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교사블 주로 경찰들 욕하는 글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오늘 경찰 칭찬 한번 해봅니다

글이 좀 긴 편이니 요약이 필요하신 분은 딱 한줄로 해드립니다

"서울 경찰 친절하대요" 

촌놈이 주말에 서울 갔습니다

서울 지리 전혀 모르고 그저 네비게이션만 믿고 올라갔습니다

최종 목적지를 거의 앞두고 네비가 경사진 골목길로 데리고 가더군요

좁은 골목길 한쪽으로는 주차가 되어있고 남은 공간으로 간신히 한대가 통과할 수 있는 정도

이거 일방통행 아닌가 싶었지만 일방통행 표시도 없고 

주차된 차들의 진행방향도 양쪽으로 되어있어 네비만 믿고 갔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주차된 차들을 통과하고 경사를 다 올라간 순간 입에서 욕이 확 나왔습니다

골목 끝에 차 한대가 주차되어있는데 여기는 앞서와 달리 골목이 좁아지는 곳입니다

밑에서는 주차되어있어도 통과가 가능했지만 여기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공간이 없었습니다 

내려서 보니 다행히 전화번호가 남겨져있었네요

그것도 번호가 2개나 있습니다

첫번째 번호로 하니 받지를 않습니다

두번째 번호로 하니 또 받지를 않습니다

이거 완전히 짜증납니다

번갈아 계속해서 전화를 했지만 통화는 끝내 되지 않았습니다

후진?

아까 오르막길이었으니 후진으로 가려면 내리막길입니다

거기에 전진으로도 간신히 통과한 곳을 후진으로 뺀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운전실력으로는 불가능입니다

그런데 옆 아파트에서 누가 담배꼬나물고 슬슬 걸어나옵니다

이거 촉이 딱 옵니다

'저 새끼 저거 아파트에서 쳐다보다가 이제 차빼러 나오는구나'

모르는척 하고 기다리다가 차 문열면 한마디 할려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 그냥 차 옆으로 지나가버리네요

'이거 자기차 아닌 것 처럼 할려고 저 지랄 하나?'하고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담배 다 피더니 다시 들어갑니다

촉은 개뿔

진짜 담배 피러 나온 사람이었습니다

밤새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없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전화기만 붙잡고 있다가

그냥 112에 전화를 했습니다

사정 설명을 하고 경찰에 이야기할 사항인지 아니면 다른 구청이나 이런 곳으로 연락해야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위치 다시 물어보고 출동하겠다고 하더군요

경찰 신고는 신고고 계속 차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드디어 둘 중 한곳에서 전화를 받더군요

그런데 자기가 지금 다른 곳에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겠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보니 저쪽에서 한명이 슬슬 걸어옵니다

이번에는 진짜 운전자 였습니다

전화기를 무음으로 해서 전화를 못받았답니다

주차를 저렇게 해놨으면 연락올 것 대비해야지 무음이 벼슬도 아니고

짜증나서 한마디 할려고 하는데 전화기가 울립니다

112 신고했던 것 근처에 출동했답니다

지금 차빼고 있는데 ;;;;;

운전자하고 연락되서 지금 차 빼고 있다고 하니

"아 예 알겠습니다." 

이 한마디 하는데 목소리가 전혀 짜증이 없습니다

저 같으면 늦은 시간 강아지 훈련도 아니고 왔다 갔다 짜증나네 이런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

정말 잘됐다는 목소리로 돌아가네요

갑자기 미안함 마음이 몰려왔습니다

처음 차 막히고 10-15분 정도 차량운전자에게 전화하다 안되겠다 싶어 112 신고를 했는데

조금 더 전화를 해볼걸 괜히 112 신고해서 경찰들 헛걸음 하게 만들었네요

아뭏든 대단한 범죄신고도 아니고 길막혀서 차한대 못나가고 있다는 가벼운 사안에도

바로 바로 출동해주시고 

헛걸음을 해도 전혀 기분 나쁜 내색하지 않고 친절하게 응대해주신 주말 서울경찰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차주분

주말저녁 좋은 기분 망치고 싶지 않아 큰소리 안내고 좋게 그냥 왔는데요

주차난 심각한 서울이니 저렇게 주차하는 것 까지는 이해하지만 전화는 제발 바로 받을 수 있게 준비하세요

설마 저런 골목길로 차가 들어올까 하셨을 수도 있지만 저 같은 촌놈들은 길 몰라서 들어갈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