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아렉 오프로드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
폭스바겐 이라는 브랜드의 차량중 가장 관심을 갖고 있었던 투아렉의 오프로드 성능에
관해 직접 체험해보며 느낄수 있는 기회 인지라 내심 설레이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포르쉐 카이엔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투아렉...형제차라고 볼수도 있지만 감성적인면은
차이가 있지 않을까?...
이른 새벽부터 집을 출발해 대치동에 있는 집결지로 향했다...1차 집결지...
그곳까지 향하는 동안 몇가지 상념에 빠져 들었다...투아렉의 곱상한 외형이
오프로더 로써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수가 있을까?...그리고 충분한 고속주행능력을 갖고 있을까?..
1차 집결지에 도착해 동행할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잠시후 투아렉 3.2의 조수석에 앉았다...격무로 인해 잠이 부족한 탓에 피곤함을 느껴 2차 집결지까지는 폭-바 코리아의 직원분이 운전을 하시도록 부탁을 드렸다...
교통체증이 시작된 아침 시간이라 조수석에 몸을 맡기고 투아렉의 승차감을 느껴볼수
있었는데...세련되고 부드러운 승차감에 엔진소음도 일반 세단의 그것과 별반 다를것 없는 조용하며 지극히 여성적인 취향의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원분의 젊잖은 운전 스타일도 한몫 했겠지만...
2차 집결지에 도착해 간단한 프리핑을 마치고 오프로드 행사지인 영종도로 출발을 했다...
이번엔 폭-바 직원분과 상반된 드라이빙 스타일 갖고 있는 저의 일행에게 운전을 부탁했다...그 친구의 애마는 하체 튠이 된 수동6단의 하드코어 M3...
조수석에서 편안히 쉬기는 틀리지 않았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교통체증 탓에
크게 속도를 올리지 못했지만 종전까지는 들리지 않았던 엔진음이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다...
자동6단 변속기의 레버도 S모드에 와 있고 에어 서스펜션의 높이는 최대한 낮추고 강도는 스포츠로...그러나 맘껏 달리지는 못하고 투아렉에 애꿋은 발길질만 반복했다...
올림픽대로에 들어서서 차간 거리가 좀 생긴것을 보더니...여지없이 도마질(?)이 시작되었다...마치 커다란 M3 처럼...
바쁘게 흔들어 대는 스티어링 휠과 카이엔 틱한 울음 소리를 내고 있는 투아렉은 종전까지의 얌전하고 부드러움은 서서히 잊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며칠전에 시승해본 4.2 와는 펀치력의 차이가 느껴지긴 했지만...밀어부치는 힘이 제법 강한것을 옆자리에서도 어느정도 느낄수가 있었다...
올림픽대로에서 영종도로 갈라지는 초입에서 자리를 바꿔 내가 핸들을 잡았다...
공항로 고속도로로 진입하기전 S 형태의 코너를 진입속도를 크게 낮추지 않고 과감히
공략 해봤다...
예전 카이엔S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키 큰 차체가 심하게 휘청거릴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바로 실감 할수가 있었다...
제법 빠른 속도의 코너링이라 내심 부담은 되었지만...이 녀석은 걱정 말라는듯이 손쉽게 코너를 빠져 나와 버린다...약간의 타이어 파열음과 함께...
음...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공항로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3.2의 최고속에 도전 해보기로 했는데...
이른 아침 시간이라 2~3차선에 간간히 주행차량들이 있어 쉽지는 않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달려보겠냐는 생각에 바닥까지 액셀을 힘껏 밟고 계기판을 주시했다...260까지 표시된 계기판의 바늘이 오른쪽으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족하지 않은 가속력이 느껴지며 체감상 525i 나 E240 정도의 직진 가속력을 보여주고 있었다...물론 최고속에선 세단들과 차이가 있겠지만...
바늘이 205에 도달하자 저 멀리 1차선에 주행 차량이 있는 것을 보고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속도를 줄였다...
동승자의 건강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풀 브레이킹을 해보지는 않았고 서서히 그리고 깊이 답력을 점검 해봤다...
