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do not tease or annoy the MINI(미니를 건드리거나 무시하지 마세요).”
지난 주말 시승한 BMW 미니 ‘쿠퍼S 로드스터’가 뒷번호판에 적힌 한 문장을 작별인사로 남긴 채 시야에서 사라졌다. “너나 잘하세요.” 몸값 비싸고 도도한 이 자동차를 떠나보내며 까칠한 기자도 되받았다.
미니 시승 소감을 물어보면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냥 재미있는 차야.” 사흘간 타보고서야 그 의미를 알았다. 첫째날은 깜찍한 디자인에 반했고 둘째날은 파워풀한 성능, 반전 매력에 빠져들었다. 셋째날에는, 피곤했다.
디자인은 클래식의 진수를 보여준다. 쿠퍼 로드스터는 지붕(루프)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2인승 컨버터블이다. 앞유리가 13도 이상 기울어져 스포티한 느낌이다. 연한 회색에 하늘빛이 감도는 화이트 그레이 색상은 오묘하고 세련된 빛깔이다. 센터페시아에는 사각 액정표시장치(LCD) 화면 대신 손바닥만한 원형 속도 계기판이 자리잡고 있다. 운전하면서는 볼 수 없다. 그저 장식용이다.
비상 깜빡이 버튼이 상단에 꼭지처럼 앙증맞게 붙어 있어 커다란 알람시계를 연상케 한다. 막대 모양의 똑딱이 단추, 색깔이 바뀌는 조명 등에 감탄하다 보면 곧 깨닫게 된다.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은 ‘무늬만’ 클래식이라는 것을. 창문 버튼은 차 문이 아니라 오디오 아래 있다. 비오는 날 주차요금 정산소 앞에서 창문을 못 내려서 차문을 박차고 나갔던 슬픈 사연이 있다.
운전해보면 말 그대로 통통 튄다. 서스펜션이 단단해 움푹 파인 도로에서는 범퍼카처럼 ‘쿵’하는 충격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엉덩이 쿠션이 절실했다. 쪼그만게 힘은 좋다. 최대 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 24.5㎏·m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앙~’하고 앙탈을 부리며 치고 나간다. 날렵한 코너링도 장점이다. 다만 핸들은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토라진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 핸들이 휙 돌아가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가솔린 모델이지만 덜덜거림과 소음은 감수해야 한다. 차에서 내리면 온몸이 뻐근, 머리가 지끈, 발끝까지 후덜덜한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수동으로 열고 닫는 소프트톱 지붕은 아쉽다. 요즘처럼 갑자기 비가 오면 길거리에 차를 세우는 수밖에 없다. 가격이 100만원가량 저렴한데도 자동으로 개폐되는 폭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레가 그리웠다. 수납공간은 포기하길. 운전석 뒤쪽에는 서류가방 하나 정도는 놓을 수 있다.
가격은 4470만원. 내비게이션을 더하면 4500만원을 넘는다. 복합연비 12.4㎞/ℓ지만 실제 주행해보니 9㎞/ℓ대였다. 실용성은 빵점이지만 미니의 인기는 대단하다. 상반기에만 2580대가 팔렸다. 미워할 수 없는 매력 때문일까. 돈 걱정 없는 ‘폼생폼사’족에겐 최고의 장난감일 듯.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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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는 없고 비주얼 부스트라고 아이드라이브 비슷한 거 들어감....
기자님이 트렁크는 안 열어봤나 ㅋㅋㅋㅋ
기내용 캐리어 다섯개는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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