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습니다. 페라리가 세계으로 사랑을 많이 받는 브랜드인 만큼 저도 팬으로서 이번 구조조정이 미치는 영향과 그 결과에 예의주시 하고 있습니다. 상업적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하는 페라리가 구조조정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하게 된 배경은 뭘까요? 우리가 사랑하는 페라리 차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측해봅니다.
페라리는 지난 20년간 꾸준한 매출상승을 통해 제2의 황금기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양산차 라인업은 어느 한 모델 빠짐없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브랜드 사업도 새로운 수익창출 사업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페라리 브랜드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자동차 업계 선두권을 잡고 있고 유럽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88년의 페라리는 지금의 모습과 대조되는, 다소 불안한 미래를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엔초 페라리가 세상을 떠나면서 경영 구조 개선에 난항을 겪으면서 양산차와 F1팀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었습니다.
그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인물이 바로 Luca di Montezemolo 회장(이하 몬테제몰로 회장)이었습니다. 70년대부터 페라리에 몸담은 몬테제몰로 회장은 엔초 페라리의 비서로 시작해 스쿠데리아 페라리 F1팀 매니저로 활동했으며 80년대 음료(Cinzano)와 스포츠(이탈리아 월드컵 위원장)을 넘나드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1991년 페라리에 복귀해 회장직을 맡았고 그 후 페라리의 매출이 10배 상승했고 연간 차량 판매 대수를 3배 이상 상승시키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돌연 페라리 회장직 퇴임을 발표했고 지난 10월 13일 자로 회장직을 내려놨습니다. 23년간의 회장직 계약이 아직 3년이나 남아있었고 재정적 호황을 누리는데도 그가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뭘까요.
그 시작의 발단은 페라리의 지분 구조에서 시작됩니다.
잘 알려진 대로 페라리는 1969년부터 피아트 그룹사 소속입니다. 지분 구조는 피아트가 90%, 엔초 페라리의 아들인 피에로 페라리가 10%를 점유하고 있는데요, 피아트는 2009년부터 크라이슬러 그룹을 인수하는 과정을 시작해 올해 10월, 5년간의 사투 끝에 크라이슬러 인수를 마쳤습니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는 FIAT CHRYSLER AUTOMOBILES(이하 FCA)으로 재구성되며 지난 10월 13일, NYSE 뉴욕 증시에 상장되었습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두고 절반 이상의 주식을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 증시에 풀면서 사실상 페라리도 미국 회사 소속이 되었습니다.
이런 새로운 FCA 브랜드 전략은 물론 높은 수준의 투자금이 필요합니다. FCA는 2019년까지 무려 6.5조원($60 Billion)이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있는데 이 정도 규모의 투자유치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양상이고 결과적으로 "페라리 주식상장”이라는 카드를 들었습니다. FCA의 페라리 주식 점유율을 80%로 내려 회사의 10%를 시장에 풀게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증시에 상장되는지에 대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단 10%의 주식만으로도 페라리 고유의 기업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32%로 FCA외 최대 주주인 피아트 창업자 아넬리 집안의 지주회사가 페라리 지분 매수협상에 수십년째 실패함에 따라 증시에 풀릴 페라리 지분을 모두 사들일 계획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루머일 뿐인듯합니다.
몬테제몰로 전 회장은 과거 페라리의 증시 상장을 막기 위해 싸웠던 것으로 유명한 인물인데 FCA와 페라리 경영권에 대한 불화가 심화하어 결국 몬테제몰로 전 회장이 퇴진을 강행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르지오 마르키오네 FCA 회장은 페라리가 FCA 그룹에서 더 적극적인 기술지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여러 번 표명했고 폭스바겐 그룹내 포르쉐와 비슷한 "첨단 기술 연구소”로 만들고 싶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식상장에 따라 의무적으로 발표하게 되는 분기별 실적 발표는 페라리 경영 문화와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실적 발표의 시장 반응이 주가에 직접 반영되는 만큼 페라리의 경영 자립에 심한 훼손이 생깁니다. 게다가 F1에서 가장 큰 예산을 쓰는 회사이기도 한데 F1 시즌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투자가 투자자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습니다.
