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계기판의 사소한 LED 하나 살리기 위해 어떤 개지랄을 다 했는지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 차마다 다 다르니까 다른 차량도 동일하게 작업 가능할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고로 작업에 관련된 추가 질문은 안(못) 받습니다. ♥ **
모르시다시피 제 차는 과거에 '툭 튀어나온' 레버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크루즈컨트롤을 DIY 하였답니다.
그리고선 한동안은 잘 운행하고 있었는데, 타면 탈 수록 아쉬운 점이 생기더라구요.
바로 계기판의 크루즈컨트롤 표시등!
* 출처: 구글 어딘가에 나오는 유튜브 썸네일 안전벨트 경고등 무섭다
위 그림의 속력계 120~130km/h 사이에 보시면, 바늘 끝에 녹색불이 들어와 있는 게 보일겁니다.
저 LED는 크루즈가 걸리면 녹색, 안 걸리면 적색, 아예 OFF 되면 꺼지면서 사라지구요.
크루즈 속도 변경할때마다 거기에 맞춰서 상당히 현란하게, 링을 돌면서 크루즈 걸린 속도를 알려줍니다.
요즘 풀 LCD계기판 BMW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바늘방식 BMW들은 이거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멋있습니다.
특히나 밋밋한 E89 계기판에는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물론 이거 없다고 크루즈가 안 동작하는것도 아니고, 많은 금액을 지출한다면 포기할만한 사양이겠지만...
우연히 영국에서 대파차 부품을 싸게 샀어요. ㅋㅋㅋ
그렇다면 복잡한 작업 필요없이 그냥 이대로 요 쪽파... 아니, 대파차 계기판으로 1:1 교환하면 되지 않느냐?
안됩니다.
일단 부품용 계기판 외관이 매우 험하구요 (썸네일 믿지 마세요. 창문 깨진채로 방치됐었는지 흙탕물 자국이 난리도 아님...),
깨끗하게 리스토어 해 봤자, 속력계 단위가 mph 단위여서 보기도 영 힘듭니다.
결정적으로 계기판을 그냥 바꾸고 운행하면 불법이고, 합법적으로 하자니 굳이 바꿨다는 기록을 등록증에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donor 계기판의 크루즈컨트롤 관련 부속만 이식해서 제 차의 원래 계기판에 달아주는 편이 바람직하겠죠.
사진이 왤케 잘 찍혔지.... 저거 저렇게 깨끗한 놈이 아닌데.........
하여튼 아래가 제 차에 달린 순정 계기판 (얘는 깨끗한 거 맞습니다), 위가 영국산 대파차 계기판입니다.
나란히 놔두고 보니 제 차 순정 계기판이 제조년월일이 훨씬 오래됐더군요. ;;
역시 오는덴 순서 있어도 가는덴 순서 없습니다.
우선 대파차 부품부터 사정없이 뜯어줍니다. (뜯는 방법을 잘 연구해서 깨끗한 계기판 뜯을 때 실수하지 않을 겸...)
오늘은 상세한 튜토리얼 적으려는 의도가 아니니, 그냥 빨리빨리 보시기 편하고 쉽게 후다닥...
거두절미하고, 바늘이며 게이지 페이스며 내부 하우징이며, 맨 밑의 기판까지 드러나도록 다 뜯었습니다.
가만 보면 크루즈컨트롤 LED 동작방법이 되게 재미있어요.
왼쪽의 톱니바퀴 달린 스테핑모터가 회전하면서 LED가 달린 허접한 플렉시블 기판을 시계,반시계 방향으로 돌려줍니다.
기판 맨 위 좌측의 빨간색 커넥터가 그 플렉시블 기판에 물리는 LED 전원 제어용 핀이구요.
플렉시블 기판이 고정돼서 돌아가는 부분은 옛날 손가락으로 구멍에 걸어서 돌리던 펄스방식 전화기 다이얼 생각하시면 됩니다.
빙글빙글
게이지 페이스를 들어낸 내부 하우징입니다.
저 까만 판이 톱니에 물려 시계방향,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LED 불빛을 앞으로 쏴 줍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동끄고 테스트해보면 계기판에서 디굴디굴 뭐가 회전하는 소음이 꽤 심합니다)
그렇다면, 판을 덮고있는 속력계의 게이지 페이스에서, 눈금 바깥의 테두리 부분이 적당한 반투명이어야 하겠죠?
계기판 백라이트 불빛은 막고, 크루즈컨트롤 ON 시에 들어오는 LED 불빛만 통과되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제 차의 원래 계기판은 어딜 봐도 시커멓습니다...... 마치 차주의 수북한 털처럼 시커멓네요. 어우야.
하여튼 옵션장난 칠 때는 아예 확실하게 치는, 치밀한 독일인들입니다.
게이지 페이스 완전히 분해해서 살펴보니, 저 테두리부분 뒷면에다가 꼼꼼하게 검은색 페인트를 다 칠해놨어요. ㅋㅋㅋ
빛 한톨도 새어나오지 말라고.... 아놔.... 하여튼....