전륜에 6 피스톤, 후륜 4 피스톤의 초대형 브레이크 시스템은 거칠게 날뛰는 차체를 충분히 제어할만큼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SUV들의 급 정거후 차선 이탈 전복 사고를 우려해 브레이크 답력을 최대치로 세팅하지 않았던 그동안의 관례로 본다면 카이엔과 더불어 투아렉도 급제동후 자세제어 능력이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으므로 강력한 제동 답력에 자신이 있는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톨게이트에 도착하자...7~8대의 다양한 색상의 투아렉들이 갓길에 줄지어 정차 되어 있는것을 볼수가 있었다...
묘하게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그 곳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의 간단한 코멘트를 듣고 공항로를 거쳐 섬으로 향하는 선착장으로 출발을 했다...
공항로에서 맘껏 쏴 보기로한 나의 계획(?)은 순간 물거품이 되었다...음...
나란히 줄지어 달리란다!....답답하다...ㅡ,.ㅡ
선두차량은 폭-바 측의 테크니컬 프로덕터(?)...말하자면 그날 행사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이었다...
내가 운전하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M3는 편안한 잠을 즐기고 있었다...그러나 깜깜한
밤중에 와서 250km 넘게 달리던 길을 80km로 4차선으로 나란히 주행하려니...
많은 인내심과 상당히 긴 도로 였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수가 있었다...
선착장에 도착해 차량용 운반선에 투아렉들을 싣고 섬으로 향하던중 과자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려 날아 드는 갈매기들의 날개짓을 보며 짧은 여행속에 즐거움이 피어 오르고 있었고 고속도로가 아닌 자연속에서 값 비싼 오프로더를 시승 해볼수 있다는 자체가 아주 작은 행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섬...그 곳 선착장에 도착해 폭-바측이 만들어 놓은 1차 목적지인 산길 주행로까지
또 다시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차창밖 전원의 풍경을 감상하며 주행하고 있었는데...
아주 좁은 농로로 선두차가 진입을 시작 했다...내가 운전하는 차량이 두번째이고 뒤로 5~6대의 투아렉들이 쫓아 오고 있었다...
음...이제 산길 오프로드가 시작되는구나..하는 마음에 에어서스펜션의 높이를 최대로 올리고 댐퍼의 강도를 오토 모드로 바꿨다...로 기어를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판단이 되었고...
그런데 선두에 테스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이 그 좁고 험한 산길에서 갑자기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헉...ㅡ,.ㅡ
난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선두차량의 후미를 바짝 쫓아가기 시작했다...
으..너무 빠르다...아주 좁은 산길이라 정면을 주시하느라 속도계를 볼수없는 상황이었다...
조수석에 자고 있었던 M3가 한마디 던졌다..."왜 갑자기 산에서 쏘는거예요?.."
...음...나도 모른다...ㅡ,.ㅡ
투아렉의 옆구리를 간간히 튀어나온 나뭇가지가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고 마치 WRC랠리를 하듯이 가끔 공중에 뜨는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너무 재미가 있었다 ^^...역시 난 못 말리는 환자가 분명하구나...만약 지금
타는 투아렉이 나의 애마 였다면 절대로 이런길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 선두차량을 놓치지 않고 똥침을 놓으며 산길을 내려올 즈음에 선두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정지 했다...
그리곤 드라이버가 내리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운전석으로 다가와서...
"실례지만?..고객님!~ 혹시 오프로드 하시는 분이세요?...아니면 모터 스포츠 관련일 하십니까?..."하고 물었지만...
나의 대답은 "아뇨!~.평범한 SUV 오너입니다"...^^
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무전기로 통신을 하는 대화을 듣고 알았다...내 뒤쪽 5~6대의 투아렉들이 선두차량과 내가 탄 차량을 놓쳐 산길에서 해메고 있었다 한다...
선두차량은 내가 탄 차량이 후미에 바싹 붙어오자 다른 차량들로 같은 속도로 운행을 하고 있는것으로 착각을 했다 한다...
