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가 보도한 사고 부대 GP 전역병들과의 인터뷰가 나간뒤 한 예비역이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내용은 군대의 상명하복과 열악한 근무환경, 불합리한 조치 등을 사례를 들어 언급해 우리군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예비역의 편지 내용 전문이다.
저는 GP는 아니지만 GOP에서 근무를 했던 예비역입니다.
다른게 아니라 저도 GOP에서 근무를 했던지라 이번 사건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유심히 관련 기사들을 보고 읽어 봤습니다.
하지만 '근무형태 임의로 변경' , '해이해진 군기강이 낳은 사건' 이런 주제의 기사들을 읽으니 씁쓸하기 그지 없네요.
GOP라는 곳 가보셨습니까?
GOP에서 과연 밤새도록 뜬눈으로 전방감시를 하고 있을까요?
장담하건데 근무 장병의 40%이상은 자고 있을 겁니다. 50%가 안되는 이유는 2명이 근무 서는데 한명은 망봐야 되니까요....초소로 따지면 80%이상의 초소가 잠을 잔다고 보시면 될겁니다. 물론 들키기 쉬운 초소에서는 잠을 자지 않겠지요. 아주 근무기강이 해이하다고 볼 수 있겠죠.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제가 봤을 때는 어쩔수 없다고 봅니다.
저는 1년을 GOP에서 있었지만 비번을 한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1년 내도록 비가 오나 눈이오나. 휴일도 없이 밤새도록 근무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무슨 힘이 나서 근무를 서겠습니까?
GOP생활에 대해서 대충 써보겠습니다.(자세하게 쓰면 군사보안에 위배되는 거 같아서요)
GOP에서는 보통 주간,야간 근무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병들은 야간근무에 투입되게 되죠. 밤시간 동안 2개조로 나뉘어서 근무를 서게 되어있는데요. 1개조의 인원은 운영초소의 숫자에 따라 달라지겠죠. 1개조가 근무를 서는 동안 1개조는 잠을 자는 식입니다. 제가 상황병도 잠시 해봐서 원칙대로 자는 시간은 밤에 자는 시간(다른 조가 근설때) + 근무 다녀와서 낮에 자는시간 하면 거의 8시간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하루에 8시간 자면 충분하지 않느냐?" 라고 반문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한번 자보세요. 밤에 4시간 낮에 4시간.
아주 죽을 맛일겁니다. 거기다 안자는 근무시간에는 몇백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죠
(한 초소에서 오래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이동합니다.)
낮에는 뭐하느냐? 원칙상으로는 교육훈련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뭐 적침입시 대비 행동 전면전 발발시 철수 요령 이런것이죠.
과연 그걸 다 할수 있느냐? 절대 못한다고 봅니다.
GOP 작업량에 비해 인원은 1/3로 줄어
GOP에 투입되게 되면 투입전에 있던 주둔지와 작업량이 거의 비슷합니다.
오히려 많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가용한 작업인원은 1/3 선으로 줄어 들게 되.
작업량은 오히려 늘었는데 작업인원은 1/3이다...
어떻게 된다고 보십니까?
교육훈련은 그냥 형식적으로 했다고 하면됩니다.
하지만 작업은 그대로 티가 나죠?
여기서 규정대로 교육훈련을 다 할수 있을까요?
하루에 1~2시간 작업해서 그 많은 보수를 할수 있을까요?
절대 못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나. 당연히 교육훈련을 빼야죠.
밥은 먹어야 되고 잠은 자야 되니까요.
원래는 밥먹고 근무 투입전 준비시간이 1시간 가량 되는데.
이 작업 때문에 10분만에 밥먹고 바로 뛰어 올라가 근무 투입한 적도 많습니다.
그러면 이러한게 왜 생겨 나느냐?
제가 봤을 때는 아직 윗선의 지휘관들이 구시대적 발상을 하고 있다는게 문제 입니다.
무조건 시키면 다 된다는거죠.
