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필받고 블로그글을 작성했는데요, 많은 분들과 고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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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rari engine
페라리하면... V12!!
이탈리아어로 vu dodoci (부 도디치) 엔진, V12!!
최고의 슈퍼카 회사인 페라리, 최고성능 엔진의 상징 V12. 이 둘의 역사는 정말 화려합니다. 페라리의 역사는 V12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페라리 V12하면 250시리즈를 빼놓을수 없죠. 1940년대만해도 페라리는 자동차 회사라기보단 소규모 주문 제작만 이루어지는 공방같은 곳이었습니다. 지금의 파가니와 모습이 좀 비슷하겠군요. 정말 작은 회사였습니다. 1952년에 등장한 250SS는 페라리가 스포츠카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아주 중요한 계기를 만듭니다. 이전의 페라리는 레이싱 프로그램에서 남는 부품으로 완성차를 제작해 파는 회사였다면 250을 계기로 페라리는 반대로 양산차를 만들어 스포츠카 레이싱에 뛰어듭니다. 250SS가 워낙 큰 성공을 거두어 이차를 기반으로 끊임없는 변형 모델들이 제작돼 250시리즈가 1960년대 중반까지 나왔습니다.
그 당시는 자동차 규제가 지금처럼 엄격한편이 아니어서 그냥 만든는대로 판매가 가능했던 때입니다. 덕분에 페라리에서 보물같은 디자인의 차량들을 끊임 없이 출시했으면 모두 V12엔진을 장착했습니다. 50~60년대를 페라리의 황금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페라리의 창의성과 기술력이 여과없이 최고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250시리즈 중 가장 유명하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250 GTO. 정말 부럽게도 정부 규제가 전혀 없던 시기여서 보시다시피 레이싱카와 로드카의 구분이 없던 시대입니다. 레이스끝나면 번호판만 달고 그냥 집에 갑니다.
70년대는 자동차 업계가 급변하던 시기였습니다. 두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엔진 규제, 환경 규제, CC별 세금등 각종 규정들이 생겼는데요, 페라리도 이를 피하지 못해 V12보다 V8, V6형 엔진에 엔지니어링 기술을 투입되고 V12는 페라리 로드카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게됩니다. 위 사진은 1976년에 등장한 Ferrari 400이라는 차입니다. 음..... 글쎄요... 뭐랄까... V12의 전통을 이어가는 FR형 GT카였고 지금의 페라리 FF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녀석입니다. 한눈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분위기가 너무 다르죠. 그동안의 글래머같은 풍만한 디자인과 S라인은 온데간데 없이... 그냥 평범한 모습입니다.
1995년은 페라리 V12 엔진 역사에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페라리는 70년대부터 스포츠카 레이싱 활동을 상당부분 축소하거나 접으면서 레이싱용 페라리 V12의 역사는 F1에서만 사용되어왔습니다. 90년초, 페라리는 F1에서 그리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윌리엄스처럼 과거 역사는 대단하지만 포디엄 피니쉬는 기대하기 어려운, 그런 팀이었죠. 페라리가 상위팀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과감한 선택들이 필요했고 1996시즌부터 마이클 슈머허를 여입하는 동시, 페라리는 1940년대부터 자존심처럼 지켜온 V12 엔진을 포기했습니다. 따라서 1995년은 페라리의 최상급 모터스포츠 사업에서 V12가 사라지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F1도, 스포츠카 레이싱도 V12을 사용하지 않으니, V12는 456같은 GT형차에서나 찾을수있는 유물로 취급 받게됩니다. 95년에 등장한 F355는 기존의 서열 광계를 깨고 V12를 능가하는 V8 성능을 품고 등장하면서 V12는 retro하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페라리는 이런 V12의 몰락을 뒤집으려는듯 F50을 발표했습니다. 페라리가 F1에서 V12엔진을 은퇴시킨 1995시즌에 등장한 F50은 창업자 엔초 페라리의 유작인 F40을 (감히) 잇는, 페라리의 자존심을 걸고 만든 역작이었습니다. 최근 런칭한 LaFerrari의 할아버지뻘 차죠. F40은 V8 터보 엔진을 장착해 471마력인 반면, F50은 93년 F1에서 사용했던 자연흡기 V12엔진을 가져와 de-tune에도 불구하고 520마력의 파워를 지녔습니다. 레이싱 엔진을 거의 그대로 쓴다는건 과거 페라리 황금기 시대의 관행을 되살린 선택인 동시에 F50에 있어 사상 초유로 가장 하드코어적인 설계를 적용하게 됩니다.
