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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벤츠 역주행 사건'을 기억 하시나요? 당시 만취 상태의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마주오던 택시와 정면 충돌한 교통사고를 냈는데요. 이 사고로 택시 승객 김모 씨(38)가 숨지고, 택시 운전사 조모 씨(54)는 크게 다쳤습니다. 조씨는 사고 충격으로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해 차량 운전자 노모 씨( 27)도 전치 8주의 골절상을 입었는데요.

수원지방법원은 최근 가해 차량(벤츠) 운전자인 노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경찰은 사고 당시 가해차량 운전자가 혈중 알코올 농도 0.176%의 만취상태였다는 점과 30대 가장이 숨지고, 또 다른 가장이 중상을 입은 점 등이 엄중한 수사를 요한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은 노씨가 제출한 의사 소견서를 이유로 구속의 상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는데요. 쉽게 말해 법원은 아직 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 노씨를 당장 구속할 이유까지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가해차량 운전자 노씨는 사고 직후 한달 간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는데요. 이후 퇴원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다가 이내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음주운전은 실수?" 사망사고 내도 집행유예

물론 이 사고에 대한 법의 최종 심판은 아직까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일 뿐입니다. 해당 사고 책임은 본 재판에서 명명백백하게 가려질 것이며 영장 신청이 기각된 것만으로 본 재판 결과에 어떤 예단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결정 자체는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데요. 특히 많은 사람들은 법원의 이번 불구속 결정과 관련해 2년 전 '아우디 역주행 사건'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2016년 경기 양평군에서 벌어진 아우디 역주행 사건은 역시 음주 운전자가 몰던 아우디 차량이 역주행을 하다가 노부부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인데요. 노부부 중 1명은 사고 후유증으로 끝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차량 운전자는 실형을 살지 않았는데요. 법원이 가해자에게 내린 처벌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이 전부였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도 법 개정은 지지부진

음주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가능합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제5조의11(위험운전 치사상)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를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같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본 재판에만 가면 처벌이 약해집니다. 실형을 선고받는 사람보다, 실형을 선고받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위험운전치사상죄(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사범의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71.8%에 달합니다.

위험운전치사상죄는 음주나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사고를 내 사람을 사상하는 범죄인데요. 이 71.8% 선고비율만 놓고 보면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해도 10명 중 7명은 집행유예로 실형을 피한다는 것입니다.

술에 지나치게 관대한 특유의 한국 문화 탓일까요? 음주운전은 그저 실수라고 생각하는 문화 탓일까요?

음주운전 처벌을 미국이나 일본같은 교통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자는 요구가 거듭되고 있는데도 실제 법 개정은 매번 미뤄지고 있습니다. 사법부라도 음주운전 처별을 엄중하게 해야 하는데 이번 벤츠 역주행 등 일부 사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살인죄 수준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주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1급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50년에서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습니다. 일본도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해 15년 이하 징역으로 엄격히 다스리고 있습니다. 특히 음주운전을 방관한 동승자는 물론 운전자에게 술을 판 사람까지도 공범으로 처벌하기도 합니다.

고속도로 역주행으로 상대 차량에 타고 있던 30대 가장을 죽음으로 내 몬 음주운전 사고. 네티즌들은 이 사고 운전자의 영장 기각에 또다시 분노하고 있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