사단장 한마디에 언덕 없어지기도
시키면 다됩니다. 우스갯소리로 "대통령께서 와서 저 산이 시야를 좀 가리는 구만."라고 말하면 몇달내로 그 산은 없어진다고 하죠. 좀 과장된 말이지만 사실입니다.
실제로 저희 초소의 뒤에 있던 언덕이 사라 졌구요.
단순히 사단장께서 오셔서 한마디 한것 때문에요.
"여기 뒤에 언덕이 없어지면, 애들 족구도 할수 있고 좋을건데"이 한마디 때문에요.
죽어 나는 겁니다. 물론 중장비 차량이 와서 땅은 파줬지만 주변 정리는 누가 다 합니까?
족구는 밑에 내려가서도 얼마든지 할수 있었는데요.
다음에 다시와서 한말씀 하시더군요 "흐음.... 여기 정자도 있으면 좋겠다."
정자 1달도 안되서 만들었죠.
만약 소초장이 피곤하고 교육훈련때문에 못한다고 하면?
실제로 규정대로 하자면 그런 일은 절대로 할수 없습니다.
시간이 안나기 때문이죠.
그러면 소초장 군생활 끝난겁니다. 완전 찍히는 거죠.
옳은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상관의 명령을 거부할지도 모르는 불순의 씨앗" 이 되는 겁니다.
소초장도 시키는데로 해야겠죠. 그러면 당연히 교육훈련시간 줄이고, 밥먹는 시간 줄이고 그래도 안되면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게 됩니다.
여름에는 풀잘라야 되지, 비오면 깎여 나간낄 보수해야되지. 겨울에는 눈쓸어야 되지.
그 작업량은 엄청나다고 할수 있겠죠.
이렇게 생활하는데 과연 규정을 지키면서 생활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게 할수 없습니다.
규정대로 하자면 소초원 만으로는 절대 주변 시설의 유지 보수가 불가능 하기 때문이죠.
거기다가 앞서 말씀드린데로 1년동안 쉬는날 없이(물론 휴가는 나갑니다. 휴가도 못나가면 바로 목매달죠. 그리고 휴가 안보내면 부대에서도 문제가 생기구요.)야간 근무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살맛 나겠는지.
문제 병사 등록= 지휘관의 무능력?
그리고 문제 병사 등록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그거 등록하면 '지휘관의 무능력'으로 딱 찍힙니다.
두말할 것도 앞뒤 젤것도 없죠
"니가 무능해서 그래" 실제로도 저희 소초장이 질책당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습니다.
그 병사 소원수리해서 내무실 발칵 뒤집어 놓고 상급부대로 전출 갔습니다.
물론 구타및 가혹행위는 없었고, 헌병대에 불려가서 조사 받았지만 무혐의로 다들 다시 왔죠.
지금도 사고 났죠? 국방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지휘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겠다 라고 하죠.
이렇게 되면 일선 지휘관들은 어떻겠습니까? '일단 사고나면 덮어두자' 입니다.
자기 선에서 모두 은폐하고 덮어두려고 하죠.
만약 소대 선에서 해결이 안되면 중대로 보고 들어갑니다. 거기서 일차적으로 왜곡이 되죠. 지연보고에 대한 핑계를 만들어야 되니까요.
그럼 중대에서도 상부에 보고 안하고 묶어 둡니다. 중대선에서 해결하려 들죠.
그래도 안되면? 그때서야 대대로 됩니다. 또다른 왜곡과 함께요.
이렇게 왜곡된 보고가 점점 올라가게 되는겁니다.
잘못되면 무조건 지휘관 탓, 왜곡된 보고 계속돼
이게 왜 발생하게 되는 걸까요?
일선 지휘관들의 군인 정신이 부족해서?
물론 그런것도 있겠지만.
"잘못되면 무조건 지휘관이 무능한 탓. 남들은 다 문제없이 애들 관리하는데 넌 뭐냐?"이런 상부의 의식때문이죠.
