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노가다꾼들을 위한 달방 고시원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식사를 제공한다.

새벽에 아침밥을 해결하고 인력사무소로 나가라는 

고시원 원장의 배려다.

고시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장기입주자인 수꼴영감은

노가다꾼도 아니면서 새벽 일찍일어나

노가다를 나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아침을 해결하곤한다.

그러나..

오늘처럼 비가 오는날은 아침식사도 없다.

노가다 일이 없기 때문에 모두들 늦잠을 자기때문이다.

하지만 어제저녁부터 굶은 수꼴영감은

배가 고파서 잠을 잘수가 없다.

좁은 고시원 골방에서 나와 

아침부터 고시원복도를 배회하는 수꼴영감...

그때였다.

어디서 풍겨오는 삼겹살 굽는 냄새.

킁킁거리며 수꼴영감이 냄새를 맡아보니

202호 베트남 노동자방에서 풍겨오는 냄새다.

202호에 귀를 갖다붙이고 안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니

동남아 노동자들 몇명이 좁은 방에 모여

아침부터 삽겹살을 굽고있다.

이게 얼마만에 맡는 고기냄새인가?

수꼴영감은

"오늘은 기필코 고기를 몇점 씹으리라..."

하고 마음먹는다.

사실 방안의 노동자들과 수꼴영감은 

친하지도 않은사이.

뻔뻔하게 방에 들어가서 얻어먹을 친분은 없다.

그러나 수꼴영감은 방법이 있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연뒤 담배 한가치를 빌려달라고 하면

예의상 고기 한두점은 줄것이라는게 

수꼴영감의 속샘이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연 수꼴영감.

우걱우걱 삼겹살을 먹는 동남아 노동자들에게

담배 한가치를 빌려달라 청한다.

그러나

우걱우걱 고기를 씹으며 

수꼴영감을 쳐다보지도 않는 동남아 노동자들.

한참을 그렇게 군침만 삼키는 수꼴영감 앞에서

고기만 씹던 동남아 노동자들 중 한명이 

수꼴영감의 얼굴에 찌그러진 담배 한가치를 던져주며 

어눌한 한국말 발음으로 말한다.

"문 따다라 띱때끼야"

수꼴영감은 힘없이 돌아서서 

고시원 공용 컴퓨터로 걸어간다.

핏발선 눈으로 부동산 폭망글을 올리러간다.

문재인정권을 키보드로 심판하러 간다.

조용한 고시원 복도안

삼겹살 굽는 냄새속에서

배고픈 수꼴영감의 배에서 나는

꼬로륵 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