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늘이 비교적 맑다.
황사가 사그라든 기분이 들었다.
며칠사이 내애마에 수북히 쌓여있는
지긋지긋한 모래를 털어주려고
셀프세차장을 찾았다.
평소 한달에 한번씩 광택을 내주기 때문에
물만 한번 뿌려주니 금새 새차같은 자태를 드러낸다.
더러운 수돗물을 그냥 마르게 놔둔다면
얼룩이 생길것이 뻔하기 때문에
물기를 닦아주기 위하여
나는 진공청소기가 가까운 곳으로
차를 이동시켰다.
부드러운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내고 있을때
내 왼쪽옆으로 차량 한대가 들어와서 자리한다.
싸구려틱한 연두색을 하고있는 구구형
포드 토러스다. 빛이바랜듯 허름한 차체와
상반되게 반짝이는 왕번호판이 눈길을 끈다.
"오래된고물이지만 외제차가 타보고 싶었나? 또는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번호판을 바꿨나?
라는 두가지 생각이 교차했지만,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으면 안된다는
보배님들의 말씀을 떠올리며 나는 그차에 관심을 껐다.
다시 물기제거에 몰두하고 있을때
그차의 조수석에서
계집한명이 내리는것을 보았다.
누가 내리던 신경안쓰는것이 당연하지만
그 계집의 천박한 수다떠는 소리때문에
어떤 꼴통인지 궁금해서 처다본 것이였다.
이 계집의 차림새를 한번 살펴보았다.
인터넷에서 공동구매한것으로 보이는 싸구려 구두와
유행지난 팔부청바지, 줘도 안입을 것같은
보라색 가죽재킷에, 목이 가슴까지 늘어진 싸구려 티를 입고있었다.
머리는 폭탄맞은듯 후까시를 심하게 주었고
붙인 속눈썹은 전체 얼굴상과 심하게 부조를 이루었다.
패션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촌스러운 옷차림이였다.
그런데, 이 계집의 행동이 과간이다.
내 차를 한번 훑어보고는 비웃음틱한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곧이어 내린 남자에게 말을 건다.
"오빠, 오빠차가 어디 꺼라구?"
그 계집은 나보고 들으라는 의도로 남자에게 말을 건것이다.
순간 기가막혀 웃음이 나왔지만 이 꼴통두마리의 대화를 조금더 들어보았다.
나는 이 우매한 계집이 건달인척하는 백수건달로 보이는
남자의 이빨에 "외제차는 무조건 좋은차다,
오래되었건 새차이건 외제차는 무조건 좋은차고 비싼차다."
라고 세뇌당한것 같았다. 계집의 단순한 뇌구조를 안타까워 하며 나는
다시 물기제거를 했다.
수건을 빨기위해 그차를 지나치게 되었다.
아니, 이차는 구구형 토러스97년형정도로 확인이 되었다.
순간 열심히 걸레질로 지차를 문대고 있는 남자를 한번 보았다.
그 남자의 얼굴에는 비굴함과 옹색함을 느껴지는 그런 얼굴이였다.
순간 주머니속에 있던 동전이라도 꺼내어 던져주고 싶은 기분이였다.
불쌍한 이남자,
나도 외제차 한번 타보자는 생각에 있는돈 없는돈 다 끌어모았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안쓰럽고 딱했다. 그래서 우여곡절끝에 오육백만원 정도 주고산 구형 토러스가
이남자에겐 마지막 자존심인 것이다..
내일도 내일모레도 이남자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아직 추운날씨에 부르튼 손으로 열심히 손세차를 할것이라는 생각에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이상 뉴렉스턴 노블레스 차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