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득 1위 도시' 울산에도 경기 불황이 불어닥쳤다.
백화점 주요 품목의 매출은 줄어들고 시내 중심가에도 장사하겠다는 사람이 감소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울산점은 올해 상반기 주요 품목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떨어졌다고 22일 밝혔다.
품목별로는 여성정장 5.1%, 남성의류 6.4%, 골프의류ㆍ용품 6.1%, 가전제품 21.5%, 아동용품 13%가 각각 줄었다.
이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젊은 층을 상대로 영업면적을 늘려 더 많은 상품을 배치했기 때문에 전체 매출은 소폭 신장했지만 주요 품목은 모두 매출이 떨어졌다"며 "백화점에선 보통 여성의류를 기준으로 경기 판단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황이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울산점 역시 여성의류 2.8%, 골프의류ㆍ용품 2.3%씩 매출이 하락했다.
백화점 측은 예측 불가능한 경기, 침체된 부동산 시장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역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울산의 '우수고객'은 대부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다"며 "최근 조선 경기 불황, 현대차 노조의 전면 파업 분위기 등이 지갑을 닫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근로자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는 지역경제의 특성상 대기업이 경제적 위기의식을 느끼면 소비자까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찬바람은 시내 중심가에도 불고 있다. 상가가 밀집한 울산 남구지역에서 올해 상반기 폐업신고(음식ㆍ유흥업종) 건수는 26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263건보다 조금 늘었다. 이에 비해 신규 등록 건수는 265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334건보다 69건(20.6%) 줄었다. 문 닫는 가게는 늘고 문 여는 가게는 줄어든 것이다.
남구 삼산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미정(36)씨는 "최근 1년 사이 주인이 3번이나 바뀐 곳이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 경기 또한 마찬가지다. 국토연구원의 '전국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를 보면 울산은 지난 4월 137.3, 5월 125.3, 지난달 109.7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 역시 4월 141.5, 5월 129, 지난달 111.1로 떨어졌다.
울산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5월 3천549가구로 전달 2천916가구보다 633가구(21.7%) 증가했다(국토해양부 자료).
울산발전연구원 이주경 연구원은 "유럽발 경제 위기, 조선업황 위축, 석유화학제품의 재고 부담, 현대차 노조 파업 등으로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으로 대표되는 울산 경제가 움츠러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근주 기자 canto@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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