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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수명으로 불리는 '내구성(耐久性, durability)'이 자동차 시장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내구력이 좋을수록 운행 유지비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중고 시장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어서다. 게다가 내구성은 한번 인정받으면 오랜 기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어 국내에서도 최근 내구성 차별화 방안이 속속 등장 중이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내구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회사는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브랜드다. 특히 혼다는 같은 일본차 외에 한국차를 겨냥한 내구성 차별화 방안 탐색에 적극적이다. 최근 어코드 2.4ℓ의 가격이 국산차에 버금갈 만큼 내려온 데다 소폭의 신차 가격 차이는 내구성으로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는 계산에서다. 예를 들어 어코드를 5년 보유하는 것과 동급의 국산차를 5년 보유할 때 서비스 비용 등은 오히려 어코드가 적게 들어간다는 것. 혼다코리아 박종석 전무는 "혼다 제품의 내구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인정받았다"며 "소비자들은 당장의 신차 가격만 생각하지만 운행하면서 들어가는 서비스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혼다 제품의 내구성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내구성이 검증되면 제품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오른다"고 덧붙였다.

 내구성에선 렉서스와 토요타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렉서스는 미국 JD파워 내구성 조사에서 2012년에 이어 올해도 만족도 1위에 올랐고, 토요타 또한 3위를 기록해 강한 내구력을 입증했다. 일부에선 북미 소비자 대상인 만큼 국내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일본차의 내구성은 국내 소비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마케팅인사이트가 9만5,000명을 대상으로 '국산차-수입차 품질 점수'를 평가토록 한 결과 일본차는 신차 구입 후 3년 동안 겪는 문제점이 214개로 국산차 평균 435개의 절반에 불과했다. 신차 구입 후 3개월 동안 경험하는 문제점은 일본차가 134개로 국산차의 161개와 큰 차이가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산차에 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특히 일본차 내구품질은 유럽차의 385개보다 월등이 적은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이처럼 일본차 내구성이 떠오르자 현대차도 내구력 강화에 나섰다. 전국 서비스센터를 통해 보고된 각종 부품을 모은 뒤 사용 연한과 문제 원인을 파악, 적극 개선에 나서는 것. 지금까지 이 같은 조사를 통해 내구력이 개선된 부품만 70여개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구성의 핵심은 부품 품질"이라며 "사용 기간과 부품 수명 정보를 계속 수집해야 내구력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는 일본차와 내구성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민은 소비자들이 신차를 구매할 때 만큼은 내구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내구성은 구입 이유에서 디자인, 가격, 상품성, 연료효율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내구성 입증을 위해 일부 회사가 보증수리 기간을 '4년 또는 10만㎞' 이내를 제공해도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 나아가 국산차도 판촉 차원에서 특정 차종의 보증수리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판매에는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와 관련, 국산차 관계자는 "내구성은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을 직접 체감해야 깨닫는 것이지만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되면 크게 개의치 않는 게 국내 자동차 문화"라고 설명했다. 내구 경쟁력이 비용 발생을 줄여도 오랜 기간 타보며 겪어야 하는 것이어서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완성차회사들의 마케팅 행보도 내구성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에 집중되는 양상을 나타낸다. 볼보차의 경우 지난 2003년 이후부터 국내에 판매된 차 가운데 98% 이상이 현재까지 전혀 문제 없이 운행되는 점을 내세우며, 렉서스는 미국 내 3년이 지난 중고차의 내구성 1위 기록을 집중 부각하는 중이다. 이에 맞서 현대차도 지난해 미국 JD파워의 '내구품질조사(VDS, Vehicle Dependability Study)'에서 제네시스가 81점을 기록, 벤츠 E클래스(83점), BMW 5시리즈(121점)를 제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중고차 가치가 중요해지고, 이 때는 유지비용 절감 효과를 주목하게 된다"며 "이는 곧 내구성이 그만큼 주요 항목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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