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는 요즘 우리나라 취향화는 거리가 먼 차입니다. 빠른 트랙 주행과 모터스포츠 에어로파츠, 일본차의 완벽한 내구성과 품질을 갈망하는 국내 정서로 볼 때 바이퍼는 아주 먼 다른 세계의 차처럼 느껴집니다. 미국 기준으로 가격이 비슷한 닷지 바이퍼와 닛산 GTR를 고르라면 아마 우리는 대부분 GTR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아마 저 역시 그럴 것 같습니다. ㅎㅎ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의 손길을 거쳐 새롭게 재해석된 바이퍼가 있었습니다.
2009년부터 크라이슬러 인수 작업을 시작한 피아트 그룹은 자국의 생산라인이 멈추는 것을 막기 위해 알파로메오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출이 매우 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세라티 그란스포츠를 베이스로 제작한 8C를 투입한 상황이었지만 500대 한정 모델이었고 이것만으로 알파로메오 브랜드를 미국에 알리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아트는 미국인들이 친숙한 바이퍼를 베이스로 한정판 모델을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모델이 바로 Alfa Romeo TZ3 Stradale by Zagato 입니다.
TZ3는 기술적으로 크게 흥미로운차는 아닙니다. 4세대 바이퍼 ACR-X를 베이스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카로체리아중 하나인 자가토에서 디자인한 코치빌드 차량일 뿐이지요. 이 역시 한국 취향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바이퍼가 아닌 자가토에서 디자인한 알파로메오 TZ입니다! 바이퍼 + 자가토 + 알파로메오.... 심쿵하게 만드는 세가지 이름이 한 차에 모여있습니다. 자가토가 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고요? 아래 영상은 바이퍼가 아닌 BMW와 함께한 영상이지만 자가토 특유의 감성이 한껏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영상입니다.
자가토는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 정상급 디자인 하우스인데요, 더 유명한 이탈디자인과 피닌파니라와 달리 자가토는 대중적인 차를 디자인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가토는 1920년대부터 오직 하이엔드 스포츠카만 고집한 명성 높은 디자인 하우스 입니다. 알파로메오, 페라리, 마세라티, 에스턴 마틴, 람보르기니 등, 최고가 아니면 디자인하지 않은 그런 고집 센, 오래된 디자인 하우스 입니다.
TZ3를 보고있으면 지극히 단순한 디자인처럼 보이는 동시에 만들어보려고하면 엄두도 안나는 매우 지능적이고 정교한 곡면들 입니다. 엔진후드와 프론트 범퍼까지 장인이 알루미늄을 두드려 만든 전면부는 바이퍼를 잊게 만드는 이상한 마력을 가진 디자인입니다. 어디차냐고 물어보면 이탈리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되는 시각적 임펙트입니다. 그 어떤 디자인 트렌드를 따르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당당한 색깔이 명확한것이 자가토 디자인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감성은 다른 나라와 정말 다르게 개성이 명백합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곡선과 곡면, 비율에 대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위에 사진을 보시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부드러운 여자의 피부와 맞물리는 강한 남성의 손, 남자로서 여러가지 느낌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모습입니다. 왜 실감나냐구요? 위 사진은 패션화보가 아닌 1621년에 베르니니가 제작한 “페르세포네의 납치”의 디테일 샷입니다. 대리석을 보고 원초적인 본능이 느껴지는게 가능하군요...
그리고 알파로메오, 그것도 TZ! TZ는 알파로메오 역사에 매우 중요한 이름으로 33처럼 르망이나 타르가 플로리오같은 최고의 시리즈에서 명성이 높은 차는 아니지만 당시 기술적으로, 그리고 공기역학적으로 매우 앞선 레이싱카 였습니다. 뒤가 잘린듯한 “Kamm tail” 디자인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여 최고속을 높일려는 디자인이었으며 이는 도요타 프리우스, 쉐보레 볼트등에서 아직까지도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차인 바이퍼를 베이스로 알파로메오의 역사와 자가토의 명성을 붙인다고 해서 진정한 TZ라고 볼수 있을까요? 사실 순수한 시선으로 과거 TZ의 후속차라고 볼수는 없습니다만, 베르니니의 “페르세포네의 납치”가 단순 대리석 돌덩어리이 듯, TZ3 또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걸 예술품이라고 하죠. 자가토에서 전통적인 공법으로 완성된 수제작 알루미늄 바디 TZ3는 총 9대만 생산되었고 가격은 공개 조차 되어있지 않습니다.
트랙에서 가장 빠르지 않아도, 에어로파츠 하나 붙어있지 않아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TZ3는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을 미국 머슬카에 덧씌운 매우 독특한 차량입니다. 진짜 알파로메오는 아니지만 마세라티가 만든 8C, 4C처럼 알파로메오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차이기도 합니다. 내년에 쥴리아 세단을 런칭부터 본격적으로 알파로메오 살리기에 나서는 FCA, 언젠가는 알파로메오 고유의, 알파로메오 엔진의 슈퍼카를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카보다 예술품에 더 가까운 알파로메오 TZ3 by Zagato였습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ghepardoblog/220339419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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