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스크바 국제모터쇼가 29일 개막한 가운데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시장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를 겨냥한 신규투자를 속속 늘리고 있다.
◇ 모스크바 국제모터쇼 개막 = 모스크바에선 짝수해에 해당하는 2년마다 국제모터쇼가 열린다. 이번이 네번째 국제모터쇼다. 모스크바 서쪽 외곽 크루쿠스 센터 전시장에서 이날부터 다음달 9일까지 개최되는 2012 국제 모터쇼는 전시장 면적이 2010년의 두 배인 10만㎡로 늘고 참여 업체도 많아져 러시아 시장에 대한 국제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반영했다.
프랑스 파리 국제모터쇼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열린 이번 모스크바 모터쇼에는 세계 유력 메이커들이 출품한 24개 신모델이 첫선을 보인다. 100여 개 신모델이 선보일 예정인 파리 모터쇼 규모에 비할 순 없지만 2년 전보단 세배나 늘어난 숫자다. 최고속도 285km/h에 러시아 현지 판매가가 21만 유로(한화 약 3억원)나 하는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도 출품됐다.
주최 측은 31일 일반인 관람이 시작되는 올해 모터쇼에 100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 관람객들은 모터쇼를 구경하려면 800루블(약 3만원)의 입장료를 내야한다. 전시장을 차리는 참여 기업들도 1㎡당 최대 250 유로의 참가비를 냈다.
이번 전시회엔 러시아 국내 자동차 업체 '아프토바즈'와 BMW, 폴크스바겐, 오펠, 르노, GM, 시보레, 포드, 도요타, 닛산 등의 세계 주요 메이커들이 주력 제품들을 출시하며 러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도 대표 제품들을 출품해 경쟁에 돌입했다.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지 생산 등을 통해 러시아 내 외국 메이커 선두 그룹을 달리고 있는 현대차는 산타페 신형 모델을 러시아 시장에 처음 공개하며 공세를 폈다. 현대차는 이날 저녁 전시장에서 현지 딜러와 유명 인사 등을 초청해 신형 싼타페 런칭 기념 만찬 행사도 열었다.
쌍용차는 뉴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렉스턴 W'와 '뉴체어맨 W'를 러시아에 처음 공개했다. 기아차는 한국 내에서만 판매하던 대형 세단 쿠오리스(Quoris.국내명 K9)를 유럽 지역에선 처음으로 선보였다.
◇ 치열한 러시아 시장 공략전 = 폴크스바겐은 올해 러시아내 자동차 판매가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10억 유로를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제너럴 모터스(GM)도 향후 5년간 러시아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르노 자동차 역시 러시아가 브라질을 제치고 자사 제2의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9년 절반으로 줄었던 러시아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40% 급증한 260만대 이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러시아 내 자동차 판매대수가 300만대에 이르거나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PwC는 노후차량을 폐기하고 신차를 구입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자동차 판매금액이 70% 급증한 60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외국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량도 2011년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내 자동차산업 육성시책과 높은 관세장벽 등으로 인해 외국 자동차업체들은 아프토바즈 등의 러시아 업체와 합작하거나 현지 생산공장을 건설해야하는 선택에 직면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모스크바 남쪽 칼루가 지역에 자체 생산기지를 확장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폴크스바겐의 생산 및 물류담당 임원인 마이클 막스트는 "특히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에는 고급 자동차 수요가 높지만 시골을 여행하다보면 약간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GM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시보레 크루즈 세단 생산능력을 두 배인 23만대로 늘리길 바라고 있다. GM의 글로벌 생산담당 팀 리 부회장은 러시아 내 총 자동차 판매대수가 2016-2017년에는 4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때가 오면 GM도 10%인 자사의 시장지분도 확대되길 희망하고 있다.
일본의 닛산과 합작한 르노 자동차는 라다 세단으로 유명한 러시아업체 아프토바즈와의 전략적 합작에 나섰다. 르노와 닛산은 지난 5월 아프토바즈의 실질적인 경영권 확보협상에 나섰는데 르노의 한 임원은 이 협상이 올 연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철종 특파원ㆍ류창석 기자 cjyou@yna.co.kr, kerberos@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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