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일끝나고 할머니 무릎에 눕는 걸 좋아했습니다.
90 다 된 노인네 힘들까봐 머리를 무릎에 살짝 떼고 누우면 제가 좀 힘들긴 하지만 그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럼 하루에 힘들었던 일들과 괜한 짜증을 그렇게 내도 내 새끼하던 할머니가 저에게는 계셨습니다.
한국문화? 아무튼 그런 분위기때문인지 할머니랑 같이 산다고 하면 친할머니로 다들 생각하는데 외할머니십니다.
어머니가 외동이신데 누나 둘 그리고 아들은 저 이렇게 삼남매여서 옛날 분이라 그런지 유독 아들인 저에게 사랑을 더 주셨습니다.
음...위에서 제 짜증 다 받아 주신다고 해서 오해하실수도 있는데 유한 성품은 아니셨습니다. 저한테만 유하셨어요.
굉장히 불같고 어디서나 대장노릇하려는 아주 강한 성품을 지니셨어요. 그래서 어머니랑 다툼이 많았구요.
오죽했으면 성당에 다니시는 어머니께서 신부님 강론 중에 엄마라는 단어가 가장 짧은 기도라는 말에 공감을 못했다고 합니다.
방문 잠고 우신 적도 있고 소리치고 싸우는 모습은 뭐 매일 봤고...근데 정말 끝까지 모신게 용합니다.
저한테야 좋은 할머니고 착한 할머니지 저의 부모님께는 모지셔서 가끔 어떻게 이런데 모시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나마 아버지가 받아주셨는데 아버지께서도 몇 년에 한 번 정말 크게 화내실 때가 있으셨습니다.
그래도 결국 아버지께서 사과하시는...누가 봐도 할머니께서 잘못하신건데 ^^;; 아무튼 고집 중 최강똥고집을 가진 할머니셨습니다.
할머니의 이런 고집을 이길 사람이 그래도 집에 있었습니다. 누나들과 제가요. ^^ 물론 차이가 좀 있습니다.
누나들은 차근차근 설명하고 설득하는 반면 저는 같이 화를 내서 할머니가 작은누나에게 저는 소리친다고 말못하겠다고 했다네요.
지금 생각하면 죄송한 부분이지만 저희 할머니 돌아가시기 한 5년간은 어우...이 노인네-_- 대단하셨습니다 정말 안 겪어보면...ㅡ.ㅜ
이렇게 따지고 보면 못되고 똥고집에 입맛을 삼시세끼 바뀌고 늘 자기가 대장인 그런 할머닌데...보고 싶네요.
작년 가을 조용히 눈감으시고 내가 살면서 이렇게 눈물이 나오나 싶을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린 날.
할머니 얼굴을 만지는데 너무 차가워 그때서야 저는 할머니께 아무것도 드린게 없고 받기만한게 죄송스러워 그렇게 눈물이 나왔나봅니다.
제가 얼마 전 결혼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이모할머니께는 꼭 인사드리고 싶다고...폐백 때 오시라고 전해 드렸어요.
제 뜻을 아셨는지 힘든 걸음으로 인사받으러 오신 이모할머니. 결혼식 내내 밝은 모습이다가 울먹이는 저를 보고 할머니 생각나서 그러지? 하시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할머니 대신 인사드리고 싶었거든요.
와이프가 결혼식때 신부도 안우는데 신랑이 울면 그림 이상해진다고ㅎㅎㅎ 식때는 즐겁기만 하다가 이모할머니 보고 여렴풋이 보이는 할머니 얼굴에 눈물이 나서...다행히 제가 우는건 신부밖에 못봤어요. ^^;; 아 다행히 할머니께 와이프 인사드리고 이름도 외우고 가셨어요. 그리고 와이프덕분에 할머니 볼에 뽀뽀도 했네요.ㅎ 할머니가 제 손등에 늘 뽀뽀하시는데 왜 저는 안하냐며 볼에다가 하라고ㅎㅎㅎ 그래서 언제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뽀뽀를 할머니 돌아가시 한 달도 안된 시점에 했네요. 굉장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직 돌아가신지 1년도 안되서겠지만 결혼식을 하고 나서인지 더 생각나더라구요. 제가 개인적으로 아픈 기간이 좀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전 마지막 의식계셨을 때 어머니가 저 사랑하냐고 물어보시고 맞으면 눈 깜빡이시라고 해서 한 번 깜빡이시고 저 아픈거 대신해서 다 가져가시라고 그러겠다고 눈 깜빡이신...마지막. 어머니나가시고 병원에서 할머니 손잡고 울고 안아프겠다고 약속했는데...요즘 몸이 힘들어서 인지 더 생각나고 그러네요.
여기에 처음 글을 써보는데 정말 요즘 매일 생각이 나서 그냥 한 번 글을 써봤습니다. 남자분들이 대부분인 이 곳에 글을 쓰면 그나마 좀 덜 창피할 것 같아서요. ^^ 두서없이 썼더니 어떻게 글을 썼는지 모르겠네요. 지나가는 한 사람의 하소연? 이라고 생각해주세요. ^^
그리고 할머니 많이 보고싶은데 나 조금 오래 있다가 갈테니 거기서는 성질그만부리고 마음넓게 착하게 살고 이제 돌아다닐 수 있을테니 가고싶은데 맘껏 다니고 있어. 나중에 봐. 귀에다가 이 얘기 한 것 같은데 못들었을까봐 다시 할게. 내 할머니여서 고마웠어. 나에게 처음으로 나의 라는 말은 해준 나의 할머니 사랑해.
영면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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