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게 벌써 6개월전 일이다
2004년 2월 날이 풀리기 시작하던 어느 날..
목포에 있는 집으로 내려가기 위해
수원을 떠나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방금 전 전지현을 닮은 아리따운 아가씨가
주유를 하던 SK주유소에서
3만원을 넣어 게이지가 F에 가까운 상태였다
게기판 연료 게이지에 기름이 가득찬 것만큼
드라이버를 즐겁고 든든하게 해주는 것은 없는것 같다
평일이라 그런지 차들도 거의 없고
그래서 인지 규정속도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들도 몇몇 보였다..으음
796cc/38마력 sohc엔진을 얹은 대우자동차 'Tico'
그중에서도 나의 애마는 그레이드가 가장 낮은 SE등급,,
수동4단에 옵션이라곤 에어컨 뿐인 경차의 본래 목적을 가장
충실히 표현한 초강력 머신이 지금 내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시원스레 쭉뻗은 한적한 고속도로 위에서..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자 1단에서 2단 변속후
IC에서 고속도로 진입 전 까지 4단으로 변속을 완료했다
숏기어의 특성인지 정지상태에서 가속은 정말 최강이었다
숙련된 솜씨로 노킹이나 울컥거림 없이 부드럽게
4단까지 도달하였지만 여전히 속도는 50을 갓 넘긴 상태
고속도로를 진입하기 위해선 최소한 80은 되어야 다른
차량에 방해를 받지 않을텐데 생각했다
대형트럭들을 보내고 후방에서 차가 더이상 오지 않자
잽싸게 끼어 들어 악셀을 깊게 밟았다
SOHC엔진의 특성상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토크가 이내 느껴지고 있었다,,하지만 가벼운 차체와
넉넉한 배기량이 그것을 커버해 주었다
길이 좋아서 인지 게기판의 속도는 금새 100km/h를
넘기고 있었다..하지만 다른차들에 비해선
과속 카메라도 신경 안쓰고 지나갈 걸음마 속도었다
서해대교를 넘어 충청도를 들어서자 차들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악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특유의 카뷰레터 엔진음이 굉음을 토해내었다
ECU가 주는 밥만 먹는 요즘의 엔진들과는 달리
직접 기름을 빨아 먹는 카뷰레터 방식의 엔진은
뭔가 살아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140까지 가속을 하자 왠만한 차들은 추월할수 있었다
방금전까지 휴게소에 먼저 떠나보낸 차들을 제끼니
기분이 이루 말할수 없었지만 그에 비례해 커져가는
속도 때문에 핸들은 이미 땀에 젖어 있었다
그렇게 주욱 달리고 있는데 뒤로 무언가 묵직한 감이 느껴졌다
룸미러를 곁눈질로 슬며시 쳐다본 그곳엔
튜닝이 잔뜩 되어있는 뉴코란도 한대가 맹렬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녀석은 나에게 지금 배틀을 원하는 것만 같았다,,아니 그랬다!!
녀석이 쏘아대는 파란색 라이트 등이 신경에 거슬렸다
슬며시 가속을 시작했다,,아니 이제는 마지막 남은 악셀의
여유공간을 끝까지 밀어내는 한계치에 가까워져 가구 있었다
4단 미션의 기어비는 '0.984'
보통 차들이 5단에서 오버 드라이브가 되는 것과 달리
저단 숏기어 때문에 4단부터 오버 드라이브가 되는 티코는
어쩌면 경차보다 달리기 위해 태어난
작은 스포츠카 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속도계는 150을 넘어서고 있었지만 녀석과의 거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이정도면 이미 RPM은 6000을 넘어섰을텐데..
풀악셀이 들어간지 이미 오래,,직선주로가 나타나자 녀석이
바싹 내 뒤를 따랐지만 녀석도 덩치가 있어 바로 추월은 하지
못하는 듯이 보였다..티코의 계기판이 꺾어진 지는 이미 오래전
커브가 나타났다..내리막에다가 커브 다음의 시야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 반드시 속도를 줄여야 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악셀에서 발이 떨어지면 놈은 나를 밀치고
나가버린다는 생각에 핸들에만 힘이 잔뜩 들어갔다
어차피 차들이 별로 없었기에 아웃코스를 탄다는 생각으로
1차선 쪽 중앙분리대에 가까이 붙었다가
코너를 돌며 갓길까지 밀려 나갔다,,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4륜이지만 FR로 달리구 있는 녀석은 1차로쪽에
가까이 붙지 못했다..잘못했다가 오버스티어라도 나면
카운터를 쳐보지도 못하구 저세상으로 갈테니까..
하지만 바로 나타난 오르막 직선길..토크에선
디젤을 따라갈 수가 없다,,게다가 배기량의 차이는
무려 4배까까이 되는데..
오르막에서 속도가 140까지 떨어졌다
놈도 다시 나를 바싹 뒤?기 시작했다
영화같은데서 보면 5단 기어로 최고속도를 내다
오르막에서 4단으로 쉬프트 다운한뒤 고알피엠을 쓰며
토크와 속도를 동시에 잡던 장면들이 자주 나오는데
그럴수가 없었다,,4단이 최고이고 4단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3단으로 기어를 내리면 차는 터지고 나는 죽는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4단을 썼지만
수동 4단 기어를 쓰는 63년산 애스턴 마틴-DB5도 있지 않은가!!
