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성난 황소의 질주' 람보르기니 국내 첫 시승
src="http://static.ak.fbcdn.net/connect.php/js/FB.Share" type=text/> 입력 : 2011.06.03 16:10
src="http://biz.chosun.com/js_new/btn_art.sj" type=text/>이탈리아 수퍼카인 람보르기니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투우(鬪牛) 로고 만큼이나 저돌적이다. 엔진 소리는 거칠고, 가속능력은 뿔을 세우고 돌진하는 황소처럼 호쾌하다. 급속한 코너링을 돌 때면 4개의 바퀴가 지면을 움켜쥐듯 단단한 선회능력을 보여준다. 시속 250km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 중에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순식간에 속도를 줄인다.
겉과 속이 같은 차다. 외관을 보면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듯 높이가 낮고 좌우로 넓다.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공기저항계수를 낮춰야 한다. 차가 앞으로 달릴 때 마주하는 바람을 맞게 되는 차의 면적이 적을수록 달려나가는 성능은 향상된다. 때문에 이 차의 외관은 날카롭고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람보르기니는 직접 운전을 할 기회는 물론, 길에서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차다. 최소 3억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에다가 유류비 및 소모품 교체 등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이 차를 한국에 공식 수입하는 람보르기니서울은 올해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며 마케팅 확대를 위해 3일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 언론과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첫 시승 행사를 열었다.
시승에 사용된 차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50-2. 총 8대의 차량이 동원됐다. 시승 차량이 많지 않아 중국과 오스트리아에서 각각 2대씩, 한국에서 4대를 동원했다. 이 차를 몰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을 위해 이탈리아 본사에서 전문 드라이버와 스탭들이 파견됐다. 람보르기니를 타고 트랙 위를 달린 소감을 적는다.
◆ 시속 100km까지 3.9초… 폭발적인 가속능력
어떤 차인지부터 살펴보자.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50-2. 차명의 숫자 ‘550’은 이 차의 최고 출력을 뜻한다. 뒤의 ‘2’는 이륜구동(2WD)이라는 얘기다. 이 차는 후륜구동 방식이다. 10기통 V형 5.2L(리터)급 엔진을 달았다. 아우디의 스포츠카 R8 V10과 같은 엔진이다. 람보르기니와 아우디는 둘 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일원이다. 태생 자체는 같은 셈이지만, 자동차는 같은 엔진과 부품을 달고도 세팅에 따라 성격이 천차만별로 바뀐다.
이 차는 기존 모델인 LP560-4에서 최고출력을 10마력 낮추고 후륜구동을 채택해 가격을 낮췄다. 200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LP550-2 발렌티노 발보니의 양산형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2억9000만원대로 람보르기니 모델들 중 가장 싸다. 전세계에서 단 250대만 판다.
최고속도는 시속 320k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3.9초가 걸린다. 차량 무게는 1380kg. 사륜구동(4WD)을 떼어내 무게가 30kg 줄었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L당 7km 안팎. 수퍼카 반열에 드는 고성능차임을 감안하면 의외로 연비가 좋다. 차가 가벼워진데다가 이륜구동이 사륜구동보다 연료소모가 적기 때문이다.
이런 설명들이 큰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타보면 알게된다. 이 차를 탈 때 운전자의 오감은 엔진소리와 운전대의 움직임. 눈을 스치고 지나가며 빠르게 흐려지는 풍경과 춤을 추듯 움직이는 속도계를 좇는 데 주력한다.
◆ 첨단 전자제어장치 적용으로 주행 안정성 높여
차를 타는 과정부터가 남다르다. 운전자의 옆구리를 깊숙이 감싸주어 신체의 좌우 흔들림을 줄여주는 바구니 모양의 버킷시트가 차 안에 길다랗게 누워있다.
반쯤 누운 자세로 차에 타고 나면 수많은 버튼들과 독특한 형태의 운전대가 눈에 들어온다. LP550-2는 일반적인 자동차에 달려있는 게이트 방식의 변속기가 없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걸면 차는 중립 모드가 된다. 운전대 주변에 달려있는 패들시프트(운전대 양 옆에 있는 버튼을 손가락으로 눌러 기어변속을 가능케 하는 장치) 왼쪽 버튼을 누르면 1단이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변속을 하거나, 아니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오토(Auto) 버튼을 누르면 차가 자동으로 변속한다.
