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 공원 무료급식소앞.
뜨거운 볕을 겨우 막아주는 간이천막아래
세월의 손때 묻은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와중에
자원봉사자들과 무료급식소 소장은 식사준비로 분주하다.
그에비해 줄을서서 기다리는
태극기를 옷처럼 걸친 수꼴영감들은
느긋하게 시간이 흘러 식사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릴뿐
자기들끼리 어깨를 쳐서
자신이 서있는줄 앞뒤사람을 불러가며
신나게 이야기 꽃이 한창이다.
이야기 주제는 항상 반복하는 빨갱이타령과 애국이야기.
매일 똑같은 이야기지만 해도해도 그들에게는 재미있는주제다.
"빨갱이놈들은 각계각층에 깔려있어! 빨갱이 아닌척 하고있지만 우리눈을 속일순 없지 암!"
"문재인도 빨갱이 조국도 빨갱이 박원순도 빨갱이야!"
"젊은놈들은 애국이 뭔지 몰라! 빨갱이 잡는게 최고의 애국!"
수꼴영감들마다 한마디씩 매일하던 이야기를 반복하던중에
말빨과 나이에서 밀려서 말없이 듣기만하던
연신내 김영감도 끝내 한마디를 하고싶었던지
큰목소리로 한마디한다.
"요즘 문재인과 조국이 시끄럽지만
그중 최고 빨갱이는 박원순이야!"
듣기만하다 목소리를 내서인지,
너무 큰소리로 말을하게된 연신내 김영감.
모든 태극기 수꼴영감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연신내 김영감의 다음말을 기다린다.
모두의 시선을 받게된 연신내 김영감,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그의 기분도 싫지만은 않다.
내친김에 다시한번 큰소리로 김영감이 외친다.
"박원순은 무상급식했잖아! 무상은 빨갱이야!"
그순간 주위의 모든 수꼴영감들의 얼굴빛이 흐려진다.
수꼴영감들 자신이 무료급식을 기다리고있지않은가?
하지만 눈치없는 연신내 김영감은 이미 신이 나버린상황,
말을 멈추지않는다.
"공짜로 주면 일을 하지않아!
빨갱이의 속임수지! 일안해도 무상으로 주면 누가일을해?"
주위 수꼴영감들의 얼굴로 퍼져가는 낭패스러움.
그중 한영감이 나서서 김영감을 달래듯 말한다.
"아 무상은 빨갱이맞지.. 암.. 맞고말고..
근데 지금 우리는 무료식사를 받고 있는게 아니고..
아.. 음..
그러니까 대접을 받고있는것이지. 나라 걱정많이하니까.
그렇지 우리가 나라걱정 많이하니까 대접받는거지 우리는..."
그말을 듣고도
눈치없는 연신내 김영감은 말을 멈추지 않으려하나
이제 아무도 연신내 김영감의 말을 들어주지않는다.
줄앞사람 어깨를 두드려도 돌아보지않고,
뒷사람도 김영감이 돌아서서 바라보면 외면한다.
드디어 시작된 점심식사
메뉴는 잔치국수.
줄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국수를 담아주는 무료급식소 소장을 향해
줄이 줄어들수록
왠지 연신내 김영감의 심사는 뒤틀려간다.
자신의 생각에는 자신의 말이 틀리지않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국수를 담은 그릇을 건네주는
무료급식소 소장 앞에 도달한 김영감.
건네주는 그릇을 받을 생각도 않고
큰소리로 무료급식소 소장에게 말한다.
"당신 빨갱이 아니야?"
"네?!?"
당황스러운 표정의 무료급식소 소장.
"공짜로! 무료로! 주니까 당신 빨갱이 아니냐고!
박원순처럼!"
식사중인 수꼴영감들중에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크게 한숨을 쉬는 사람도 보인다.
사태를 파악한 급식소장은 화가나서 말한다.
"무료가 싫으시면 영감님은 돈내세요!
원가만 받겠습니다 1500원만 주세요!"
그제서야 당황한 연신내 김영감.
여전히 목소리는 크다.
"아니 왜 나만 내야해? 다른사람들은 안내는데!"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급식소장이
국수국물을 뜨던 국자를 내려놓고
식사중인 태극기 수꼴영감들에게 선언한다.
"이분이 공짜로 준다고 저보고 빨갱이라고 하니
내일부터 식사요금을 받겠습니다!
저는 빨갱이가 싫어요 빨갱이 안할거니까
내일부터는 돈 안내시면 식사도 없습니다!"
사람좋은 무료급식소 소장은
역시 다음날도 수꼴영감들에게 돈을 받지 않았지만
연신내 김영감은 무료급식소 줄에 보이지 않았다
이날의 빨갱이 사건후
태극기 영감들에게 둘러싸인 연신내 김영감이
탑골공원 구석진곳으로 끌려가는걸 본 사람은 있었지만
끌려가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수가 없었다.
그후 서울역 광장에서 연신내 김영감을 봤다는둥,
엄마부대 집회 귀퉁이에 여장을 하고 끼어있는
연신내 김영감을 봤다는둥.
그런 황당한 소문이 잠시 돌았을뿐.
그의행방은 알수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사라진것이다.
공기중에 흩어진 한번의 방귀처럼.
모두가 알지만 쉽게 애기하지많는
상황을...
최고입니다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국방의의무를 다 할것 처럼 나데지만
세금만 축내는 세금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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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있네요
너무 재미있어욬ㅋㅋㅋㅋ 매주 한편씩 부탁드려요 ㅎㅎ
연신내 김영감을 봤다는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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