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업계는 지난해 2만3,345대의 신차를 등록시키며 사상 최다 판매실적을 올렸다. 또 지난 7월엔 2,768대로 최다 월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업계는 올 연말까지 3만대 등록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야말로 수입차 대중화의 길에 본격 접어든 셈이다.
판매는 이렇게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도 구입 후 유지비를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차가 고장나면 정비센터도 별로 없고 고치는 데에만 한 달이 걸린다든 지, 부품값이 엄청 비싸다든 지 하는 염려를 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본지는 수입차업체들이 '화장실 가기 전'인 차를 팔 때의 '달콤한 유혹'의 이면인 '화장실 갔다 온 후' 얼마나 고객에게 신경쓰는 지를 시리즈로 게재할 예정이다.
본지는 3주일 간 각 업체 및 정비센터의 도움을 받아 수입차 브랜드별 소모성부품 가격, 중고차 정책 및 애프터서비스망 현황 등을 조사했다. 그 첫 번째로, 비싸기로 악명높은 수입차 부품가격을 다룬다. 편집자
소모품 가격은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16개 브랜드의 2005년형 신차들을 대상으로 각 1종씩을 정해 엔진 및 변속기, 브레이크, 파워 스티어링 등 오일류, 에어클리너와 에어컨 등 필터류, 부동액, 점화플러그, 브레이크 패드 및 디스크, 배터리, 와이퍼, 타이밍 벨트, 헤드 램프 등을 비교했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이번 조사에 기꺼이 응했으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자체 조사 및 비교결과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경쟁력이 너무 떨어져 부품가격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는 다음 달 부품가격이 바뀌기 때문에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본지는 이에 따라 해당 정비센터를 방문, 미스터리 쇼핑 방식으로 각 부품가격을 확인했다. 이 밖에 인피니티는 지난 7월28일부터 국내 영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일부 소모품 가격이 책정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조사결과 BMW, 렉서스, 벤츠, 아우디 등 수입차 빅4 가운데 벤츠와 아우디의 소모품이 가장 비쌌다. <표1>에서처럼 두 브랜드의 오일류 및 필터류, 브레이크 패드 및 디스크, 배터리 등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았던 것.
전체 부품별로 볼 때 오일류의 경우 BMW 530i는 변속기 및 파워 스티어링, 부동액 등을 영구 무상으로 적용해 유지비가 가장 적게 들었다. 렉서스나 혼다 역시 ℓ당 가격이 1만원 이하로 싼 편이었다. 반면 변속기 오일은 볼보 S60 T5가 ℓ당 5만5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아우디 A6 3.0 콰트로는 4만9,400원, 포르쉐 복스터는 3만3,400원, 벤츠 E320은 2만1,670원이으로 비싼 편에 속했다.
필터류 가운데 에어클리너는 캐딜락 STS가 9만3,500원으로 최고가였다. 다음은 벤츠 E320으로 7만8,870원, 랜드로버 프리랜더 4만5,900원, 아우디 A6 3.0Q 4만4,300원 순이었다. 가장 저렴한 차는 크라이슬러 300C로 2,100원이었다.
브레이크 패드 및 디스크는 인피니티 M시리즈가 가장 저렴했다. 또 렉서스 ES330과 혼다 어코드 3.0, 사브 9-5, BMW 530i, 폭스바겐 골프 역시 몇 만원에서 10만원 대에 구입할 수 있었다. 반면 아우디 A6 3.0Q와 벤츠 E320, 크라이슬러 300C, 캐딜락 STS, 포르쉐 복스터, 포드 몬데오 등은 20만~40만원대로 지나치게 비쌌다.
메인 배터리는 크라이슬러 300C가 59만4,800원으로 가장 가격이 높았다. 볼보 S60 T5는 40만원대, 벤츠 E320은 30만원대, 나머지 모델들은 10만~20만원대 수준이었다. 이 밖에 헤드 램프 전구를 제논 램프로 바꿀 경우 가장 비싼 차는 캐딜락 STS와 크라이슬러 300C로 40만원대였다. 반면 가장 싼 차는 볼보 S60 T5로 12만9,600원이었다. 나머지 차들은 20만~30만원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구매자들은 아직도 부품가격이 비싸고, 정비를 받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각 업체들은 판매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의 일환으로 부품가격을 현실에 맞게 내리고 정비망을 확충해 일반 소비자들의 이런 선입견을 바꿔주는 게 장기적으로 판매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