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수출감소와 내수판매 위축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결국 희망퇴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선택했다.
2000년 르노그룹에서 퇴출 위기의 삼성자동차를 인수해 출범한 르노삼성차는 품질경쟁력을 앞세워 한때 판매 기준으로 국내 2위의 자동차 회사로 부상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출이 줄고 내수판매까지 급감하면서 지난해에는 2천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르노삼성차는 2010년 신형 SM5를 출시하고 유럽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했으나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수출물량이 급감했다.
또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신형 SM7이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 내수판매까지 급감, 최근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월간 판매량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판매부진이 심해지자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말 자동차 업체로서는 유례없는 장기간 휴업에 들어가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국내외 경영여건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으면서 올 상반기 국내 판매와 해외 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8%나 줄어든 8만3천62대에 그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 과정에서 르노그룹에서 르노삼성차를 매각한다는 등 악성 루머까지 나도는 등 회사 안팎의 위기상황은 계속됐다.
이 같은 위기가 이어지자 르노닛산그룹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지난달 한국을 직접 방문, 2014년부터 닛산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한다는 경영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 1억6천만달러(약 1천700억원)를 투자하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66%인 부품 국산화비율도 내년까지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로그 생산을 위한 투자 계획이 실현되면 르노삼성차는 안정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해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올해 예상 생산대수인 17만대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14년이면 로그 생산량 8만대를 합쳐 연 23만대의 생산이 가능해져 공장가동률이 90%까지 올라간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의 효과가 2014년 이후에 나온다는 점이다.
당장 글로벌 경기침체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엔고 등 환율 여건도 악화돼 올해와 내년을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한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적자가 2천억원을 넘긴데다 올해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비슷한 수준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며 "비용절감이나 자체적인 경영개선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는 희망퇴직과 함께 올해 SM3와 SM5 등 일부 차종에 대한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제품 라인 업 강화, 부품 국산화, 안정적인 공장 가동률 등 경영개선 노력이 합쳐진다면 부산공장이 다시 경쟁력 있고 효율성 높은 공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를로스 곤 회장도 "르노삼성차는 앞으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중요 생산거점이 될 것"이라며 "르노삼성차 입장에서도 로그 위탁생산을 통해 글로벌 성장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현 기자 joseph@yna.co.kr
출처-연합뉴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연합뉴스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