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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차와 비교하지 말았어야 했다.
2004에 NF쏘나타가 대뷔했을때가 기억 납니다. 기술적으로 크게 흥미로운차는 아니었습니다만 외신들은 기존 뉴EF쏘나타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신형 모델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당시 현대가 신차를 내놓으면 1세대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2세대 수준의 업그레이드 스피드로 라이벌 일본차들을 바짝 추격하던 시기였습니다. 2005년에 미국 알라바마 공장이 가동되고 2006년 피터 슈라이어라는 스타급 디자이너를 영입하면서 내부적인 변화들이 점점 외부적으로 보여지기 시작했었죠. 이런 빠른 성장 속도의 정점을 찍은 차가 1세대 제네시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The Great Recesion (대불황) 동안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으로 갈곳이 없어진 대형 세단 수요를 제네시스가 흡수하며 미국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과거 현대차가 일본차 성향을 많이 닮았다면 제네시스부터 독일 색깔이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신차가 출시될때 동급의 독일차와 비교를 비교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뛰어난 가성비를 어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겁니다. “제네시스와 E클래스가 얼마나 비슷한지 시승해보세요.” 하지만 이 전략은 국내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됩니다.
문제의 핵심은 일반 소비자들이 동급 독일차들의 가격을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독일 브랜드의 감성 벨류에 대한 인식이 확고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현대차가 어필하고 싶은 가성비 대신 "비슷하지만 더 싸다"라는 메세지만 남기면서 오히려 독일 브랜드들의 마케팅을 대신해줬습니다. 120d, 320d, 520d같은 기본형 BMW들이 동급 가성비로는 최하위인데도 인기가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감성 밸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현대차는 파악하지 못한 듯 합니다.
현대차의 현실적인 라이벌은 일본 브랜드들이고 이 라이벌 관계에서 꽤 높은 경랭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본 브랜드들이 사상초유의 품질 문제와 리콜로 신뢰도를 잃는 사이 현대차가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고 특히 디자인에 있어서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해외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다투는 일본 브랜드가 뛰어난 AS 시스템을 제공하는데도 유일하게 뚫지 못하는 시장이 한국입니다. 동급의 일본, 프랑스, 미국차와 비교를 강조하든지, 아니면 굳이 독일차와 비교를 계속한다면 유니클로처럼 가격을 대문짝만하게 보여줘야 할겁니다.
2. 억지로 끼워 맞춘 Emotional Value (감성 가치)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일본,미국, 유럽 브랜드들이 속해있는 mass market brand (대중 시장 브랜드)라는 카테고리가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는 2가지로 요약됩니다. 규제강화로 높아지는 개발비, 그리고 럭셔리 브랜드의 대중화. 공익을 위한 규제강화가 정치인, 공무원들에게는 승리일 수 있지만 결국 그 비용은 제조사와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합니다. 새로운 안전규격, 환경규격은 더 비싼 차체와 엔진을 필요로하고 소비자는 비싸진 제조 원가뿐만 아니라 개발비, 물가/인건비 인상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차량가 인상 기회는 풀모델체인지 단한번뿐이고 가격경쟁력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입니다. 갈수록 자동차 판매 마진이 줄어드는 이유입니다.
이런 트렌드는 마진폭이 비교적 높은 럭셔리 브랜드도 피할 수 없습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우위인 브랜드 밸류를 앞세워 앞다투어 보급모델을 선보이게 됩니다. 1 시리즈, CLA, A1 같은 차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더 높은 카테고리의 럭셔리 브랜드들도 마칸, 캘리포니아, 기블리를 선보이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싸구려 가죽에 페라리 문장을 찍고 10만원에 파는 머천다이징 ( merchandising) 전략인 셈입니다. 마칸이 티구안과 다르다고 설득할 수 있으면 파는겁니다. 대중 시장 브랜드들이 이에 반격하는 트렌드의 결과물이 제네시스 V8, 500 아바스, 4C, 포커스 RS, GT-R과 첼린저 헬켓 같은 차들입니다. 무미건조한 대중 시장 브랜드에 감성 밸류를 더하려는 시도인 겁니다. 제조업계의 모터스포츠 활동 증가, 현대차 WRC 출전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현대차가 감성밸류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실행한 프로젝트는 상당히 많습니다. PYL 서브브랜드 런칭, WRC에 출전, 뉘르부르크링 개발 센터 설립, 피터 슈라이어와 BMW M 총괄자 알버트 비어만 영입등등... 많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데 이상한 점은 기아 자동차의 감성밸류가 현대차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일관적으로 다이나미즘과 가족, 레저를 강조한 기아차의 메시지가 더 명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쏘나타를 어떻게 타는지 보여주고 제네시스가 카루셀 코너에서 나비를 피해 드리프트하는 사이, 기아차는 소비자들에게 늘 비슷한 메세지를 반복해서 보여줬고 그 메세지가 제품 아이덴티티와 맞는 우월한 product match를 실현한 것입니다. K9은 이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리드하기는 커녕 어지럽혀 버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했다고 봅니다.