운전대는 알파벳 D를 왼쪽으로 90도 눕힌 모양이다. 스포츠 주행에서는 운전대를 신속하고 깊게 꺾어야 할 때가 생긴다. 이 때 운전자의 허벅지에 운전대가 가급적 닿지 않고, 운전대를 좌우로 얼마나 휘감았는 지를 곧바로 알게 하기 위해 이 같은 모양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룸미러를 통해 보이는 후방 시야는 좁다. 낮은 차체로 인해 뒷유리창이 거의 누워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시야 확보를 위해서인지 사이드미러는 크게 디자인했다.
이 차의 엔진은 차체 뒷쪽에 달려있다. 포르쉐나 페라리 등 스포츠카는 이처럼 엔진을 후방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엔진을 완전히 뒤로 밀어넣은 리어십은 아니고, 뒷좌석과 트렁크 끝선 중간에 배치한 미드십 형태다. 차의 중간 부분에 무게중심이 모이기 때문에 관성이 적어지고 방향전환이 빨라진다.
또 차체 앞뒤의 무게 배분이 이상적으로 이루어져 운동성능이 향상된다. 트렁크를 차 앞부분에 배치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적재공간이 줄어든다는 것과 제작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LP550-2는 더군다나 차체 선회능력이 뛰어난 후륜구동 방식이다. 후륜구동과 미드십이 어우러져 코너링 성능을 극대화했다.
첫 번째 시승 코스는 급제동과 급선회를 거듭하는 코너링 구간. 기어 단수를 올려가며 엑셀을 밟다보니 눈 깜짝할 새에 시속 130km에 도달했다.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차를 잘 세우고 회전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차는 의외로 유순하게 제동페달과 운전대에 반응했다. 날카로운 엔진소리를 내며 부리나케 달려 나가다가도, 삼각뿔에 맞춰 운전대를 급격히 돌리면 차체의 큰 쏠림 없이 매끄러운 회전능력을 보여준다.
수 차례 코너링 구간을 지난 뒤 본격적으로 오벌(Oval·타원)형 고속주행로에 올랐다. 오벌형 주행로의 특징은 곡선 구간에서는 도로가 왼쪽으로 기울어 운전대를 틀지 않아도 적정 속도를 유지하면 자연스럽게 구간을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시속 150~190km 정도의 속도로 운전대를 틀지 않고 곡선 구간을 달리니 차는 차선을 따라 정확히 달려나갔다.
가속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직선 구간에 들어섰다. 마음놓고 엑셀을 밟으니 이 주행로의 안전 제한속도인 시속 250km에 금세 도달했다. 지칠 줄 모르고 올라가는 속도계를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LP550-2를 시승하면서 특히 주행 안정성이 높다는 인상을 받았다. 급격한 코너링에도 차체는 좀처럼 중심을 잃을 줄 모른다. 후륜구동 스포츠카에 최적화된 차체자세제어장치(ESP)를 개발해 적용했기 때문이다. 운전대가 움직이는 방향과 차가 나아가는 방향이 예리하게 일치한다.
주행 모드는 노멀, 스포트(SPORT), 코르사(CORSA·이탈리아어로 질주) 3가지가 있다. 노멀 모드는 매우 안정적이다. 스포트 모드는 서스펜션(현가장치)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코르사 모드를 선택하면 운전자가 차체의 미끄러짐 정도를 좀 더 가파르게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코르사 모드로 270도 정도의 헤어핀(급격한 곡선 구간) 구간을 지나가면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짜릿한 드리프트(뒷바퀴를 미끄러뜨려 신속한 방향 전환을 가능케 하는 운전기술)를 경험할 수 있다.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차의 성격이 안정성과 역동성을 오갈 수 있는 것이다.
◆ 여전히 높은 가격… 수퍼카 수요 넓히려는 의지 돋보여
자동차는 운전자의 필요에 따라 단순한 이동수단일수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흥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람보르기니를 구입하는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운전에서 즐거움과 짜릿함을 찾으려는 이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수퍼카는 계속해서 생산된다.
람보르기니는 여전히 일반적인 소비자층이 구매를 고려하기 어려울만큼 고가의 브랜드지만, 가야르도 LP550-2는 성능을 약간 줄이는 방식으로 람보르기니의 다른 모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람보르기니의 이 같은 개발 동향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운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수요층의 한계는 있겠지만, 저가 모델을 투입해 시장을 넓히려는 개발사의 의지는 좋은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존 고객들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측면도 있다.
버톨리 지나르도 람보르기니 한국·일본 지사장은 “한국 수퍼카 시장은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 “다양한 모델들을 선보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올해 10대 이상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성능은 명불허전(名不虛傳).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라지만 소유에 대한 현실감은 없다. 여전히 람보르기니는 ‘꿈의 차’였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짧은 낮잠에서 일어난 기분이다. 귓가를 파고들던 강렬한 엔진소리가 여전히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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