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고향인 회사원 조모씨(38·서울 성북구 삼선동)는 명절 때마다 고속도로 귀성·귀경 전쟁을 치른다. 그는 집에서 서울 궁내동 톨게이트까지 가는 길을 떠올릴 때면 그야말로 끔찍하다. 가족과 함께 들떴던 명절기분은 2시간이 다 돼서야 서울 궁내동 톨게이트에 도착할 때쯤 여지없이 구겨지기 시작한다. 조씨는 “명절 때마다 고속도로가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며 “명절만이라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으면 고향가는 길이 한결 포근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심각한 고속도로 정체=고속도로 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측도 톨게이트 정체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다. 도로공사의 한 관계자는 15일 “톨게이트 주변 정체는 시간이나 연료 낭비를 유발해 막대한 손실을 입힐 뿐 아니라 대기오염까지 야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석과 설 등 명절 때 고속도로 톨게이트 주변 정체만 줄여도 평균 2시간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선 명절 때만이라도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받지 않도록 하자는 제안이 끊이질 않고 있다.
김기홍 한국교통시민협회 대표는 “톨게이트비 징수과정이 명절 고속도로 정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면서 “빠른 이동을 보장한다고 돈을 받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시간적 손실을 보상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명절에 한해 무료로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도 지난해 명절 톨게이트 무료 이용에 관한 입법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도공측은 “통행료 면제시 연간 4백50억원의 손실이 생긴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속도로 요금체계 전면 개편=정부는 현행 톨게이트 요금 징수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도 최근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편의에 따라 명절 때만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단기적 처방보다는 요금 징수방식 자체를 전면 개편하는 방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추장관은 “칠레 등 일부 국가에선 자동차마다 단말기를 설치하고 유료도로의 각 구간마다 설치된 센서를 통해 주행거리만큼 통행료를 징수하는 시스템으로 교통흐름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톨게이트에서 센서와 자동차에 설치된 단말기를 이용하는 ‘하이패스’ 제도를 2000년부터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단말기 설치 비용(5만원) 등이 걸림돌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와 협의해 차량 출고부터 저렴한 가격에 단말기를 부착하는 등 운전자의 부담을 최소화해 톨게이트 없는 도로요금 징수체계 도입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