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와 한국여성 살인사건'의 전말은?
기사입력 2011-06-16 14:23 최종수정 2011-06-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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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3월 29일이었다.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가나자와(金澤)시의 한적한 숲 속에서 자물쇠가 채워진 트렁크 하나가 발견됐다. 그 안에는 심하게 부패한 여성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범죄를 은폐하려고 했는지 시신은 목 위 얼굴 부분이 없는 상태였다. 얼굴 없는 토막살인이라는 잔인함으로 인해 당시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시신이 발견된 지 3일 만에 범인 이누마 세이이치(飯沼精一·61)가 자수했다. 당시 그는 60세의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키가 180cm에 달할 정도로 건강한 체구였다. 이누마는 자신이 살해한 여성이 ‘하루코(春子)’라는 가명을 쓰는 한국 여성이라고 밝혔다. ‘하루코’는 제주도 출신의 강모(32)씨로 밝혀졌다.
이누마는 시신이 발견되기 약 9개월 전인 2009년 6월 가나자와 시에서 강씨를 폭행·살해했으며, 흉기로 머리를 잘라내고 시신을 트렁크에 넣어 산속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출장 성매매를 통해 강씨를 알게 됐으며 말다툼 중 사고로 하루코가 숨지게 된 것일 뿐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강씨가 이누마씨에게 성매매 비용을 더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야쿠자를 부르겠다”고 협박을 했으며, 이에 분개한 이누마씨가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지검은 그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18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일본 지방법원은 이누마에 대해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와 사체유기죄를 적용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누마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사고일 뿐, 살의(殺意)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누마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다.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강씨의 머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잘라낸 머리를 찾으면 새로운 증거가 돼 재판이 재개될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법률절차가 모두 종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일 교포 사회에서는 “이 사건은 아주 세련된 인종차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6일 “한국인 여성 살인사건에 관해 일본 정부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일본 지방법원의 판결과 검찰의 항소포기 결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유족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검찰이 사인이 질식사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재심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일본 경찰에 강씨의 머리를 수색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계속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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