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공대형한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polyclonal antibody를 만들려면 어떤 antigen을 토끼에게 주사하고 몇달 후에 혈액을 뽑아야 하는데. 혈액은 큰 주사기를 살아있는 토끼의 심장에 직접 찔러 뽑는다더군요. 혈액을 뽑는 도중 죽는 토끼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튼튼한 토끼는 몇번의 시술에도 살아남음@_@;; 몇개월 키운 토끼는 크기가 제법 커서 심장에 주사바늘을 꽂으려면 특수하게 제작된 틀에 사지를 묶어 버둥거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실험자를 향해 가슴팍을 드러내며 배면쪽을 쫙 벌리고 있는 모양새이죠.
처음 당하는 토끼는 그 틀에 사지를 묶으려하면 몸부림을 치며 탈출을 시도. 하지만 여러번 당한 토끼는 의외로 온순하게 굽니다. 틀에 사지를 묶어놓으면 고개를 뒤로 젖힌채 살기를 포기한 듯한 포즈를 취한 다더군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기력을 학습하고 절망에 빠져, 위기를 모면하려는 적극적인 제스쳐를 취할 의욕을 상실한 것 일겁니다.
learned helplessness 학습된 무기력.
당시 그 형이 있는 LAB은 쥐를 이용하여 우울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도 한다고 했었죠. 쥐의 신장보다 몇 cm 더 높도록 수조에 물을 채운 후 쥐를 빠뜨리면 쥐는 살아남기 위해 헤엄을 칩니다. 이 경우에도 학습된 무기력이 발견되는데, 같은 실험을 몇번 반복한 쥐는 나중엔 물에 빠뜨려도 숫제 헤엄칠 생각을 안한답니다. 자살인셈이죠. 그냥 꼬로록~ 하며 익사를@_@;; 하지만 그 LAB에서 개발한 우울증 치료제를 맞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더 오래 헤엄친답니다. 효과가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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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주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옆에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의욕에 차서,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열심히 살고 가는 곳마다 참견하고 분노에 차서 고함 지르고 뭐가 될지 모르지만 일단 발부터 담가보는, 그런 나대는 자세로 이 지루한 삶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전 요즘 시체입니다. 결혼을 보고 쭈욱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결혼 이후 밀려오는 공허함에. 차에도 딱히 할게 없고 삶에 낙이 없이 지쳐, 잠만 잡니다. 그러다보니 회사는 늘 지각이죠;;
아!~ 만사가 귀찮다. 만사가.
대신 회사에서 죽어나갑니다유
그나저나 polyclonal Ab를 그렇게 얻는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가슴아픕니다 ㅠ
실험실 이야기는 잔인한게 많습니다ㅜㅜ
식장.날짜까지 다 잡아놨는데
취소해야하는 서러움이란..ㅠ
저는 한해를 막연히 결혼만 보고 쫒아왔더니 공허함이 밀려오게 되더군요ㅋ
제가 그렇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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