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0일 (화) 11:58 연합뉴스
<훈련 매진 육군대령 간암 순직>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간암에 걸린 사실도 알지 못한 채 군단급 야외기동(FTX) 훈련을 성공적으로 치르기위해 정밀 신체진단을 미뤘던 육군 대령이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육군은 20사단 참모장으로 재직하던 고(故) 나원상(육사38기.47) 대령이 지난 2월부터 잦은 소화불량과 설사증세로 복통이 심한데도 이를 참다가 3월 FTX 훈련후 정밀진단 결과,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서울대 병원에서 투병하다가 18일 숨을 거뒀다고 20일 밝혔다.
나 대령은 FTX가 참모장 재임 기간의 마지막이 될 대규모 훈련인데다 본인이 합동ㆍ연합작전 주무 장교로 훈련의 모든 과정을 기획했기 때문에 훈련에 빠질 수 없다면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훈련의 성공에만 매진했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나 대령은 그러나 훈련을 마치고 민간병원에서 정밀 신체진단을 받은 결과 간암말기 판정을 받고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투병을 해왔으나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특히 육사를 3등으로 졸업한 나 대령은 참모장직을 마치고 25사단 연대장 부임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동료와 선.후배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나 대령의 마지막 부임지가 된 20사단은 그가 소대장으로 군 생활을 처음 시작한 부대였고 순직일은 공교롭게도 결혼기념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1, 중2 두 아들을 남기고 간 나 대령의 빈소에는 평소 그를 아꼈던 이상희 합참의장과 이남신 전 합참의장, 선영제 전 육군참모차장 등 전.현직 군 고위관계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육군 관계자는 "합참 작전본부와 전후방 야전부대 작전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인재가 먼저 가버려 안타깝다"며 "사병이나 장교들이 적기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군 의료시스템의 선진화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랄 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나 대령의 유해는 이날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