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의 일이네요.
서점가려고 전주 경기전 뒷쪽 골목을 지나는데 양쪽에 주차된 차들로 지날 공간이 좁았습니다.
앞에서 차량 오길래 전 잠시 멈췄고 마침 차 한대 들어갈 수 있는 정차공간이 바로 뒤에 있어
후진을 하다 그만 먼저 주차돼있던 뒷차에 접촉하고 맙니다. '퍽'하는 소리는 못들었고 그냥 꿀렁 하는 느낌...
마침 차에 있던 차주분 내려서 보시곤 어이없어 하십니다...
"아니 그렇게 후진을 무지막지하게 해요"
솔직히 무지막지하게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들어요.
후방카메라도 센서도 없는 차인지라 기어 한두번 더 넣고 핸들 몇바퀴 더
돌리자는 식으로 후진하는데 어쨌거나 제 잘못이니 할 말 없죠...
"죄송합니다. 오는차 비켜준다는게 그만.... 죄송합니다ㅠㅠ"
"아 이거 어떻게 해... 이 사람 술까지 먹고 말이야?!"
좀 화가 나신 모양이었습니다.
"술은 안 먹었어요. 홍조증이 있어서 자주 빨개지는 거고... 죄송합니다. 본넷이 이렇게 긴 줄 몰랐어요"
정말이지 각그랜저 본넷 길더군요. 요새 나오는 차들보다 실제로 긴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시각적으로
본넷이 정말 깊어보였습니다. 범퍼끼리 살짝 닿은 건데 제 차는 이상없고 상대차 운전석 쪽에
제 차에서 나온 페인트가 뭍어있었습니다...
정말 죄송하더군요. 뉴그랜저도 보기 힘들어지는(?) 마당에 각그랜저를 지금까지 타고 있으니 얼마나
정성들여 관리했을까요. 그런 차에 상처를 냈으니...ㅠㅠ
몇 번 죄송하다 거듭 사과 드리고 보험이든 어떻든 보상 해드리겠다 말씀드리는데 한참을 고민하시더니
그냥 가라고 하시네요. 경미한 사고여서 그냥 가라 하실 수도 있었겠지만 저라면 그리 할 수 있었을까..
고민도 들었습니다. 중년의 남성이셨는데 명함도 못받고 그냥 왔네요.. 왠지 안주실것 같아서.
'전북 1'로 시작하는 검정색 각그랜저 차주분께 오늘 미덕을 배웠습니다.
다음에 혹시라도 마주치게 되면 커피라도 대접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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