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에 직거래로 판매한 폭스바겐 6세대 GTI 중고차 이야기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중고차 직거래로 판매한 세번째 차입니다.
가격은 8,000불(960만원)을 받았습니다. 차령은 8년 6개월, 주행거리는 15만 5천km이었습니다. 신차때 가격이 세금 포함해서 3,480만원이었으니까 잔존가치가 27.5%네요. 양호한 편입니다. 이 차 전에 타던 현대 아반떼 XD도 8년 6개월정도 사용했는데 잔존가치 23.3%에 팔았으니까요. 그 XD는 주행거리가 훨씬 더 짧았는데 원래 현대차가 잔존가치율이 낮습니다.
전 미국이 애용하는 중고장터인 크레이그스 리스트(craig's list)에 올리니까 바로 다음날 연락이 왔고, 그 다음날 차를 보러 왔습니다. 그 처음 보러 온 사람에게 팔았죠. 그 사람 말고도 한사람 더 연락이 왔는데, 그 사람은 찬스를 놓친거죠.
폭스바겐, 특히 GTI는 미국에서 팬층이 두텁습니다. 제 차를 사러 온 사람도 집안에 폭스바겐차만 가지고 있고, 아버지는 CC, 첫째아들은 5세대 GTI를 타고 있습니다. 제 6세대 GTI는 이번에 대학교 들어가는 그집 셋째아들용입니다. 그러다 보니 차를 보러 와서도 폭스바겐과 GTI에 대해 훤히 알고 있고,중고 GTI가 취약할 수 있는 중요 포인트들을 확인한 뒤 좋은 물건라고 칭찬하며 가지고 갔습니다.
이 구매자는 시승이 짧았습니다. 한 5분정도 타고 돌아오더니 좋다고 끝나네요. 보통 20분 정도는 타고 와 보는데 말이죠. 미국에서 중고차를 팔 때 시승은 열쇠를 주고 알아서 타고 오라고 합니다. 물론 출발 전에 면허증을 확인하여 본인 신원은 확인하지요. 왜 판매자가 동승하지 않는가? 애 대해서 의문을 가진다면, 납치보다는 차량 도난이 덜 위험하지 않아? 라는 미국 사람들의 답을 들었습니다. 그것도 그렇고, 믿고 파는것도 있고요. 신차를 사러 가도 시승하겠다면 딜러가 면허증만 복사한 뒤 저한테 열쇠를 주고 알아서 다녀오라고 합니다. 그렇게 맘대로 시승하고 나면 사고 싶은 차종은 반드시 사야겠다는 신념(?)이 생기거든요. 제 6세대 GTI가 그렇게 해서 구매결정을 했었죠.
이 차는 폭스바겐 동호회에도 매물로 올렸었는데, 동호회보다 크레이그스 리스트가 훨씬 더 빠르네요. 예전에 팔았던 2대도 크레이그스 리스트를 통해 팔았죠.
미국에서 보통 8,000불 정도 되는 금액은 개인수표를 써서 줍니다. 미국은 거의 누구나 개인수표를 가지고 있지요. 여기는 계좌이체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받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모두 계좌번호가 알려지면 오히려 부정사용되기 쉽거든요. 그런데 이 구매자는 8,000불을 100불짜리 지폐 80장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예외적이지요. 차고앞에서 차를 다 팔고 집 안으로 들어와서 집사람에게 그 현금 이야기를 하니가 집사람이 위조지폐인지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나무랐습니다. 그 돈은 다행히 어제 은행에 입금할 때 문제없이 통과했습니다.
2채널 블렉박스는 장착한 채로 팔았습니다. DIY로 장착했었는데 판매하려고 블랙박스를 떼어내기가 귀찮았습니다.
6세대가 더 좋은 점들이 있지요.
1) 6단 DSG의 종감속비가 더 높아서 시내에서 가속력이 좋습니다.
2) 엔진음이 적절합니다. 6세대도 별도의 엔진음 생성기의 보조를 받는 방식이지만, 7세대처럼 고요하거나 심하게 울리거나 하지 않고 적당합니다.
3) 스티어링이 좀 더 직접적입니다. 7세대는 스포츠 모드로 놓더라도 장난감 느낌이 드는데, 6세대는 차와 몸이 일체화된 느낌이 더 강합니다.
4) 변속레버의 수동조작 감각이 우수합니다. +, -로 넣을 때 진짜 수동변속기인양 절도있게 들어갑니다. 반면 7세대는 전기 스위치 조작하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별로 팔고 싶지 않은 차였죠. 유지보수가 자꾸 늘어나서 차에 쏟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바꾸긴 했습니다만, 새로운 차를 고를 때 주저말고 GTI로 결정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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