지 등급으로 표시된다. 다음은 1865년 헤네시사 발표 기준이다.
* V.O => Very Old(15년)
* V.S.O => Very Superior Old(15~25년)
* V.S.O.P => Very Superior Old Pale(15~30년)
* X.O => Extra Old(45년 이상)
그렇다면 가장 최상 등급인 70년 이상된 브랜디는 무엇이라고 표기하는가.
8. 동동주는 청주를 걸러내지 않아 밥알이 동동 떠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주중
대표적인 것으로 멥쌀과 이것을 발효시켜 만든다.
9. 위스키는 독하기 때문에 마시는 방법이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위스키에 와인이나 쥬스
등을 첨가해 칵테일로 마시는 방법이고 둘째는 스트레이트인데 길고 작은 잔에 소량을 따라 한번에
마시는 방법이다. 하지만 스트레이트는 한잔을 단숨에 비우는 습성을 가진 동양사람들은 피해야
한다. 셋째가 이것이며 얼음을 4-5개쯤 넣어 위스키 1온스와 함께 마시는 방법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고급 술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순화는 도무지 뭔소린지 몰라 난감해하며 성경책을 만지작 거렸다.
"전 술에 대해선 아는게 없는데 죄다 술문제네요? 아는건 소주뿐인데.. 이걸 어떻게 맞추지?"
"그것보다 뭔가 보상이 있어야 문제를 맞출텐데 왜 이런문제를 적어 놨을까요?"
"그러게요. 준수씨는 술에 대해 좀 아시나요?"
"많이 아는건 아니지만 문제를 보아하니 대충 몇가지는 알것같아요."
그들은 뻥 뚫린 방을 마주하며 넋을 놓고 서 있었다.
적어도 틈이 4-5m 는 되어 보이는데 그곳을 뛰어 건넌다는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도약할 거리가 충분히 되고 모래가 깔려있는 운동장이였다면 넓이뛰기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고작 양쪽 1m의 안전공간에 서서 뭘 어찌할수 있단 말인가.
준호는 너덜거리는 붕대의 한쪽 끝을 손가락으로 뱅뱅 돌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제사때 술과 음식을 나누어먹는 행위? 들어본것 같기도 한데.. 영 모르겠단 말이야.."
그는 머리 끝자락에서 잡힐듯 애만 태우며 잡히지 않는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낼때 늘 이빨로 자신의
입술을 물어 뜯는다. 가끔은 자신도 모르게 심취해 피가 나도록 물어뜯기도 하지만.
준수는 그런 그의 버릇을 알고 있기에 준호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깊은 생각에 빠지며 입술을
물어뜯자 재빨리 다가와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로 입술 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억지로 물려버린다.
"이준호. 또 입술 물어뜯을래?"
"제가 그랬나요?"
"버릇이라 자신의 행동도 모르는건가? 넌 뭘 생각할때 꼭 입술을 물어뜯더라?"
"아.. 저 1번문제에 대해 생각했어요. 저희집 제사때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신것 같은데 생각이 안나네요."
"난 알아. 뭔지."
"정말요? 알려주세요!"
"입술 깨물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알려줄께."
"네. 앞으로 노력 할테니까 얼른 말해줘요. 저 궁금한건 못참는단 말이에요."
"그거잖아. 술을 나눠 마시는것. 음복"
"아!"
쿠광쾅-
준수가 음복이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바닥에서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놀란 그들은 그나마 남아있는 바닥도 무너지는것이 아닐까 싶어 벽을 잡고 벌벌 떨었지만 잠시후
기계의 마찰음과 함께 뚫려있는 바닥으로부터 무언가가 올라왔다는 사실을 알수있었다.
그들은 일제히 앞으로 나섰고 준호와 동팔은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을 톡톡 치며 대화했다.
"와- 밑에서 바닥이 올라왔어요!"
"정말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일이 생긴거지?"
"제가 준수형한테 1번문제를 물어 봤었고 형이 답을 말해준것 뿐인데.."