자세히 보시면 shock absorber가 가로로 누워있는게 보이시죠? 요즘은 최고가 수퍼카에 자주 적용되어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95년당시엔 상당히 획기적인 설계였으며 F1의 것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서스펜션이 변속기에 고정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것또한 로드카로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적용된 사례입니다. 이 두가지가 획기적인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우선적으로, 차를 미드쉽으로 설계하는 이유는 무게중심을 차체 중앙으로 밀집시키는 의도인데 위와같은 서스펜션 구조는 미드쉽중에서도 가장 극한적인 기술이고 페라리가 "F1 기술을 적용했다."는 주장이 말뿐이 아니라 정말 F1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둘째로 F50은 엔진 서브프레임이 없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게 카본 모노코크 후방 구조물의 전부입니다. 즉 F1과 마찬가지로 엔진블록과 변속기가 구조적 역할을 하면서 서브프레임의 역할을 혼자 다합니다. 물론 강성 확보를 위해 엔진블록의 무게는 증가하지만 서브프레임이 사라지면서 상당히 많은 무게를 줄일수 있게 됩니다. 이 또한 F1, 르망같은 상위 레이스에서만 사용하는 매우 극단적인 설계입니다.
서브프레임을 제거하면서 위와같은 독특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바로 F50의 엔진 오버홀 장면인데요. 리어 범퍼, 머플러등 모든 부품들이 변속기에 직접적으로 마우트되면서 클러치 작업을 위해 변속기를 엔진에서 분리하면 저렇게 뒤가 통으로 떨어져 나옵니다. 르망에서 간혹 보이는 모습이 도로주행용 슈퍼카에서 보이는건 매우 생소한 일이죠. 대뷔한지 20년 가까이 지난차가 저렇게 앞서 보이긴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페라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F50은 비슷한 시대에 등장한 멕라렌 F1과 경쟁구도에 들어서며 미디어로부터 참담한 외면을 받게됩니다. 심지어 "실패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페라리의 V12 자존심을 내세우는데 실패하게 됩니다.
1995년은 멕라렌이 르망24시간에서 우승한 해입니다. 그냥 우승도 아니죠, 데뷔 첫 시즌에 프로토타입도 아닌 로드카 베이스의 GT1급 머신이 최고속 381KM/H의 스피드로 단번에 우승컵을 거머쥐어 지금의 멕라렌 F1 전설이 만들어진 해였습니다. F1기술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초짜 멕라렌, F1기술을 직접적으로 적용한 전설의 페라리... F1의 느낌을 로드카에 반영하려는 두 메이커의 경쟁에서 모두의 예상을 꺽고 자동차 생산 초짜 멕라렌이 르망 우승까지 차지하며 페라리를 너무나도 큰 격차로 눌러버립니다.
레이싱은 페라리의 가장 큰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이듬해인 1996년, 페라리는 당시 불붙던 BPR GT 시리즈에서 Mclaren F1 GTR을 상대하기 위해 F50 GT를 개발합니다. "기본형" F50의 F1 엔진을 적극 활용해 무러 1만 RPM에서 750마력을 뿜어내는 머신으로 탈바꿈합니다. 하지만 1대의 프로토타입이 개발 프로그램을 마치기도 전에 페라리는 프로그램의 플러그를 뽑습니다. 그 이유는 BPR 시리즈의 규정이 너무 관대해서 포르쉐와 벤츠가 양산차와 거의 관계가 없는 911 GT1, CLK-GTR의 출전을 허용하면서 Mclaren F1 GTR, F50 GT같은 로드카 베이스의 머신들이 프로토타입에 가까운 머신들과 대적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개발이 취소된 F50 GT 1대와 조립단계였던 F50 GT 2대는 모두 수집가들에게 팔려가는 신세가 되고맙니다.
그후 7년이 지난 2003년, 페라리는 F50의 후계차로 너무나도 유명한 "엔초 페라리"를 선보입니다.
2003년의 페라리는 90년대의 모습과 비교가 안됄정도로 여러가지 재정적, 경영적 상황이 호전되고 제2의 황금기에 접어드는 시기였습니다. F50의 후계차로서 엔초 페라리는 개발단계에서 굉장히 많은 기대를 앉고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없어지지 않았죠. 우선 스타일링부터 피닌파리나 작품이긴 하지만 과거 혼다 NSX를 디자인한 Ken Okamura가 맡아서인지 어딘가 동양스럽고 페라리 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페라리 최초로 풀카본 모노코크를 적용하긴 했지만 이건 멕라렌이 이미 10년전에 완성한 기술이었고 F1엔진을 사용핮 않는등 여러 부분에서 F50의 극단적인 컨셉에서 후퇴한, 다소 conservative한 설계의 차였습니다. 게다가 엔초 페라리는 카본 차량중에 상당히 무거운편이기도 했습니다.