이렇듯 페라리의 지분구조와 경영 철학이 변화하고 몬테제몰로 전 회장이 퇴임하는 상황은 페라리 기업 전체에 파문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몬테제몰로 전 회장은 평소 친분이 깊은 페르난도 알론소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로 스쿠데리아 페라리 계약 조기 해지를 시켜줬다는 후문입니다. 순식간에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에이스 드라이버를 잃었고 이 틈을 타 레드불F1의 세바스찬 베텔이 페라리 이적을 확정한 상태입니다.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전 팀매니저 스테파노 도메니칼리는 지난 4월 성적 저조를 이후로 스쿠데리아를 떠난 후 아우디에 합류했다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아우디 입사는 사실로 드러났으나 양산차와 르망에 이력이 없는 인물이 아우디로 이적하면서 아우디의 2016년 F1 진출 루머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게다가 알론소는 2015 혼다 엔진 데뷔를 준비중인 멕라렌과의 계약협상에서 1년 계약 조건을 고수하고 있어 2016년 아우디 F1팀 합류설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페라리 고위인사의 이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몬테제몰로 전 회장의 공식 퇴임 바로 다음날 페라리 양산차 개발 최고 책임자인 로베르토 페델리가 BMW M으로 이적을 위해 사표를 냈습니다. 로베르토 페델리는 페라리 양산차 부문의 경량화를 이끈 주역으로 360 모데나에서 시작된 알루미늄 모노코크 개발로 명성이 있는 인물입니다. 최근에는 라페라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FF의 페라리 특허 사륜구동 시스템 개발 총책임자로서 페라리 기업 넘버3인 인물이었습니다.
최고 경영자와 페라리 팀 매니저와 에이스 드라이버, 양산차 개발 책임자를 잃고 경영권까지 흔들리고 있는 페라리, 우리가 사랑하는 양산차에는 어떤 영향이 올까요? 지금까지 가장 확실한 정보는 연간 생산 댓수를 현재의 7000대에서 10000대로 올린다는건데 이는 신규 라인업 없이는 불가능한 타겟입니다. 언론계는 극단적으로는 페라리 SUV에서 보수적으로는 과거 Dino급, 혹은 복스터급의 6기통 미드쉽 스포츠카를 점치고 있는데 페라리 규모의 작은 회사가 최소한의 투자로 연간 3만대나 만들어 팔 수 있는게 스포츠카와 SUV 둘중 어느 건지는 포르쉐의 사례가 너무나 확연히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페라리 고유의 사륜구동 특허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FF만으로 개발비를 회수하긴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확실한 변화는 자연흡기 엔진을 더 이상 만들기 힘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환경규제 강화와 자연흡기 엔진 특성상 낮은 연비 때문입니다. 자연흡기 엔진이 사라지는 현상은 자동차 업계 전반적인 현상으로 포르쉐와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조차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는 페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캘리포니아T의 V8 터보 엔진이 458 후계차에 장착된다는 소식은 이미 오랜 얘기고 라페라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같은 V12 엔진을 사용하는 F12와 FF에도 장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페라리는 V8 터보 라인과 자연흡기 V12 하이브리드 라인으로 새롭게 구성되면서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 시킬것으로 예상합니다.
모든 라인업을 터보 혹은 하이브리드로 가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해석됩니다. 페라리는 80년대 터보를 많이 썼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터보 페라리가 당장 다소 어색하더라도 터보라는 부품이 “불순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페라리 고유의 사운드를 염원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이는 터보 엔진 사용으로 분명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파가니나 F1, 혹은 누군가가 터보 엔진의 사운드 문제를 해결하길 기다렸고 연속된 실망을 페라리 조차도 켈리포니아T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라페라리의 자연흡기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 조합이 분명 사운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긴 하지만 차량 가격에 심각할 정도로 인상이 필요합니다. 라페라리가 엔초 페라리의 신차가 물과 환산 대비 50% 이상 인상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라페라리의 V12 엔진이 절반 이하 가격의 F12, FF의 것과 상당부분 유사한 부분을 들면…. 그렇죠, 라페라리급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가격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프리우스나 테슬라 생각하면 안 되나 봅니다.
그렇다면 현행 V12 라인업이 하이브리드화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을 텐데 멸종위기의 자연흡기 사운드, 특히 페라리 고유의 V12 사운드를 살린다는 것 만으로도 상품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직 람보르기니는 V12으로 규제를 어떻게 만족할지 발표는 안 했지만 이번에 아스테리온 컨셉을 통해 하이브리드 장착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자연흡기 엔진 + 하이브리드 시스템 조합의 미래를 제시하는 차는 아이러니하게도 라페라리 보다는 포르쉐 918 스파이더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때 페라리는 F50을 통해 F1 엔진을 디튠해서 판매했던 적이 있었죠. 지금처럼 환경규제가 엄격한 시대에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만 이를 현실화한 건 페라리나, 멕라렌, 부가티가 아니라 포르쉐입니다. 포르쉐는 LMP2급 RS Spyder 프로토타입의 레이스용 V8 엔진에다 기가 막힐정도로 극단적인 배기 구성으로 양산화에 성공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입니다. 환경기준, 즉 배출가스와 연비, 소음 기준이 강화되었다지만 그 측정 방식은 하이브리드가 아닌, 내연기관 엔진에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배출가스와 연비, 소음은 모두 특정 스피드와 거리(정확한 데이터는 생략)를 기준으로 측정됩니다. 하지만 918 스파이더처럼 레이스엔진을 장착했음에도 시동이 걸리지 않은 채 배기가스와 소음 없이 규격 스피드와 거리를 만족한다면….. 그렇습니다 통과입니다.
