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90,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럭셔리
[송인호의 디자인 돋보기] 제네시스 G90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가? 그간 여러 가지 풍문들과 스파이샷 등으로 짐작했던 G90이 과연 페이스리프트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까지 추측만 난무하던 터였다. 우선 출시행사에서 쏟아져 나온 사진들만 보더라도 물건이 하나 나왔다고 말을 내뱉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다만 압도적인 크기와 범퍼 하단까지 뾰족하게 내려앉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다소 오버디자인이 아니냐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인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전체적인 변화는 혁신적이라 할 만했고 명차를 완성하는 섬세한 디테일은 제네시스란 이런 것이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일각에서는 아니 솔직히 나 자신도 몇몇 요소는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으나 경험적으로 디자이너가 다른 메이커의 요소를 보란 듯이 적용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전체 디자인을 뜯어보기로 했다. G90의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아무래도 프런트와 리어의 디자인 레이아웃과 디테일이다. 먼저 프런트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했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쿼드램프의 조합이 차량 전체의 인상을 크게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페이스리프트를 넘은 페이스오프인 것이다.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크레스트 그릴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과감하게 범퍼 하단까지 그릴의 범위를 확장했고 크레스트 그릴의 특성상 하단이 뾰족하게 강조되어 범퍼 하단이 두 갈래로 불안하게 나눠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크레스트 그릴을 받쳐주는 범퍼 하단의 에어인테이크가 가로로 확장되어 균형을 잡고 있어 안정감을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양날의 검이라고 할까? 결론은 잘했다. 균형을 위해 크레스트 그릴이 강함을 양보했다면 지금처럼 강렬한 인상은 절대 표현하지 못했을 테니까. 이런 프런트 그릴의 압도적인 위압감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전체적인 균형을 잡는 요소는 바로 LED 쿼드램프이다. 최근 제네시스가 선보인 콘셉트 카에서 지속해서 강조해온 쿼드램프의 실체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다. 우선 가로지르는 주간주행등을 중심으로 위아래 각각 2개씩 총 4개의 LED 램프로 간결하면서도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제네시스의 디자인 특징 중의 하나인 G 매트릭스 패턴이 적재적소에 쓰여 마치 보석 같은 이미지를 자아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램프를 뚫고 나가 자칫 부조화할 수 있는 주간주행등은 사이드 에어홀까지 이어져 프런트의 디자인요소를 확장하고 있어 새로운 균형미에 고급스러움을 더 하고 있다. 그릴 상단의 제네시스 로고는 후드 가운데서 내려오는 단정한 비드에 의해 감싸 안아져서 어느 한 곳 소중한 곳이 없다는 듯 섬세함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프런트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의 실체는 벤틀리를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네시스를 이끄는 디자인 리더십의 경험에서 나오는 고급감의 터치이니 그러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프레스티지 브랜드로서 제네시스가 갖추어야 할 경쟁력이 비로소 발현되고 있는 듯하다. 페이스리프트의 특성상 일단 사이드를 거쳐서 리어의 특징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쿼드램프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테일램프의 레이아웃이다. 역시나 일각에서는 링컨을 비롯해 몇몇 브랜드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 최근처럼 LED를 사용한 슬림한 램프의 레이아웃이 어느 정도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제네시스만의 더욱 독창적인 램프 레이아웃을 바라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아울러 번호판 등 기능적인 부분을 범퍼로 아래로 내려 보내면서 넓고 깨끗한 리어를 강조하고 있다. 듀얼 머플러의 형상 또한 제네시스 로고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는 디테일이다. 다만 역동적인 프런트에 비해 다소 밋밋해 보이는 리어는 좀 더 입체적인 요소의 포인트가 더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이드에서 눈에 띄는 디테일은 G 매트릭스 패턴을 활용한 디쉬타입 휠 디자인일 것이다. 고풍스러운 이 휠 디자인은 제네시스가 타임리스한 프레스티지를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듯한 느낌이다. 이런 요소들이 기존의 EQ900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제네시스 G90의 이름에 걸맞은 혁신적이고 자신감 있는 변화가 아닌가 한다. 실내는 크게 바뀐 것은 없지만 더욱 고급화 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수평적인 디자인 요소를 바탕으로 디테일의 완성도를 높여 고급차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계기반과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의 일체감과 함께 대시보드 하단을 가로지르는 크롬장식과 벤트그릴은 수평적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오픈 포어 리얼우드(Open Pore Real Wood)’ 공법을 활용한 내장재의 디테일은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뒷좌석 시트 역시 G 매트릭스 패턴을 적용한 퀼팅으로 뒷좌석 승객을 보다 편안하게 감싸 안는 듯한 디테일을 연출하고 있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색상과 소재도 훨씬 다양해져서 고급스러우면서도 개성 있는 또 다른 럭셔리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한국형 럭셔리를 표방하는 제네시스가 세상에 나온 지 3년이 지나지만 기대만큼 시장에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년이라는 시간은 신생 브랜드 그것도 럭셔리 브랜드로서 진정한 가치를 평가받기까지 결코 충분한 시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로서의 자신감과 진정한 력셔리를 장착하고 혁신적으로 등장한 G90은 그런 의미에서 절대적인 시간을 단축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때마침 <모터트렌드> 선정 ‘올해의 차’에 선정된 G70의 성장도 훌륭한 촉매제가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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