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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여 전이다. 내가 갓 911을 산지 얼마 안 돼서 중미산을 갔을때다.
중미산 가는 길에, 남양주톨게이트 우측에 앉아서 뭔가를 만들던 노인이 있었다.
사실 항상 궁금했다. 톨게이트 갓길에서 노인이 만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오늘은 용기를 내서 노인이 만들고 있는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로 했다.
"영감님 지금 만들고 있는게 뭐예요?"
"오리궁뎅이라고 자네같은 사람들 한테 꼭 필요한 거지. 허허허"
하. 이거뭐야. 노인이 말한 오리궁뎅이는 911 덕테일을 말하는것이었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허허허 이거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분당 센터 가서 주문하슈."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내 차에 잘 맞춰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사실 테큅먼트로 주문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911 주문할때나 옵션을 넣을 수 있는 물건이고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한다.
일단 노인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내 911에 오리궁뎅이를 맞추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맞추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칼같이 맞았는데, 자꾸만 더 맞추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중미산 일호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사장님과 이범선한테 계속 전화가 오고 있었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맞추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쓸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맞춘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친구들이 기다린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하시우. 난 안 하것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일호집에 내 열무국수는 이미 다 불어서 못먹을꺼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한테 미안하다고 전화를 했다.
"그럼, 마음대로 맞춰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오리궁뎅이를 맞추려면 제대로 맞춰야지, 맞추다 말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맞추던 오리궁뎅이를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오리궁뎅이이랑 바디랑 맞춰서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키를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바디와 오리궁뎅이다.
불어터져버린 일호집 열무국수를 생각하니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商道德)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남양주톨게이트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오리궁뎅이 장착 후 중미산 타임어택을 해보고 나서 시배목에 동영상을 올렸다.
시배목 사람들은 자세도 예술이고 랩타임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야단이다.
시배목 사람들의 설명을 들어 보니, 오리궁뎅이가 테큅먼트로 나오는것도 아니고 스피드옐로우색을 맞추는게 쉬운일이 아니란다.
게다가 출고 당시 순정이라 해도 될만큼 너무나 완벽한 시공이라는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물건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예술과도 같은 오리궁뎅이를 만들어 냈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순정 테큅먼트같은 오리궁뎅이가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소호정 안동국시에 탁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중미산 가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남양주톨게이트를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광고판 끝으로 흰 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저 구름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오리궁뎅이를 맞추다 유연히 광고판 끝에 구름을 바라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 도연명(陶淵明)의 싯구가 새어 나왔다.
그 노인의 뒷모습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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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깍는 노인 패러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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