자, 드디어 마세라티 MC12 얘기로 들어서는군요. 이탈리아어로 '엠메치도디치'인 MC12!!
MC12가 등장하기전부터 페라리의 피오라노 트랙에 GT윙을 장착한 무광 엔초 페라리의 사진이 포착되면서 페라리의 GT1 레이싱 출전에 대한 루머가 무성했었죠. 하지만 놀랍게도 그 프로토타입은 페라리가 아닌 마세라티의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마세라티는 엔초 페라리를 기초로 파워트레인을 보강하고 전혀 새로운 에어로다이나믹 패키지로 완성한 MC12를 선보입니다. MC12는 로드카인 엔초 페라리와 달리 기획단계에서 철저허게 FIA GT 출전을 목표로 개발된 차였습니다. 따라서 FIA GT 규정을 만족시키기위한 최소한의 로드카 50대를 만들었는데 사실 완성도는 엔초 페라리보다 오히려 못해 제레미 클락슨을 비롯해 엔초보다도 많은 혹평을 받았지만 성능과 핸들링은 엔초 페라리 그 이상이었습니다.
2004년 레이싱에 데뷔한 MC12 GT1은 뛰어난 성능으로 등장 첫해부터 우수한 성능을 입증하게 됩니다. MC12의 인기와 성능을 검증하는 증거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현역으로 뛰었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GT카로서 4년을 버티는것도 쉽지 않은데 6년이나 활동한 머신은 극히 적습니다. 게다가 MC12는 그 기간동안 총 94전 40승을 기록하는등 FIA GT에서 가장 성공적인 머신으로 등극합니다. MC12 GT는 페라리 F50 GT, 더 나아가 이탈리아 V12 레이싱 머신의 계보를 잇는 굉장히 역사적인 차라고 볼수 있습니다. 같은 파워를 낼때 V12엔진이 대세인 V8보다 월등히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카본파이버의 초경량 샤시로 단점을 장점으로 보완한 예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마세라티는 MC12의 모터스포츠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MC12 Corsa라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입니다. MC12 Corsa는 사실 레이싱카를 그대로 판매하는 차량으로 MC12처럼 로드카가 아니라 트랙에서만 운행하는 트랙카로 선보였습니다. 2006년에 선보인 MC12 Corsa는 당시 워낙 왕성한 모터스포츠 활동을 하고있었던 시기여서 "오너는 해당 차량을 모터스포츠 활동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1 million의 가격에도 리미티드 에디션 12대가 모두 팔렸다고 합니다.
자, 그럼 마무리 들어가겠습니다. MC12는 이탈리아 스포츠카 역사에 어떤 존재일까요?
저는 MC12가 20세기 이탈리아의 V12 역사의 정점을 찍는 차라고 생각합니다. MC12는 각종 환경규제와 경량화 움직임에 맞서 마지막까지 자연흡기 V12엔진을 고집하면서 모터스포츠 성공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 멸종위기의 공룡의 마지막 울부짖음이라고 할까요. 이탈리아제 V12가 완전히 멸종한건 아닙니다. 아직 F12, FF, LaFerrari가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이젠 기계식 손목시계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갑부들의 수집품일뿐, 트랙에서 불을 내뿜고 엄청난 굉음을 지르는 모습, 게다가 레이스 우승까지 달성하는 competitive한 모습! 그런 이탈리아제 V12의 모습은 이제 더이상 보기 힘들것 같습니다.
친환경, 경량화를 목적으로 소형 터보엔진이 부각되는 요즘, V6터보 엔진이 적용되는 2014년 F1 시즌을 앞두고 있는 지금! MC12 Corsa의 울부짖음이 어느때보다 그립고 귀에 음악처럼 들리는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제 레이싱 V12 머신들이 부활하기를 꿈꾸며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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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하는거 보고 정말 빵터졌는데ㅋㅋㅋㅋ
아니 저런 기념비적인 차량을 가지고 오셔서 드래그를 하시다니ㅋㅋㅋ
정말 해박하시네요.
이런 글즘 많이 올려주세요. 정말 공부 많이 되요~
이번에 용기를 얻고 좀더 자주 쓸까 합니다. 물론 보배에 공유할꺼구요.
대놓고 광고하기 염치없지만 (sorry bobaedream!) 제 블로그에 가시면 다른 글 몇개 더 보실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ghepardoblog
글이 너무 길어서 안읽으실까봐 걱정 했는데 너무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용기를 얻고 더 좋은 좋은 소재의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Ghepard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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