"그럼 답을 말하자 마자 바닥이 올라왔다는 말이야?"
"아! 키워드! 이곳으로부터 저쪽으로 건너가기 위한 다리를 불러올리는 키워드는 문제의 정답인거에요!
방금 전 준수형이 1번 답을 '음복' 이라고 했더니 바로 올라왔거든요!"
"그럼 9개의 문제를 다 풀면 건너갈수 있단 소리군?"
바닥은 폭 50cm 정도의 쇠로 되어 있었으며 강한 힘에 의해 밀려 올라온듯 보였다.
음성을 인식할수 있는 기계가 입력된 키워드에 반응하는것 같았다.
순화와 준호는 신기하다는듯 그곳에 올라섰다.
준수는 마냥 어린 아이같은 준호를 귀엽다는듯 바라보며 웃었다.
"두번째 문제는 가장 독한 술이네요? 우리나라에도 보드카가 들어와있지 않나요?"
"보드카는 종류가 매우 다양해요. 칵테일에 쓰는 비교적 약한것부터 눈에 묻어두고 마시는 독한것까지
여러가지가 있죠. 제가 보드카중에서도 가장 독한 것을 알고 있는데 한번 불러볼까요?"
"확실하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상훈씨"
"네. 그럼 불러볼께요. 2번 답은 스피리타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또 다시 땅이 흔들렸다.
하지만 두번째 바닥이 올라오기는 커녕 순화와 준호가 서있던 바닥이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아래로
푹 꺼져버렸다. 당황한 두 사람은 소리를 질러댔고 료는 쪼그리고 앉아 아래를 향해 외쳤다.
"순화씨! 준호아! 괜찮아?"
"저흰 괜찮아요! 그나저나 여기 너무 어두워요. 냄새도 지독하구요! 빨리 답을 생각해주세요!"
"잠시만 기다려! 우리도 고민중이야!"
그들이 다행히 무사한걸 확인하자 남은 4명의 남자는 머리를 맞대고 답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첫번째 바닥이 내려간것이니 첫번째 답을 외치면 올라오겠다고 생각한 동팔이 다시 큰 소리로
음복 이라고 외쳤지만 키워드는 한번의 기회로 소멸되는지 바닥은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답을 외쳤던 상훈은 당황한듯 붉게 달아오른 얼굴의 열을 식히기 위해 손으로 부채질을 해댔다.
"스피리타스가 오답인가봐요! 분명 97도로 제일 높은 도수의 술이란 말이에요."
"상훈씨. 문제를 보면 국내로 공식 수입된 술중에.. 라고 되어있네요. 스피리타스 라는 술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은것 아닐까요? 그래서 답이 오답일지도 몰라요."
"그런가보네요. 그런데 함정은 정답에만 반응하는게 아니라 오답에도 반응하는군요?
어떻게 오답에도 반응하는 것일까요?"
"문제가 전부 술 문제잖아요. 술에 대한 정보는 죄다 오답으로 입력해놓은것 아닐까요? 그럼 정답을
제외한 술이름이나 기타 정보를 외쳤을때는 자동 오답처리 되니까요."
"마스터 H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요.. 아니 어떤면에서는 천재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의 마음을 읽고
생각까지 미리 예지하니 말이에요."
"상훈씨. 답은 맞추면 되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준수는 상훈을 위로했다.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지만 상훈은 순화를 마음에 두고있는것 같았다.
늘 상훈의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자신 때문에 그녀가 내려가 버렸으니 나름대로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때 계속해서 음복을 외치던 동팔은 영 신통치 않자 신경질 섞인 목소리로 아무말이나 툭 내뱉었다.
"바카디!"
가끔 소도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는 모양이다.
동팔의 바카디라는 단어는 두번째 바닥의 키워드로 큰 진동과 함께 두번째 바닥은 물론 순화와 준호가
서있는 첫번째 바닥까지 같이 올라왔다.
올라온 그들은 몸을 숙여 자신의 다리를 정신없이 때리고 있었다.