녀석도 오토이니까 어차피 불리한건만은 아니였다
오르막이 끝나고 바로 S자 커브가 나타났다
커브를 돌자마자 눈앞에서 확 나타나는 덩치
고속도로의 무법자 금호고속社의 '기아GRANBIRD'우등버스가
2차선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버스와의 거리는 불과 200여미터,,지금 이속도로는
7초후엔 어떻게든 비켜가야 하는데..갑자기 녀석이
1차선으로 나를 추월 하려는 것이었다
'왼쪽 커브에서 버스 바로 뒤까지 간 다음
다음 오른쪽 커브가 나오기 직전에 1차선으로 추월을 하면
어떨까?? 아니야 그러다가 뒤에 저녀석이 미친척하고
달려 나오다가 비켜주지 않으면 그대로 버스에 들이박고 만다
만일 추월할 여유가 되더라도 RR인 저 버스가 커브를 돌며
뒤쪽이 1차선쪽으로 밀고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시간은 없고 생각할 여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만
결단은 내려야 했다,,커브와 버스 때문에 1차선 쪽은
앞쪽의 상황을 거의 보지 못했지만 갓길은 그나마
상황 파악이 되고 있었다,,50미터도 채 남겨두지 않고
갓길로 버스를 파고들어 추월하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데로 버스가 크게 커브를 돌며 1차선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내가 갓길쪽으로 파고드는 것을
보았는지 여유를 두며 커브를 돌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로인해 녀석은 추월하지 못하고 결국 뒤로 빠졌다
1차전은 내가 이긴 것이었다
직선주로에서도 160가까이 유지하고 달리다
언덕길에서 속도가 떨어지자 멀어졌던 녀석이 이번엔
작정을 하고 달려 오는지 추월을 할듯한 기세였다
이에 질세라 젖먹던 힘까지 분출하며 엑셀을 아에
쿡 눌러 버리자 공랭식 포르쉐 엔진의 소리와 흡사하게
변해버린 티코의 엔진이 터질듯이 피스톤 운동을 하였다
그러나,,역시 한계는 여기까지 였다
추월 당하고 ?아가는 신세가 되어
꽁무니라도 보자는 의미에서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
과속 카메라에서 움칫했는지 다시 가까워 졌고
커브와 커브를 지나 드디어 추월할 기회가 생겼다
1차선으로 들어가 녀석을 추월 하려는데 녀석도 같이
1차선으로 들어왔다,,한번 따낸 선두 자리를
내어주기 싫타는 레이서들의 심리전인 마냥 신경이
곤두서는 순간이었다..
녀석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이내 1차선 앞쪽에
느릿느릿 가고 있는 세피아 한대가 눈에 들어왔다
세피아는 2차선으로 들어가 코란도에게 길을 터주고는
다시 차선을 1차선으로 들어 왔는데 내가 뒤에 다가서자
비켜 주질 않았다,,세피아도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었다
졸지에 3대의 배틀이 시작되었다
세피아도 탄력을 받았는지 150은 족히 나가 보였고
세대 모두 광란의 질주를 하고 있는 사이 알게 모르게
검정색 무쏘와 녹색 소나타도 대열에 합류했다
성난 소처럼 마구 튀어 나가던 코란도가 선두에 섰다가
무쏘에게 추월 당하고 추월 하기를 몇번..갑자기 무쏘와
세피아가 속도를 줄이더니 이내 코란도도 속도를 줄였다
혼자만 140을 유지하고 가다 몇백미터 앞에서 발견한
이동식 카메라!! 순간 악셀에서 자연스레 힘이 빠지고
속도는 엔진브레이크 효과로 순식간에 130이하로 떨어졌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최고 시속은 110km/h
거기에 10% 추가 속도 오차를 생각하면 120초반대 까지는
괜찮다는 뜻이었지만 그렇게 괜히 두근거리기를 몇번..
순식간에 선두로 달리던 나는 죄다 추월을 당하고
갑자기 밀려오는 피곤함에 가까운 휴게소를 찾아
들어갔다..배틀은 끝이 난 것이다
버스 우측으로 파고 들었던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FF특성 때문에 언더가 나면 자칫 잘못해서
방벽에 들이 박을수도 있었던 상태였거늘..베짱으로
핸들 꽉 잡고 악셀에 힘주었던 그 상황이 잊혀지질 않았다
티코는 진정한 스포츠카다..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운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차이며
간결한 옵션으로 달리기에 불필요한 것들을 모조리
없애 더욱 스포티한 티코는 작은 거인 최강 머신이라 불릴만 하다
최근 스트럿바를 달고 브레이크를 전부 손본뒤
가까운 와인딩 코스 도로를 달려 보았다
탄탄해진 핸들링 맛이 죽음이었던 그 순간을
티코와 함께 하고 있어서 참 좋았다..오랬동안 간직할 티코는
내 소중한 것들 중에 그렇게 하나가 되가고 있다
-재밋어서 퍼왔습니다 ㅋㅋ 출처는 잘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