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초에 한미에서 시승하고 다음까페에 올렸던 시승기입니다. 참고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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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은 참 잘 꾸며져 있습니다. 간만에 눈이 호강했네요.
도로여건이 안 좋아서 20분 남짓.. 제대로 꺾어보지는 못했지만, 예전부터 주변에서 주워들은 바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미리 예상한 느낌을 가지고 운전을 해봤기 때문에 감은 확실히 잡히더군요.
시간을 들여서 찬찬히 살펴보고 직접 몰아본 느낌은 한마디로,
“씨바.. 이거 진짜 물건이네…”
우선 외관…
인피니티의 로고 때문에 대우에서 새로 나온 신차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고, 뉴싼타페와는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베꼈다, 벤치마킹이다.. 뭐 이런 걸 떠나서 이제 자동차의 디자인은 서로 공유되면서 평준화될 수 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합니다.
FX는 기본적으로 낮은 차체에 라인과 면이 아주 부드럽기 때문에 멀리서보면 쏘렌토나 렉스턴 혹은 테라칸 같은 국산SUV보다 작아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에 서서 살펴본 FX에서는 “웅장한” 느낌이 묻어나더군요... 웅웅웅웅~장장장장~
스펙상으로는 만만찮게 큰 차임에도 좀 떨어져서 보면 결코 커보이지 않고... 그러면서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웅장한 느낌이...
이렇게 매끄러운 곡선에서 이런 포스가 느껴지다니… FX디자이너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사실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름다운 라인이나 평면 혹은 액세서리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의 일관성"과 그 차의 아이덴터티를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산차의 디자인이 왠지 "후져"보이는 것도, 라인이나 평면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맵시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디자인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색상의 선택에 주의를 덜 기울이기 때문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색상의 경우는 디자이너나 컬러리스트의 역량보다는 생산단가의 문제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국산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디자인의 패착은 대략 이런 것들입니다.
측면은 유려하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해놓고는 후면은 날카로운 직선의 느낌으로 마무리한다거나...
그 놈의 번들번들 크롬으로 외관을 휘감고, 우드(사실 대부분은 나무의 탈을 쓴 프라스틱이죠..), 그것도 유광우드로 내부를 떡칠한다거나...
크롬과 우드는 정말로 절제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말이죠..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저는 우드에 대해서는 워낙 질색을 하는 사람인지라..
아니면 전체적으로 볼륨을 강조해 놓고서는 빈약한 휠을, 그것도 휠하우스가 휑하도록 단추처럼 끼워놓는다거나.. 이런 차를 보면 전족해놓은 발이 연상됩니다..
대표적인 외산 프리미엄 SUV인 X5의 경우에도 디자인의 아쉬움이 눈에 띕니다.
전면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포스만빵이지만, 측면으로 돌아가면서는 왠지 좀 심심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후면에 이르러서는 지나치게 소박해서 좀 아쉬워지는 마무리...
사실 BMW는 차종을 불문하고 항상 후면디자인이 논쟁을 많이 불러일키죠.
FX의 디자인에서 전면, 후면을 보면 사실 디자이너가 의욕이 넘쳐 상당히 기교를 많이 부렸다는 느낌이 듭니다. 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마의 허리라인을 연상시키는 측면라인이 전/후면의 볼륨감과 박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여유있게 앞뒤를 연결하고 있어 전체적인 느낌의 일관성을 훼손하지는 않습니다.
FX를 사랑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동의하지 않으실 지 몰라도, 전체적인 바디의 느낌이 구형, 신형싼타페와 비슷하긴 합니다.
여담이지만, 구형싼타페의 경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의 그 꺾임... 전 아직까지도 왜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는 지 이해가 안 갑니다요...
그리고 FX의 뒷모습.... 아무래도 좀 기교과잉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구요..
차라리 투아렉같은 단정한 엉덩이를 참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FX의 Exterior Design에 대한 제 주관적인 느낌을 정리하자면...
전면은 위험한 야수의 느낌,
측면은 잘빠진 경주마의 허리라인같은 느낌,
그리고 후면은 다소 퇴폐적이고 도발적인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 이루어진 건 맞습니다... 앞으로 10년은 먹어줄 디자인이라고 사료됩니다.
여담이지만 국산,외산을 막론하고 디자인이 잘 된 차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은,
고집스럽게 절제된 라인, Wide & Low한 바디, 그런 바디를 탄탄하게 받쳐추는 강한 느낌의 휠, 꼭 필요한 곳에만 아주 인색하게 적용하는 우드와 크롬.. 뭐 이런 것들입니다.
그리고 FX45의 20인치 휠의 압박은.... 한마디로 덜 덜 덜~
국내외 자동차를 통틀어서, 순정휠 중에서는 Audi A8 다음으로 멋진 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쟁차 대비 트렁크 공간이 협소합니다.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요..
