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렉스턴의 시작은 화려했다. 지난 2001년 8월 '대한민국 1%’'는 슬로건 아래 등장한 후 국내 프리미엄 SUV의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처음 나왔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판매 시작 후 5개월 동안 1만1,000대가 출고됐고, 이듬해는 연간 판매량이 무려 4만7,000대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경쟁 차종인 기아차 쏘렌토 판매량이 5만2,000대였음을 감안하면 렉스턴 홀로 쌍용차를 견인했던 셈이다.
2006년 3월에는 국내 SUV 중 최고출력을 자랑하면서 2세대 렉스턴Ⅱ가 판매됐다. 하지만 쌍용차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판매는 신통치 못했다. 체어맨과의 디자인 일체성을 위해 석굴암을 모티브로 한 헤드램프로 바뀌기도 했지만 오히려 어색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출시된 렉스턴 W의 변화는 앞모습에 집중됐다.
▶디자인
전면은 새롭다. 요즘 유행하는 모습이 듬뿍 담겼다. 다소 투박했던 스타일에서 확실하게 벗어난 인상이다. 특히 쌍용차 고유의 3선 라디에이터 그릴은 넓게 배치돼 역동과 웅장함이 동시에 표출된다. 프로젝션 헤드램프도 고급스럽다. 방향지시등과 안개등, 인테이크 홀이 통합돼 세련돼 보인다.
측면은 캐릭터라인이 돋보인다. 좁은 가니시를 적용해 단순하면서 세련된 이미지 연출과 투톤 처리됐다. LED가 내장된 아웃사이드 미러는 유럽 스타일을 지향한 결과다. 사이드스텝은 이전 대비 약간 좁아졌고, 18인치 휠은 크롬 처리돼 번쩍인다. 쌍용차로선 최고급 SUV인 만큼 고급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뒷모습은 별 다른 변화가 없다. 일체형 리어램프 소재가 달라졌을 뿐 형상은 거의 같다. 앞모습이 많이 달라진 것처럼 리어램프 형상까지 새로웠다면 좋았을 것 같다. 대신 LED 보조등이 적용됐다. 제동할 때 유용하다.
인테리어 디자인 성격은 '단순함'이다. 로터리 레버를 일체 배제하고, 오로지 로직 타입으로만 완성했다. 로터리 타입 레버는 열선 시트 스위치 밖에 없다. 센터페시어 표면은 깔끔하지만 갑자기 오디오 볼륨을 줄여야 할 때 로직 타입은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대형 SUV답게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운전석은 8방향 조절이 가능하고, 운전석 메모리 시스템, 온-오프 타입의 2열 열선시트도 있다.
▶성능&승차감
시승차는 렉스턴 W 최고급형 노블레스다. 2.0ℓ 디젤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대 155마력, 36.7㎏.m의 토크를 발휘한다. 엔진 배기량이 낮아 보이지만 실제 주행환경에선 별 다른 부족함이 없다. 렉스턴 W 자체가 고성능을 지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쌍용차도 저속 토크 강화를 개발 목표로 삼았다. 중저속 응답성 향상을 위해 E-VGT를 포함해 엔진 제어의 전자화에 중점을 둔 배경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정숙함이 먼저 다가온다. 렉스턴을 세대별로 경험한 기억을 떠올리면 상당한 발전이다. 공회전 때는 진동도 미미하다. 쌍용차는 진동과 소음 저감을 위해 구동설계 최적화를 이뤄냈다고 강조하지만 굳이 그런 설명이 없어도 정숙해졌다는 점은 체감으로도 알 수 있다.
아무 것도 싣지 않은 채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움직임이 경쾌하다. 페달의 응답성이 조금 늦었던 이전과 다르다. 일단 움직이면 묵직함이 다가오지만 정지 상태에서 바퀴가 동력을 전달하는 능력은 분명 진일보했다. .
그러나 핸들링은 여전히 가볍다. 국내 소비자 취향이지만 더 무거워도 큰 불만은 없을 것 같다. 물론 핸들링이나 승차감 등은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의 영역일 뿐 그 어느 누구도 객관적 잣대의 저울질은 불가능하다. 특히 좌우 흔들림이 다소 있는 승차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동변속기는 인공지능이다. 힘이 많이 필요한 언덕을 오를 때는 알아서 변속 시점을 늦춰준다. 내리막에도 변속을 늦춰 속도를 제어해 준다. 필요하면 수동 모드로 바꿀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에 배치된 플러스(+)와 마이너스(-) 버튼, 그리고 변속레버로 조절이 가능하다. 구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차할 때는 주차궤적과 함께 센터페시어 액정에 후방 화면이 떠오른다. 차고가 높은 SUV의 주차 단점 극복에 도움이 된다. 요즘 고급 SUV에는 대부분 적용된다. 2,000㏄급 엔진이 적용된 만큼 효율은 2WD가 13.7㎞(통합), 4WD는 13.1㎞로 높은 편이다. 가격은 2,733만-3,633만원이다.
▲총평
렉스턴 W는 쌍용차의 플래그십 SUV다. 그러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실상 변화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아쉬움은 분명 있다. 그래서 신형은 오히려 참신하게 다가온다. 특히 앞모습은 렉스턴이 분명 젊어졌음을 나타낸다. 쌍용차가 3세대로 1세대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나아가 크게 개선된 정숙성은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얻을 만하다. 1% 렉스턴의 부활, 3세대가 할 일이다.
시승/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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