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지금은 제3의 슈퍼카 황금기라고 말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슈퍼카 호황입니다. 과장을 보태면 아침에 눈만뜨면 새로운 슈퍼카가 출시되고 있으며 전에 없었던 하이퍼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근데 왜 우리 서민들이 탈 스포츠카는 계속 줄어드는 걸까요?

서민형 스포츠카라는 카테고리는 사실 없습니다만, 911 GT3, AMG GT S 같은 차들이 하이엔드 스포츠카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고 보면 6000만원 미만의 전통적인 스포츠카 시장은 분명 축소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전통적인 스포츠카 시장이 갈수록 축소되는 이유, 그중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요인을 짚어 보겠습니다.

1. 일본 스포츠카 시장의 침체

우선 일본 스포츠카의 부재가 가장 큰 이슈가 아닌가 싶습니다. 80~90년대 "서민형 스포츠카" 시장을 주도한 나라는 일본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서민형 스포츠카를 꾸준히 내놓긴 했지만, 현지 취향을 반영한 "내수용" 차들이었다면 일본 스포츠카들은 수출을 목적으로 제작되다 보니 국제적인 인기와 영향력이 더 컸다고 봅니다. 

일본은 전통을 기반으로 두는 미국과 유럽과 달리 상당히 실험적인 차들을 많이 만들어왔습니다. 비트 같은 경차 미드쉽에서 MX-5 미아타같은 소형 후륜 오픈카, 로터리 엔진의 RX-7, 시대를 앞서간 GT-R과 극한의 LFA까지 어느나라보다도 넓은 스포츠카 스펙트럼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새로운 스포츠카보다 단종되는 스포츠카가 더 많았던게 불편한 현실이었죠.

MR-S, 수프라, RX-7, RX-8, 실비아, 인테그라 Type-R, S2000, 3000GT. 지난 15년 동안 후속차 없이 사라진 차들입니다. 같은 기간 새로 생긴 스포츠카는 86/BRZ, IS-F, RC-F 정도. LF-A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혼다의 경우 올해 S660, 시빅 Type-R, NSX를 새로 투입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혼다는 스포츠카를 단 한 차종도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2. 높아진 개발비와 악화된 수익성

그럼 다른 나라에서는 왜 저렴한 스포츠카를 만들지 않거나, 만들더라도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개발비와 낮은 수익성 때문입니다. 일본의 경우 스포츠카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잦은 풀모델체인지 대신 오랜 기간 진화시키는 방향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가는 파워트레인에 있어 SR20DET, 4G63 같은 명성 높은 엔진들을 업그레이드 해가면서 유지해왔었죠. 포르쉐와 람보르기니의 경우 그들의 유명한 플랫6와 V12를 수 십년간 업그레이드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차를 만들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 이유는 엄격해진 정부 규제 때문입니다.

각국 정부들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엄격한 안전 및 환경 규제 때문에 자동차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비용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많이 올랐습니다. 미국IIHS에서 기습적으로 선보인 오프셋 충돌 테스트는 안전기술에 많은 투자를 요구했고 C02 배출량 감소를 위해 직분사, 터보, 8단 기어 같은 첨단 기술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런 업계 변화로 인해 스포츠카뿐만 아니라 승용차 수익 마진에 큰 타격을 불러왔습니다. 현대차 같은 대중 브랜드 들이 앞다투어 가격을 올리는 이유인 동시에 서민형 스포츠카를 만들 분위기가 상당 부분 없어진 이유입니다. 승용차 대비 비싼 개발비와 1%도 안되는 스포츠카 판매량은 하이엔드 스포츠카가 부를수 있는 높은 가격 없이 수익성 확보가 매우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자체적 스포츠카 라인을 전부 없애고 스바루와 합작으로 86/BRZ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86/BRZ 마저도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를 라이벌 브랜드들이 놓칠 리가 없습니다. 86/BRZ 데뷔 초기에 소형 경량 스포츠카 개발 가능성을 열어두던 쉬보레와 닛산, 기아자동차는 더이상 그 가능성을 시인하지 않고있는 상황입니다.

스포츠카가 사라지고 있다 Part 2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ghepardoblog/220346953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