날렵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을 적용한 결과인데요, 말하자면 뽀대를 위해 실용성을 희생한 거죠.
결과적으로 잘된 판단이라고 생각됩니다. 쿠페의 느낌을 주는 SUV가 탄생했으니까요.
그리고 내부…
8-Way 가죽시트, 프론트 암레스트 수납함, 아날로그 시계, 센터페시아의 알미늄재질… 등등 다 좋았구요.
무엇보다 작은 크기의 스티어링휠, 그리고 스티어링컬럼과 게이지가 통째로 함께 조절되는 기능은 (텔레스코픽 머시기라던가?) 이 차가 말로만 스포츠드라이빙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Audio는... 제가 막귀라서 잘 구별을 못합니다만, BOSE... 마냥 좋더군요... ^^;
모니터로부터 컵홀더까지 이어지는 센터페시아 부분의 느낌도 수준급입니다.. 수준급인데..
모니터아래 버튼류가 너무 몰려있어서 좀 난잡해 보입니다. M의 컨트럴러와 비교하니 확연히 차이가 나더군요.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운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내공간의 넓이...
솔직히 넓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좁은 편도 아니구요.
아무튼 수치에 비해 뭐랄까... 좁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전체적으로 타이트한 느낌의 실내공간이었습니다.
실내인테리어가 어두운 색이었고, 스포츠성을 강조한 시트 때문일 수도 있겠죠.
아니면 센터페시아와 모니터부분이 돌출되어 강조된 디자인이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뒷자석은 뒤로 낮아지는 루프라인 때문에 좀 협소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보기와 달리 레그룸이 상당히 깊어서 전혀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가장 불만스러웠던 점은 필러와 천정의 재질이 싸구려틱해보인다는 것,
웬만하면 인조가죽이나 하다못해 특이한 질감을 주는 플라스틱으로 마감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냥 국산중형차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평범한 직물재질이더군요.
FX35에는 적용되지 않는 알미늄 페달도 아쉽구요.
그리고 사이드미러를 손으로 접어야 합니다.. 한국의 운전자들이라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할 부분이겠네요..
그리고 비상깜빡이 버튼의 위치는 좀 생뚱맞더군요..
주행성능..
제대로 밟을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지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잠깐씩 급가속을 해봤는데요..
그런게 있죠.. 3500cc 가솔린엔진, 공차중량 2톤내외, 자동5단, FR구동방식의 SUV...
이런 스펙의 차라면 이 정도의 동력성능일 것이다라는 짐작...
차에 관심이 많고 운전경력이 좀 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런 스펙대비 체감 동력성능에 대한 정확한 느낌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FX35의 동력성능은 아무튼 그런 예상치을 확실히 뛰어넘습니다. 짐작했던 것보다 정숙성도 좋았구요.
급가속시 쉬프트다운 딜레이는 딱 예상했던만큼이었습니다.
약간 더 빠르게 셋팅했어도 괜찮았을 터인데..
FX45의 동력성능은... 뭐.. 짐작만 할 뿐입니다.
그리고 노면을 잘 읽는다고 해야할 지, 딱딱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타이트한 하체세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의 국산세단을 타시던 어르신들은 싫어할 승차감이죠.
게다가 국산/외산 할 것 없이 요즘 나오는 SUV들은 승용차에 버금가는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FX의 하드한 하체는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브레이크의 응답성은 아주 기민해서 처음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사실 고속에서의 코너링을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그럴 여건이 안돼서 아쉽더군요.
제가 가끔 빼앗다시피 해서 몰아보는 직장후배의 BMW330i의 감동적인 코너링과 칼같은 조향능력을 기대할 수 없겠지만 SUV 중에서는 최고수준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아 그리고 이 후배놈은 며칠 전에 Infiniti M45로 질렀습니다. 부러워 죽겠어요..
색상….
유난히 그 차에만 잘 어울리는 색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XG의 금모래색, SM5의 화이트펄 투톤, 아카디아의 올리브색, 뉴비틀의 연두색…
저는 그런 색상을 “결정적인 컬러”라고 부르는데요..
제가 보건대 FX의 “결정적인 컬러”는 Beryllium이라고 봅니다.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색깔인데, 아무튼 연한갈색에 자주색을 섞어 놓은 듯한 색상입니다.
보배에는 브라운 색상으로 한 대 등록되어 있으니 참조하세요.
검정색이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은색이 드라이한 세련미를,
Liquid Copper가 독특한 발랄함을 느끼게 해주는 반면,
Beryllium은 다소 난해한 품위를 발산하더군요.
아무튼 제 느낌을 총정리하자면 비로소 살만한 차가 생겼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