저같아도 일단 무마하고 말돌리고 보겠습니다. 잘못하면 평생 잘못 찍혀서 군생활 끝나니까요.1,2년 하고 말것도 아니고 직장인데요.
술파티도 불가, GOP에서도 1년 내도록 술한번 입에 못대
술파티에 관한것도 불가하다 보구요. GOP에서도 1년 내도록 술한번 입에 못대는데 GP는 당연히 안되겠죠.
그날 근무형태를 조정해서 축구본 것은 맞다고 봅니다.
유일하게 몇개월동안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하면서 유일한 낙이라고는 그것 뿐인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마 이번 사건에서도 '소초장이 규정대로 하지 않고 잘못해서 그렇고, 인원 관리도 잘못하는 무능한 간부'로 결론이 날겁니다.
적다가 보니 잡스러운 글이 길어 졌군요.
병사들 추워서 근무설 때 입는 방한복 그대로 입고 자기도
마지막으로 제가 실제로 겪은 예를 들겠습니다.
제가 GOP있을때 병영생활 개선의 일환으로 신식 막사가 들어섰죠.
모든 소대원이 한침상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개인침대가 들어오고.
휴게실, 샤워실, 세탁실이 있는 막사 이었구요.
봄에 준공이 들어가서 12월 말쯤에 완공이 되어 입주를 했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보일러병이 말하더군요.
이 보일러 왜 쓰는지 모르겠다면서요.
공업용 보일러인데 초기 비용은 적게 드는데 기름은 정말 많이 먹는다고,
초기 비용을 늘리더라도 기름 덜먹는 보일러로 바꾸는게 훨씬 나을거라고 하다군요.
그 보일러가 예전 막사에서 쓰던 보일러가 한달쓸 기름을 하루면 다 날린다고 하더군요.
살아 보니 실제로 그랬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기름 보급 잘 나오더군요.
사단장님도 방문하고 하셨거든요.
하지만 1달정도 지났을까? 서서히 기름 보급이 안나오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잘 때의 난방도 힘들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당연히 샤워실에서 따뜻한 물은 기대하기 힘들었구요.
그래서 소초장은 근무 끝나고 들어와서 자는 시간 5~6 시간 정도만 보일러를 켜고. 상황병 및 불침번은 조금 힘들더라도 그래도 실내에 있으니 다른 사람 근무 나가면, 보일러를 꺼 기름을 아끼라고 지시 했습니다.
어느날 대대장님께서 순찰 오시더군요. 물론 모두 근무 나가고 아무도 없는 시간에요. 내무실에 들어와서 온도계를 보시더니 10도가 안된다고 상황병에게 뭐라고 하셨답니다. 물론 상황병은 설명을 했구요. 하지만 그다음날 소초장은 중대장에게 혼났죠. 소초장은 기름이 보급이 안되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해결책이 오더군요.
바로 대대장님 순찰오시면 바로 통보가 들어오는 방법이었습니다.
대대장님이 소초에 가까이 오면 보일러를 트는거죠.
물론 근무자들잘때는 보일러 안돌리구요.
병사들은 추워서 근무설때 입는 방한복 그대로 입고 잤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겁니까?
누구를 위해 보일러를 돌리는 거죠?
누구를 위해 신막사를 지었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전의 막사에 있을 때는 팬티만 입고 자는 사람도 있을정도로 따뜻했었는데요.
(투입초기가 겨울이었음)
"GOP에 다시 들어가라고 하면 절대 안간다",
GOP생활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에게 누가 "군생활을 한번더 하겠느냐?" 라고 물으면
"같이 생활했던 고참,후임과 함께라면 기꺼이 하겠다.하지만
GOP에 다시 들어가라고 하면 절대 안간다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해자 김동민 일병도 그런 썩어빠진 군대 체계와 잘못된 생각을 가진 상급 지휘관이 빚어낸 피해자라고 볼수 있겠죠.
이만 잡스러운글 줄이겠습니다. 그럼 이만.
CBS 사회부 임진수 기자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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