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혼다 혼다 해서 평소에 많이 궁금하던차에,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아큐라 RSX를 타 볼 기회가 생겼다.
시승한 차량은 흡배기와 칩튠을 통해 다이나모 200마력을 상회하도록 업그레이드 된 차량이었다.
시트와 미러, 핸들등을 조절한후 본격적으로 시승을 시작하였다. 8500까지 허용하는 이 엔진은 마치 오토바이처럼 급하게 바늘이 치솟는다.
수퍼카들처럼 가슴을 때리는 가속감은 없지만, 고회전 영역까지 끝까지 꾸준하게 밀어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오토바이같은 가볍게 치고나가는 재미, 고회전을 사용하는 재미는 나쁘지 않았으나, 뭔가 감성이 부족한듯 느껴졌다.
대배기량이나 과급차에서 뿜어져나오는 풍부한 토크가 아쉬웠기 때문이리라. 혼다는 VTECH를 통해 낮은 배기량으로 높은 출력을 만들어 내는데는 성공했으나, 시내주행이나 일반적인 주행에서 사용되는 영역은 보통의 2천cc 차량들과 다를바가 없었다. 이 구간에서는 그저 그런 차다.
이 차의 묘미를 맛보려면 6천이후 캠시프트가 이루어지는 고회전영역을 항시 사용해야 하는데, 작정하고 달리는 일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도로에서 이 영역을 사용할 기회는 흔치 않은듯 하다. 차주 또한 이점을 인식하고, 미국에서 RSX용 터보킷을 들여올것도 고려중이라고 한다.
이 차를 왜 타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이 차를 써킷에서 아마츄어 레이싱용으로 탄다면 이 가격에 더이상의 대안은 없다. 주말 폭주족용으로도 그만이다. 바이크를 타다가 여건이 안되어 승용차로 넘어오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권할만 하다.
그러나 일상적인 생활에서 여유로운 출력을 즐기며, 때로는 주인이 원할때는 경쾌한 달리기를 선사할 수 있는 멀티-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불합격점을 주고 싶다. 과연 우리나라 도로 여건에서 이런 차를 유지하면서 스트레스 안받고 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고속주행 급거동시 독일차들과는 또다른 느낌의 불안한 서스펜션 또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것이다. FF의 한계인가?
이 까탈스런 차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정밀 시승을 통해 본인과의 궁합이 잘 맞는지부터 따지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