현대차에서 브랜드 마케팅 전략 실장을 맡고 계시는 최명화 상무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현대차 브랜드 마케팅 실세가 직접하는 강연이라 상당히 관심깊게 들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질문하지 못해 아직도 후회되는 질문이 이겁니다. “독일 브랜드의 경우 90년대초까지만해도 라인업 개수가 적었기 때문에 (BMW의 경우 3, 5, 7, 8시리즈. 끝) 신규라인이 생길때 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기획하에 제작되고 기아차는 기존 프로덕트 아이겐티티가 부실했기 때문에 K 시리즈로 모두 개편할 수 있었다. 반면 오랫동안 저마다 다르게 형성된 (따로노는) 현대차 프로덕트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하나의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끌어어모으냐” 입니다.
3. Old thinking, old possibilities
3-1. 90년대 소통 방식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산업과 문화에 있어 지배적인 존재이고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런 지배성을 항상 견제해왔습니다. 현대차가 원하든 원치 않든 국내 자동차 문화를 이끌 리더쉽을 발휘할 위치에 있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이런 현대차를 어떤 리더로 평가하냐고 물으시면 저는 느리고 과묵한 리더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현대차의 마케팅 행보가 현재 45~55세 현대차 실세들의 시대상에 갖혀 현시대적 이질감이 드는 부분이 바로 무능한 소통 방식 입니다.
현대차하면 몇가지 대표적인 소문들이 있습니다. “외국의 저가정책을 국내 수익으로 펼친다.”, “내수형과 수출형이 다르다.”등등... 사실 자동차 업계 종사자라면 이런 단순한 오해들이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을 것입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간단한 오해들이고 제조, 유통, 판매 업계의 전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충분히 자극적인 내용이고 워낙 오랜기간에 걸쳐 전달하기 쉽게 짧고 명확하게 재포장되다보니 지금은 안티-현대차 분위기을 대표하는 “논리”가 되었습니다. 이런 오해 몇가지 하나 제때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모습이 현대 자동차 소비자 소통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니가 싶습니다.
WRC 출전은 현대차로는 매우 파격적인 프로젝트이고 90년대와 달리 랠리머신이 내부기술로 제작된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달라진 기술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현대차의 WRC 출전소식이 보도자료라는 느리고 단편적인 소식통에 의존하다 보니 레이스 결과와 인터뷰, 그리고 사진과 영상 몇가지를 공개하는 선이었습니다. 서스펜스가 없고 스토리도 없다보니 저 또한 의외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랠리 드라이버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면서 큰 철학적 변화를 보여주려는 모습입니다. 이는 좋은 결과만 보여주고 실패를 숨기기위해 과정을 배제한 과거의 방식에서 과정을 공유해 좋은 결과의 가치를 더욱 및나게 하는 전혀 다른 소통 방법입니다.
3-2. 낙후된 PR 프로세스, 미숙한 SNS-온라인 마케팅
현대차 마케팅의 주축은 여전히 보도자료, 시승회, 미디어 광고, 단발성 이벤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단발성 이벤트란, 신문에서 가끔보이는 이름 모를 행사에 관계자와 모델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진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게 얼마나 90년대스러운 PR인가요! 현대차의 유명한 조직문화를 무시할 수 없기에 45-55세 실세들에게는 이런 홍보방법이 매우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SNS를 통해 즉각적이고 간결한 메세지가 핵심인 오늘의 환경에서는 느리고, 비효율적이고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가 싶습니다. Kpop 스타 시청 중 불쑥 튀어나오는 아반떼 광고처럼 말입니다.
물론 현대차가 SNS와 온라인 마케팅을 안한다는 게 아닙니다. 분명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고 찾아보면 공식 블로그도 있습니다. 하지만 둘다 인기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하지 말아야할 기본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둘다 보도자료 의존도가 높습니다. 보도자료는 기업이 작성해서 대량으로 뿌리는 것을 시시콜콜한 뉴스 사이트가 수집해서 미미한 광고수입을 모으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싫어하는 형태의 컨텐츠 입니다. SNS와 인터넷은 다른 미디어보다 매우 사적인 공간입니다. 개인시간에 지인들 소식을 보거나 흥미있는 읽을거리, 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이런 맹독성(toxic) 컨텐츠를 접하는 순간 X버튼을 찾지 않을까요?
