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추가 보증 프로그램을 놓고 판매사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수입사가 일정 기간 소모품 무상 교환을 포함한 서비스 쿠폰 북 카드를 꺼내들자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을 펼쳐야 하는 판매사 입장에선 쿠폰 북 제도의 이해관계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벤츠코리아가 내놓은 '컴팩트 플러스'는 수입사가 판매사(딜러)에 제안해 등장했다. 말 그대로 소비자가 저렴하게 쿠폰북을 구입, 서비스를 받을 때 활용하는 게 골자다. 기본 보증수리 기간이 끝난 후 정기적으로 교환하는 소모성 부품과 공임 그리고 주요 항목 서비스를 1년, 2년, 3년 단위로 연장하는 상품이다. 쿠폰 북을 구입하면 서비스 기간 중 부품 및 공임이 상승해도 소비자는 추가 부담이 없다.
이런 이유로 모든 판매사가 쿠폰 북 제도를 수용한 것은 아니다. 해당 서비스 기간 중 부품 가격 및 공임료 인상을 판매사가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따라서 뒤늦게 판매사에 합류한 KCC(서울 강서)와 2002년부터 판매사로 참여한 신성오토(광주)는 제도를 수용했고, 한성차는 내부 시스템이 구축되는 즉시 수용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일부 판매사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벤츠코리아로선 전국 모든 곳에서 동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장 서비스는 철저하게 판매사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제도 도입을 강요하기도 쉽지 않다.
판매사별로 제도 도입 여부를 선택 수용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쿠폰 북 판촉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서비스센터 가동률이 높은 판매사는 가뜩이나 북적대는 센터에 할인 쿠폰을 들고 찾아오는 소비자가 반갑지 않을 수도 있는 것. 반면 KCC와 신성오토 등은 덩치를 키우기 위해 한 명의 소비자를 더 끌어들여야 하는 입장이 반영됐다. 한 마디로 소비자가 넘치는 판매사는 관망, 한산한 판매사는 비용 감수를 하더라도 쿠폰 북 발행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벤츠 판매사 관계자는 "딜러별로 입장이 다르다"며 "보증수리 연장 쿠폰북은 판매사의 현실을 반영하는 잣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동일 서비스 동일 제공 원칙'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제품 구매자가 연장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기존 거래하던 판매사를 떠나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 최고 품질을 내세우는 벤츠가 '최고의 동일 서비스'는 펼치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시작은 두 차종(B, SL 클래스), 두 곳의 판매사지만 차츰 모든 판매사와 전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인 만큼 서비스 차별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해명했다.
일부에선 벤츠코리아가 이번 '컴팩트 플러스' 제도를 통해 판매사 간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쿠폰 북 도입으로 판매사 간 균형 맞추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할인효과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질 경우 다른 판매사도 앞다퉈 제도 도입에 나설 수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는 판단이다. 이 경우 서비스 불만족 사례도 크게 줄어 벤츠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컴팩트 플러스 쿠폰 구입 가격은 B클래스의 경우 1년 83만6,000원, 2년 189만2,000원, 3년 304만7,000원이다. SL은 신형 기준으로 1년 203만5,000원, 2년 1,117만6,000원, 3년 1,193만5,000원에 판매한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벤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시행 중인 여러 서비스 판촉 프로그램을 국내에 맞게 조정, 반영한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분명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본 기사의 저작권은 오토타임즈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