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5에 하던 사업 말아먹고 막대한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상당부분 채무는 부모님이 도와주셔서 해결이 되었지만, 부모님 모르게 제 개인적으로 있던
채무가 5천만원 정도 되었어요. 당장 돈 갚으라고 독촉은 오고, 앞뒤 안가리고 일단 취직부터 해야겠다
생각하였고 매출액 150억 미만, 근로자 50인 미만의 한 중소기업에 품질관리직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연봉 3000으로 근로계약 작성하고 들어갔는데... 정말 왜 사람들이 중소기업 안가려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중소기업 대부분이 업무 체계란것 자체가 없다보니 온통 개판입니다. 회사가 아니라 쓰레기장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더럽고 엉망진창 이더군요. 담당 업무는 품질관리인데 하는 일은 잡부나 다름 없었습니다.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설비에 쓰이는 베어링 등 자재 조달 심부름 부터 해서 까대기 라고 해서 반품 받은 제품 재포장 해서
정상제품으로 다시 출고 시키는 일, 회사 마당에 널부러진 쓰레기 치우고 마당 쓸고, 또 가끔 생산직들 밤늦게까지 술먹고 회사 째면
대신 대타로 현장 들어가서 일 하는 등 정말 죽을둥 살둥 고생 많이 하였습니다.
품질관리 업무는 딱 하나만 하더군요. 거래처에 보내는 제품의 성적서를 작성하는거 였는데... 회사에 제대로 된 측정장비도
없고... 윗 사람에게 이거 어떻게 하냐? 물어보니 대충 측정수치 조작해서 가라로~ 입력해서 보내면 된다고 하네요. ㅡ.ㅡ
빚은 졌고 빨리 돈은 갚아야 되고 정말 거지같고 힘들지만 어쩔수 없이 버티기로 하고 1년을 이 악물고 다녔습니다.
다니다 보니 이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가 보이더군요. 사장은 돈에만 혈안이 되서 가족명의로 회사를 몇개씩 만들어
매출누락, 횡령, 탈세 등등 뒷주머니 챙기기에만 급하고 툭하면 밥값 줄여라, 근로자들 잔업특근비 많이 나왔다고 돈 주지 말아라
이 지룰만 하더군요. 회사가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빼돌릴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아주 제대로된
악덕 사장 이 었습니다. 그렇게 바쁘고 고되고 죽을둥 살둥 하면서 일하는데도 급여 인상이 안되더군요. 그래서 윗사람에게 우리는
급여 인상이 왜 안되냐고 물어보니 우린 그냥 사장이 올리라고 하면 올려주는 거고 말 없음 임금동결 이랍니다.
너무 어이가 없더군요. 급여 인상 없음 그냥 관두겠다 이야기 했더니 윗대가리가 가서 사장하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당장 일 할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사람이 들어와도 대부분이 걍 나가버리는 곳이라 그런지... 사장이 크게 인심쓰듯 이야기 하면서
연봉 3400으로 올려주더군요. 이 돈 받으며 2년차를 또 죽어라 개같이 일했습니다. 주말출근, 야간 밤샘근무 수당은 한 푼도
못 받아가면서요. 이렇게 또 해서 3년차가 되었는데 하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과중한데... 임금동결 선언을 해버리더군요.
사장 새끼 지 월급은 매분기마다 수백만원씩 팍팍 올리고 회사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씩 긁구 댕기면서 죽어라 일하는 직원에겐
애사심만 강요하며 더 죽어라 일하라고 그러면 후에 올려주겠다는 말만 합니다. 정말 그 동안 내가 뭘 위해서 그렇게 죽자살자
일을 했을까? 라는 후회만 들더군요. 나이는 39에 연봉 3400, 실수령액으로 치면 월 250정도 입니다. 저두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고 결혼도 해야 되고 미래가 너무도 안보이더군요. 그래서 이직을 결심하였고 지금은 년매출 1000억대 중견기업으로 이직
해서 현장에서 지게차 타며 창고관리 하고 있습니다. 현장직이라 근무시간은 길지만 연봉 5000 가까이 돈을 주더군요. 복지도
잘되있고요. 회사에서 일하면서 암 걸리는 상황도 없고요. 그리고 수입이 늘으니 그만큼 더 빨리 채무를 해결하게 되었고,
여유가 있으니 그 동안 돈에 쪼들려 살며 안보이던게 많이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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