이렇게 풀어보면 상당히 단순한 우회전략으로 보이지만 포르쉐가 돈빨(?)이 있기에 쓸 수 있는 수법입니다. 페라리와 멕라렌은 회사 사정상 포르쉐의 플러그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 투자를 따라갈 수 없기에 기존 차량 엔진에 약소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는, 한때 말 많았던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구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근 미래의 V12 하이브리드 페라리들이 포르쉐 918 스파이더와 같은 극단적인 엔진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우선 그런 하이퍼카급 가격에 팔 수 없을뿐더러 그때쯤엔 아마 규제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V8 터보와 자연흡기 V12 하이브리드, 그리고 진짜 생길지 모르는 SUV까지… 포르쉐는 이런 변화를 이미 겪었고 우리나라에서 포르쉐가 가장 많이 보이는 곳이 백화점 문화센터 주차장이 되었죠. 페라리라고 이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몬테제몰로 전 회장의 퇴임으로 이제 없습니다. 이런 페라리의 변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Ghepardo -
http://blog.naver.com/ghepardoblog/220172160984
오늘밤 꿈 잘꿔야징~ㅋ
폭스바겐 그룹 차원에서 WEC(르망 포함)에서 아우디는 발 빼고 포르쉐 밀어주는쪽으로 정했다는...
이제 그쪽은 토요타 VS 포르쉐 싸움이고여... 아우디는 F1가서 굴러아죠.
안녕하세요~ 아우디에서 아직 공식발표가 없어서 본문에 추가하진 않았는데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영입했다는거 컨펌 했으면 말다한거죠. 아마 알론소 거취문제가 정해져야 발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문대로 레드불을 통째로 인수할지 궁금하네요.
그래도 복스터같은 차들이 현실적인 꿈이 되는건 좋은 거겠죠? 애만 안낳으면 가능할지도... ㅋㅋ
그래도 한가닥 희망적인건 FCA가 마세라티를 침체에서 끌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블리 출시가 1년도 안된 시점이긴 하지만 마세라티가 이렇게 돈을 많이 번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에요. 레반테 suv까지 나오면 포르쉐 부럽지 않은 상황역전에 성공할 듯 합니다. 이렇게 마세라티가 잘되면 동생뻘인 알파로매오 구제계획에도 힘이 분명 실릴꺼라 믿습니다. 3시리즈 라이벌로 줄리아 세단이 내년 4/4분기애 공개된다는데 어쩔 수 있나요 믿어봐야죠. ㅋㅋ 알파로메오가 기지개를 피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차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길 바래야겠네요
피아트는 마세라티도 제대로 관리좀...
페라리에 엄청난 방향을 불러올거에요.
그리고
어쩌면 지금 458 스페샬과 라페라리, 베를리네타를 지금 당장 망설임 없이 사야할지도...
마르치오네는
딱 구상이 폭스바겐이 포르쉐 외 다른 자회사를 두는것처럼
대규모 기업형식으로 운영하겠다는건데
거기에
+ F1에서 페라리의 전성기를 다시 살리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그래서
운용자금을 구해야하는거고
당연히 페라리 주식까지 뉴욕에
상장하는거고...
하지만
이건 예외적으로
페라리에는 정말 안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지금
솔직히
FCA 와 다르게 페라리를 아예 독립적으로
운용하는게 서로에게 윈윈일텐데...
페라리는 이미 한정적 생산으로도
순수익도 잘 내고
꿈의 브랜드로 넘사벽으로 커지고있는 상태인데, 주식상장이라니............
이건 자칫 제품 퀄리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최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꿈의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타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잘하겠죠.
주주들도 대부분 페라리 갖고있겠고,걔네들도 페라리 많아지길 원치않을수도 있으니까.
권력 쌘 유명인들도 많고
여담이지만 f1이 요즘 베텔 이적? 알론소 이적? 버튼 이적&은퇴? 등등 말이 많지요~
페라리=알론소=페라리는 딱 올해까지만.
내년 f1. 과연 페라리가 어떤 차량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아우디 F1이라니... 개인적인 소망은 포르쉐의 F1 복귀였는데. 흑흑 아쉽네요!!
그나저나.. F1에서 앞으로의 페라리는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기대반 걱정반..
F14T가 워낙 느려서 내년을 기약 했었는데, 이런 내막속에서 어떻게 변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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