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네 큰아드님. 나에게는 이종사촌형님 되십니다.
젊었을때부터 20년 넘게 조선소 근무하다가 주식으로 다 말아 먹고
각종 대출에 빚에, 결혼 한 번 실패하시고
이모가 가진 원룸건물까지 은행에 차압으로 다 넘기기 직전에 몰리고
4,5년 전에 차 안에서 불 피웠다가 다행히 행인에게 빨리 발견되어서 구사일생...
그 후 거의 2년을 두문불출하며 술만 마시다가
때려 치웠던 조선소 협력업체 직원으로 다시 들어가서 일 하는가 싶더니
그 해 교통사로(피해자)로 허리 다쳐서 강제 퇴사... 다행히 산재 처리...
그 후 가끔 명절때 가보거나 전화로 안부 전화 드릴때 물어보면 집에 있다, 밭에 가 있다
뭐 이런 이야기만 들었는데 22년도부터 난데없이 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신다고...
요번 설날 연휴 전에 다른 일이 있어 이모네 집 근처에 들렀다가 인사 드리러 갔는데
완전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안색이 굳어 있던 형님 얼굴이 많이 좋아져 있더군요.
배달 일 할 만 하냐고 물었더니 괜찮답니다.
이젠 좀 살만하다고...까지 말하는걸 듣다보니 정말 이젠 괜찮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형편이 나아져서 살만하다가 아니라 심적인 상태를 말하는것 같았어요.
나중에 사촌누님한테 들었는데 매달 300 정도씩 벌어 이모한테 다 가져다 준다네요. 자긴 용돈 받아 생활하고...
아무튼 배달로 꽤 많이 버는것에 첫번째로 놀랐고 두 번째는 돈 벌어서 다시 주식판에 안 뛰어든다는 것이 더 놀라웠습니다.
주식 한 번 한 사람은 절대 그 바닥 못 떠난다고 하던데 말이죠.
그나저나 그 죽을것 같은 안색의 행님이 많이 풀린걸 보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아직 직업이란게 귀천은 있을지 몰라도
각자 행복의 기준에 따라 귀함과 천함은 달리 구분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배달일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형님에게는 배달일 하면서 새 삶이 시작된게 아닌가 싶네요.
안전하게 조심히 일하기를 바래봅니다.
사람의 됨됨이 를 보고 판단해야 되는것을
직업을 보고 판단 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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