"아악! 정말 싫어! 저 밑에 벌레가 득실득실 거려요!"
"누나! 옷 뒤에요!"
"난몰라! 미쳐 ! 빨리 떼어줘!"
벌레를 잘 만지지 못하는 준호가 멈짓하자 상훈은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가 다리에 붙은 벌레를
떼어주었다. 그것은 미국산 바퀴벌레처럼 손가락 두마디는 되어보이는 날개달린 까만색 벌레였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순화는 질겁하며 다리를 쾅쾅 구르며 걸어나왔고 준호는 계속 옷을 털어대며 준수에게 달려와 안겼다.
바닥이 두개가 올라오자 신기했던 료는 감정사처럼 바닥을 두드리며 동팔에게 물었다.
"동팔씨. 어떻게 정답을 아셨나요? 놀랬어요."
"제가 정답을 알아서 맞춘건 아니구요. 바카디라는 술을 먹고 위 경련이 일어나서 병원에 실려간적이
있거든요.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저라도 그 술은 견디기 힘든 독한 술이였습니다. 그래서 한번 불러
봤는데 이게 정답일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렴 어때요. 답을 맞췄잖아요. 훌륭합니다."
"갑자기 그런 칭찬을 하니 쑥쓰럽군요."
동팔은 짧은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며 멋쩍어했다.
료는 가끔 동팔이 보여주는 곰같은 포즈에 미소 지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정답을 맞추면 바닥이 하나씩 올라오네요. 1번을 맞추니까 1번 바닥이 올라오고 2번을 틀리니까 1번
바닥이 내려앉아 버렸어요. 다시 2번을 맞추니까 1번과 2번 바닥이 동시에 올라왔구요. 그럼 문제를
다 맞춰야 저곳까지 도달할수 있다는 것이군요?"
"꼭 다 맞출 필요 있나요? 어느정도 거리가 좁혀지면 뛰어도 될것 같은데요?"
"그래도 되겠네요. 그럼 우리 다같이 이동해요."
"꼭 그래야하나요?"
"바닥이 언제 내려갈지도 모르는데 나눠서 이동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동팔씨는 같이 이동하기
싫으면 나중에 오셔도 되요. 하지만 1번 바닥이 내려 앉았을때 동팔씨가 1번 키워드를 계속 외쳤지만
반응하지 않았죠? 그건 키워드가 일회성임을 의미해요. 즉 한번 불리워진 키워드는 소멸되고 그 다음
키워드에 모든 바닥이 동시 지배 받는단 말이죠. 그래도 이동하기 싫으면 남으세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렇게 야박하게 나와야겠수!"
날이 갈수록 성질 나쁜 곰처럼 무너져가는 이미지의 동팔은 결국 가장 먼저 2번 바닥위에 올라섰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킥킥거린뒤 그를 중심으로 양옆에 일렬로 섰다.
고정되어 있을때는 괜찮지만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위험할만큼 좁은 폭이니 중심을 잘 잡아야했다.
3번째문제는 콩나물에 관한 문제였다. 역시 콩나물하면 나름대로 애주가인 순화씨 분야.
"저 3번 답 알아요. 후후.."
"오~ 누나"
"콩나물국만 5년째 끓여 왔다구요~ 성분을 모를리가 없지요."
"누나. 솔직히 말해요. 콩나물의 성분을 아는건 많이 끓여봐서 아는게 아니죠? "
"어머! 지금 준호가 네가 누나를 의심하는거니?"
"의심이 가잖아요. 쿡쿡.. 그럼 자주 끓이는 국마다 성분을 다 알고 계시겠네요?"
"가끔 이 녀석은 너무 예리해서 얄밉다니까? 흥! 그래! 사실은 술 많이 먹어서 술병났을떄 인터넷으로
알아보다가 외운거다! 꼭 그렇게 과거를 밝혀야하겠니? 흑흑.."
"누나~ 안우는거 알아요. 어서 답을 외쳐주세요~"
"얄미워 이준호!"
"헤헤~"
"3번 답은 아스파라긴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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