비상등을 켜고 기다리며 무전기로 연락을 취한 얼마후 후미 차량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적한 섬의 시골길을 따라 멋지고 고풍스러운 카페에 도착을 했다...그곳에서 간단히 샌드위치와 음료를 대접 받고 나서..그곳에서 보이는 바다를 감상하게 되었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오랫동안 잊고 싶지 않아 카메라에 담고...폭-바측의 간단한 브리핑후 다시 선착장으로 향했다...다시 차들을 싣고 바다를 건너...
폭-바 코리아측에서 만든 오프로드 트랙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벌판에 천막과 작지만 꽤 높은 동산 하나와 구덩이들...진흙뻘...모래구덩이...그리고 슬라럼을 할 생각인지 몇개의 파일런들이 놓여 있었다...
천막속 의자에 앉아 차량 조작(로 레인지 세팅법) 설명을 듣고 직접 오프로드를 주파해보는 순서를 기다렸다...
먼저 테스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을 한후 설명을 충분히 듣고 직접 주행을 해보는 것인데...잠시후 내 순서가 되었다...
차에 올라타 N으로 레버를 옮기고 차체를 최대한 높이고 로우 기어를 설정한 후
다시 D레인지에 놓고 구덩이로 향했다...
먼저 왼쪽 바퀴가 깊이 빠져 들고 그 다음엔 오른쪽 바퀴가...차가 심하게 비틀리는 상황이지만 실내에서는 차체가 비틀리는 듯한 소리를 들을수가 없었다...
아주 저속이며 엔진음도 작은편 이었는데...그들이 자랑하는 폭스바겐만의 레이져 용접방식의 성과인가?...
다음 코스는 오른쪽 측면만 경사진 곳을 왼쪽으로 기울어져 통과하는 코스였다...
각도는 대략 30'정도라 한다...핸들을 단단히 잡고 있지만 왠지 왼쪽으로 전복 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어렵지 않게 통과 하고 그 다음 코스인 작은 동산을 올라야 한다...
경사각이 40'정도이며...가파른 언덕 중간 지점에 차를 세우자 뒤로 밀리지 않고 서 있을수가 있었다...그리고 정상으로 올린다음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경사40'의 언덕을 내려 온다...
음..언덕에 깃발을 세워 놓지 않았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될수도 있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진흙구덩이와 모래밭을 통과한후 다시 대기장소로 가는 코스...
그런데 이곳을 주파하면서 이 녀석에 감탄한 점은 바퀴 하나가 공중에 떠 있을 정도의 상황에서도 "기기긱"하며 차체가 비틀리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인위적이지만 나름대로 거칠게 만들어 놓은 오프로드를 누가 운전대를 잡고 있어라도 싱겁게 통과 해 버린다...
온통 진흙과 모래가 뒤덮힌 투아렉의 모습을 보니...원래 태생이 야생인가?...하는 생각이...
녀석이 좋아지기 시작했다...이 녀석의 형제차인 카이엔을 너무 흠모했던 탓에 각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당당히 힘든 길을 뚫고 나와 .."나 어때?.."하며 폼 잡고 서 있는듯 느껴졌다...
천막 밖에서 땡볕에 뛰어다니며 초청 고객들을 챙기는 땀이 범벅이 된 중년의 간부급 사원들의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힘들어 보였지만 그들 표정속엔 자부심이 가득한것을 엿볼수가 있었다...
잘 만들어진 자동차 하나가 그들을 그렇게 행복하게 만드는것일까?...
내겐 참 보기좋은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들을 정작 내가 타는 자동차의 브랜드에선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쩝...
영종도 업무단지에 위치한 하얏트 호텔로 집결한후 메뉴판에 이름도 외우기 힘들게 긴 명칭의 풀코스 점심을 대접 받았다...
그리고 약간 색조화가 덜 된듯한 골프웨어를 입고 상당히 딱딱한 독일식 영어를 구사하는 독일인 부사장의 겸허한 답사를 듣고 단체 사진 한방 박고 투아렉 모자와 티셔츠를 선물로 받고 그날의 행사를 마쳤다...
