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희소차는 란치아 스트라토스 입니다.
란치아 브랜드가 낯선 국내에서 스트라토스라는 차는 매우 생소한 존재입니다. 란치아는 모터스포츠 역사가 매우 화려한 브랜드로 F1, 르망, WRC같은 유명 레이스 시리즈에서 활동했었고 특히 70 ~ 90년대에는 랠리 무대에서 큰 활약 펼졌습니다. 그랬던 란치아 브랜드가 90년대 중반부터 급속도로 쇠퇴되면서 지금은 그렇게 흥미로운 브랜드는 아닙니다.
워낙 과거가 화려한 브랜드이다 보니 수많은 명차가 있었지만 그 중 란치아 브랜드를 대표할 만한 차를 딱 하나 꼽으라면 스트라토스의 존재가 독보적입니다. 람보르기니 미우라와 쿤타치를 디자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던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을 맡았고 엔진은 디노의 320마력 페라리 V6를 물려받았습니다. 슈퍼카 디자인과 페라리 엔진의 조합, 몬자와 실버스톤 같은 트랙이 어울리는 레시피로 탄생한 스트라토스를 란치아는 트랙이 아닌 야생으로 보냈습니다.
바로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스트라토스는 과속방지턱과 포트홀, 빗물에 옴짝달싹 못하는 다른 슈퍼카와 차원이 다른 놈이었습니다. 자갈길, 얼음길, 진흙길, 그리고 산과, 숲과, 사막을 달리는 전천후 랠리카였죠. 슈퍼카스러운 외모와 페라리 사운드를 자연에서 즐긴다는 발상은 분명 기존의 슈퍼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매력입니다. PPF 보호 필름과 손세차로 주인의 사랑을 받는 슈퍼카 옆에 진흙을 뒤집어쓴 스트라토스가 선다면 정말 재미있는 분위기가 연출될 것 같습니다. 스트라토스에게 잔기스와 돌빵은 관리 소홀이 아니라 마음껏 내달렸다는 영광의 상처인 셈입니다.
스트라토스가 비록 마르첼로 간디니의 작품이지만 미우라와 쿤타치에서 느껴지는 예술적인 느낌은 거의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뭔가 농기계같은 단순미와 거친 기능미가 느껴집니다. 뭔가 짜리몽땅하고 휠/타이어 사이즈 조합도 그닥 그립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트라토스는 분명 랠리무대를 원정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머신입니다. 단순한 대신 야생 생존성을 얻었고, 짜리몽땅한 대신 민첩한 핸들링을 얻었으며, 어설픈 휠/타이어 조합은 자연을 달리기위해 최적화 되었습니다.
스트라토스는 제작 목적이이 랠리 출전이었기 때문에 규정에 명시된 500대만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Lancia Stratos HF Stradale라는 이름으로 1973년에 양산이 시작되었고 76년 시즌부터 최소생산 규정이 400대로 축소된데도 불구하고 당시 인기가 워낙 높아 1978년까지 총 492대만 생산되었습니다. 엔진은 랠리카와 마찬가지로 디노의 엔진을 썼지만 양산형은 190마력으로 디튠되었죠.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알파로메오 4C, 포르쉐 케이만과 비슷한 포지셔닝이었습니다.
37년이 지난 지금도 스트라토스는 여전히 빛납니다. 비록 디자인과 메커니즘은 아웃데이트된지 한참이지만, 노면을 가리지 않고 고속질주하는 스트라토스의 아이덴티티를 따라가는 차는 지금도 없습니다. 4륜구동, 듀얼클러치, 가변식 에어로같은 첨단 장치가 하나도 없고 심지어 70년대 당시에더 첨단기술과는 거리가 있는 차였지만 그 매력은 여전히 강렬합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스트라토스의 디자인을 라이센스 받은 레플리카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고 2010년에는 페라리 F430 스쿠데리아를 바탕으로 제작되고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스트라토스 리메이크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랠리를 위해 설계되고 레이스카 그대로 양산된 사례는 스트라토스 이전에 없었고, 스트라토스 이후에도 아직 없습니다. 요즘처럼 규제가 심한 시대에 레이싱카를 디튠해서 판매한다는 발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죠. 야생을 제압한 슈퍼카, 스트라토스가 유니크하고 특별한 이유입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ghepardoblog/220396298996
가격이 후덜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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