그러라고 포기할 한국인이 아니지요. 불굴의 한국산 페인트리무버로 슥슥 다 문질러서 지워줬습니다.
다행히도 잘 지워지더라구요.
짠. 이제 빛이 잘 투과됩니다.
잘 보시면 230~250km/h 사이에 좀 얼룩진 부분이 있긴 한데... (너무 세게 문질러서;;)
정신이 이상해지지 않고서야 그 속도에 크루즈를 걸진 않을테니, 넘어갑시다. ㅋㅋㅋ
어차피 신경쓰고 보지 않는 이상 잘 안 보여요. (자기 최면 중)
그냥 넘어가기 쉬운 부분인데, 게이지 페이스 뒷면의 투명판도 교체해야 합니다.
좌측이 크루즈컨트롤 사양 (투과하지 않음), 순정이 우측의 투명 (모든 빛 투과) 부품입니다.
이거 안 바꿔도 동작에 문제는 없으나, 주황색 계기판 백라이트가 그대로 속력계의 반투명 테두리에 비쳐지겠죠. ㅋㅋ
아... 큰 문제구나. 문제 없다는 말 취소하겠습니다.
이거 바꾸려면 고정용 슬리브 빼낼 때 귀찮은 작업이 좀 필요합니다. (게이지 페이스 진짜 엄청 잘 긁힙니다)
지면이 부족해서 어떻게 빼내고 끼우는지 자세히 적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계기판 PCB에 달린 크루즈 관련 부품류들을 싸그리 이식해주어야 하는데........
이 스테퍼 모터 아주 개 xx 입니다. 뜯다가 함정에 걸려서 하나 해먹고 결국 다시 주문함 ㅋㅋㅋ (DIY 한달 걸리게 만든 원흉)
지면이 부족해서 어떤 부분에서 해먹었는지 자세히 적지는 않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주문하다보니, 벤츠랑 VW/아우디 전부 계기판에 같은 모터를 쓰더라구요.
독일차들은 이런거도 돌려 쓰나...? (가끔 자잘한 커넥터류도 보면 VW 품번이 같이 떠서 어리둥절 할 때가...)
그 외에 커넥터 단자 이식, MCU 부근의 RLC류 몇 개... (PCB 두 개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쉽습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분노에 손 부들부들 떨면서 적당히 잘 땜질해서 이식해 주었구요,
펄스방식 전화기 다이얼같은 원리의 회전판과 (저는 내부 하우징을 통째로 교체했네요), 톱니 부품도 잘 이식해 줍니다.
하드웨어 준비는 이걸로 끝!
작업 전인지 후인지 모르시겠죠? 외관상 아무 차이가 없어야 정상입니다.
바늘 빼고 꽂다가 모든 바늘들이 0에 정확히 안 왔는데, 구형 BMW들은 Tool32로 offset 조정 가능해요.
지면이 부족해서 어떻게 조정하는지 자세히 적지는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두근두근 차에 가서 계기판을 꽂고, KI TEST (계기판 테스트 - 트립리셋 꾹 누르고 있으면 나옵니다)를 해 보면....
엥. 기대했던 크루즈 LED는 들어오는데, LED가 좌우로 안 움직입니다.
꼼꼼한 독일놈들, 펌웨어 안에다가 이 계기판은 크루즈컨트롤 없는 사양이라고 지정해 뒀습니다.
욕 나옵니다.
살려야죠. 살려야한다
이하 매우 재미없는 내용입니다.
위 사진은 그냥 수치 입력해서 바늘 위치 test 하는 기능이구요... (acc_zeiger가 크루즈컨트롤 위치, 그 아래 aus는 초기화)
memory read 기능으로 0x3101 어드레스를 읽어보면, 크루즈컨트롤 바늘/LED 관련 파라미터들이 덤프돼서 나옵니다.
앞의 바이트들은 슬라이더의 range나 속도 관련 다른 값이니 건드릴 필요 없고, 맨 뒤 한 바이트만 건드리면 됩니다.
아마 맨 뒤 바이트는 0xFD 정도로 들어가있을 텐데, 0xFF로 비트단위 전부 1 설정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셋팅하는 비트중에 우리에겐 불필요한 내용들도 좀 있을텐데, 찾아서 계산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다 때려넣는 걸로...)
수정된 데이터가 준비됐으면 NETTODAT.MAN 파일로 형식 맞춰서 만들고, NCSExpert로 코딩합니다.
지면이 부족해서 어떻게 수행하는지 자세히 적지는 않습니다.
코딩까지 마치고, 다시 KI TEST 해 보면....
젠장 깜빡하고 바늘 영점 하나도 안 맞췄네요 노트북 또 들고 내려가야돼
길에서 시험해보니 크루즈컨트롤 on/set/off시 속도와 상태에 따라서 LED가 잘 굴러가고, 잘 변합니다.
끝.
- 작업 소요시간: 한 달 넘김
- DIY 만족도: 중
- 비용: 약 60딸라
- 총평: 내가 이걸 왜 했지...
진짜 끝.!
내꺼 크루즈 등좀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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