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집권으로 중국과 일본 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초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한국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으로 일부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내년에는 급증하는 중국의 자동차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반사이익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센카쿠 분쟁 후 현대ㆍ기아차 中 시장점유율 증가
24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의 올해 중국 내 3분기 매출액은 5조3천460억원으로 전분기(4조6천630억원)보다 14.7% 늘었다. 순이익은 4천250억원에서 4천730억원으로 11.3% 증가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판매량과 중국 시장 점유율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누적 판매는 119만8천194대로 추정됐다.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117만2천318대)을 넘어선 수치다.
현대차그룹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8월 누적 8.4%에서 10월 10.2%까지 올라갔고 같은 기간 일본 완성차업체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6.8%에서 6.5%로 급감했다.
일본 정부의 9월 센카쿠열도 국유화 발표에 따라 중국인들의 일본 자동차 불매운동이 불거진 탓이다.
이에 따라 일본차 브랜드의 판매는 40~60%가량 급감했고 각 업체는 감산과 함께 판매목표도 애초보다 15~25% 낮춰야 했지만 현대차 3공장은 이 무렵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 경쟁 관계에 있던 일본차 시장을 잠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로라면 현대ㆍ기아차는 연말까지 130만대를 팔 것으로 예상돼 4분기에는 반사이익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 조수홍 연구원은 "완성차는 합자형태로 중국 사업을 진행하는 반면 부품사는 대부분 완전 자회사(지분율 100%) 형태로 중국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중국 판매 호조에 따른 이익성장의 영향은 오히려 자동차 부품기업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갈등 재발해도 생산능력 부족으로 반사이익 적을 것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우익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출범해 중국과의 분쟁이 고조되더라도 현대차그룹이 얻는 반사이익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 내 생산 규모로는 급증하는 중국 자동차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엠투자증권 류연화 연구원은 "현대차는 베이징 3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해 생산량이 급증하고 신형 엘란트라에 이어 신형 싼타페도 출시하며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아차는 현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생산능력의 한계에 왔다"고 진단했다.
류 연구원은 "기아차는 2014년 3공장이 준공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내년에는 생산 능력 부족으로 현대차와 같은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되더라도 이에 따른 반사이익은 올 하반기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현대ㆍ기아차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이미 100%를 웃돌았고 작년에도 120% 수준의 풀가동을 지속했다.
최근 중일 관계 악화로 일본 업체들의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되지만 기아차는 이미 풀가동으로 생산량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우증권 박영호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년 글로벌 출고는 각각 7.1%,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2014년 이후 신규 생산능력 가동과 전 세계 수요 증가 회복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
김다정 기자 djkim@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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