SNS, 온라인 마케팅은 기업 마케팅에 있어서 전례가 없는 새로운 기회들을 제공합니다. 스피드, 타게팅, 상호소통, 낮은 운영 비용. 이런 장점을 제대로 응용한다면 빠른 시간과 낮은 비용으로 소통 채널을 비약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광고와 캠페인, 보도자료 말고, 현대차만의 스토리를 발굴할 때입니다. 이탈디자인과 함께 포니를 작업한 스토리, WRC를 출전하게된 배경, 수소차의 환경보존적 가치외에 소비자 가치가 도데체 뭔지... 이런 스토리를 공유할 수 없는걸까요? 진실된 소통보다 A급 스타가 출연하는 화려한 이미지 메이킹에만 의존하면 그 많은 투자가 잠깐 동안의 제품 홍보 수준에서 소멸되어 버립니다.
3-3. 얼굴 없는 대기업
SNS와 온라인이 가져온 중요한 마케팅적 변화는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엔초 페라리는 SNS와 인터넷으로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을 싫어했고 광고에 관심이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콘이 된 이유는 그의 집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을 믿음으로 그가 만들어 파는 슈퍼카, 그가 우승하고자 하는 레이스 프로그램을 지켜봤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인문학적 가치와 기술 개발로 사회에 변화를 주고자했던 그의 스타일을 따라하게된 CEO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수익창출을 위한 단순한 목적을 가진 조직입니다. 하지만 B2C(기업과 소비자의 관계) 관계가 급격히 좁아진 지금은 감성 밸류가 중요한 가치가 되었고 쉬게 말해 “내 돈을 가져가고 싶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게임오버입니다. 그래서 2015년에 가장 성공한 브랜드들은 problem and solution approach (문제와 해결책) 접근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기업의 CEO가 나서는 모습은 소비자로서 새롭게 다가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가 가장 좋은 사례입니다. 실리콘 밸리 출신으로 실리콘 밸리의 창업철학을 자동차 제조에 그대로 접목한 그는 창사 초기부터 테슬라를 창업한 이유가 무엇인지, 전기차가 환경보존의 가치외에 소비자 가치가 뭔지, 자동차 제조업계와 석유경제의 구시대적인 발상이 무엇인지 매우 명확하고 일관되게 얘기해 왔습니다. 테슬라가 100년만에 새로운 미국 자동차 메이커이고 뉴욕증시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선보이며 삼성 SDI와 LG화학같은 대기업을 쥐락펴락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CEO의 기업철학이 업계와 소비자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이런 역할을 반드시 CEO가 수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이 역할을 홍보 자료가 아닌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겁니다. Porsche Motorsports의 Andreas Preuninger는 과거 포르쉐의 RS 브랜드를 계승해 GT3 브랜드를 만든 장본인으로 996 GT3부터 모든 911 GT3 양산차와 GT3 레이싱 프로그램의 총괄자입니다. 911 GT3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는 인물이고 최근의 991 GT3/GT3RS의 개발철학적 변화를 팬들과 소통하는데 직접 나선 인물입니다. 이런 신뢰감 높은 인물이 있었기에 초기 991 GT3의 엔진 폭발이 화두가 되었을때 즉각적인 대응과 엔진 리콜을 총괄을 통해 논란을 종식시키고도 했습니다.
다시 현대차로 돌아옵니다. 어떤 얼굴이 떠오르세요? 저는 솔직히 정몽구 회장 얼굴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수많은 CEO들처럼 전통적인 기업가입니다. 최근에 생긴 경영 트렌드가 정석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그럼 그 밑에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과 기획, 개발, 판매, 영업하는 사람들은 누굴까요? 그들은 격동기의 자동차 업계에서 현대차의 위치가 어떻다고 생각할까요? WRC에 출전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소문의 슈퍼카와 픽업을 만든다면 현대차 브랜드에 있어서 새로운 소비자 가치는 뭔가요?
결론
과소비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인간미를 갈망하게 되었고 이는 소비패턴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친근하고 윤리적인 브랜드를 가까이하고 그렇지 않거나 애매한 브랜드는 객관적 가치와 상관없이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란 지극히 소비자 관점적인 컨셉입니다. 제조사의 입장보다 소비자의 입장이 우선이며 소비자와 소통이 안되는 기업은 위기대처 능력이 그만큼 떨어지게 됩니다.
전세계에서 현대차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유가 어쨋든 소통과 브랜드 구축에 처참하게 실패한 결과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결과입니다. 현대차의 비효율적인 소비자 소통과 불명확한 브랜드 가치, 각자 따로노는 프로덕트 아이덴티티가 홈그라운드인 한국에서 외국차에 밀리는 위기를 조성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대차는 분명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 자금력이 있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빠른시일내에 시대 흐름을 따라잡지 않으면 K9과 아슬란처럼 시대착오적인 브랜드로 전락할 것입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ghepardoblog/220398012431
현데차 공개채용 1차면접 합격 드립니다. ^^
좋은 글 추천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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