그러나 나의 도전은 아직 안끝났다...돌아가는 공항로에서 투아렉의 최고속을 경험해야
하므로...오전에 탔던 3.2가 아니라 이번엔 4.2...
스티어링휠에 우드와 수동모드 시프트패들이 손에 잡혔다...속으로..."넌 이제 죽었다"..ㅋ
공항로에 오르자마자 풀악셀...320까지 표시된 계기판의 바늘이 빠르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며 짧은 순간에 벌써 200에 도달했다...
200...210...220...230...240...그러자 저~멀리 2차선에 주행 차량이 보였다...
속도로 줄이고 재가속 시점을 기다리며 다시 오른발에 힘을 가했다...카이엔 인가?...
엔진 사운드가 어째 비슷하다?...
변속레버를 S모드에 놓아서인지 액셀에서 발을 떼더라도 알피엠이 확연히 떨어지지 않는다...
그 속도에서 오른발로 엑셀을 탁탁 치자...
민감하게 반응하며 튀어나간다...뭐 이런게 다 있나?...
최고속에 다시 도전 했지만 240 이상은 아무리 영종도라 할지라도 이른 저녁시간 도로 상황엔 무리였다...아쉽긴 하지만 이쯤에서 만족을 할수 밖에...
도로가 좀 한산한것을 확인하고 이번엔 고속으로 S 자를 그리며 달려봤다...
롤이 조금 있긴 했지만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그밖의 주행 안전장치의 활약인지 녀석의
몸뚱이를 생각보다 민첩하게 잡아내고 있었다...
간간히 카메라 앞에서 후미차량이 없는것을 확인하고 200이넘는 속도에서 풀브레이킹을 시도 해봤는데...
포르쉐 시승차량의 관리 문제도 물론 있었겠지만 전에 타본 카이엔S보다 제동능력이 뛰어나게 느껴졌다...차량 후미가 흔들리거나 하는 일도 없었고...풍절음도 거의 일반 세단 수준 정도였다...
사실 풍절음이 심하면 고속 주행시에 차가 날아가 버릴것 같은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녀석들의 공통적인 단점은 피할수가 없었다...막강한 식성...아무리 힘쎈놈이 많이 먹는다 하지만, 연료게이지는 "이제 그만 쏘시죠!~"하는듯 어느새 왼쪽으로 제법
기울어져 있었다...
올림픽대로에 들어서자 퇴근시간대 교통정체...
다시금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용차가 되버린 투아렉...
편안히 주행하면서 내가 과연 투아렉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생각 해보게 된다...자동차 잡지나 시승기를 통해..그리고 폭스바겐의 광고를 통해...
이전엔 드림카인 포르쉐 카이엔과 플랫폼을 공유한 형제차라는 면만이 장점으로 다가 왔었고...흔히 지레짐작으로 판단 해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와서 투아렉을 타본것 하며...
브랜드의 파워..
어떤 사람은 이런말을 한다...벤츠가 무슨 설명이 필요합니까?...벤츠라는 한마디면 다 아닙니까?...나도 이런 오만스러운 편견에 빠져 있었던것이 아닐까?...
나의 개인적인 판단엔 투아렉과 이제 구형이 된 ML은 비교조차 할수가 없다...
SUV 이므로 이런 단점들은 어쩔수 없는것 아닌가?..하는 자의적인 판단들은 자동차의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요즘 발전된 SUV를 보면...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폭스바겐의 투아렉...정말 제대로 만든차라 생각이 든다...
전시장을 방문해서 잠깐의 시승으로 이런 장점들을 모두 경험해볼수가 있을까?...
큰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 하고 나서 차의 장단점들을 파악하는 수밖엔 없을텐데...
흔히 군대에서 계급장 떼고 한판 붙자!..라는 말이 있다...음..뱃지나 계급장이나...
만약 그 잘난 뱃지 다 떼고 붙으면 이 녀석한테 거의 다 나가 떨어질것 같은 아이 같은 생각에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