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자동차 연비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예고가 잇따라 완성차 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차량용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후방 산업체들도 연비 개선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31일 완성차 및 차량용 부품·소재업계에 따르면 미국 오바마 정부는 2025년까지 자국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와 픽업트럭의 평균 연비를 현재의 2배 수준인 ℓ당 23.9㎞까지 강화하겠다는 기준안을 발표했다. 업계는 또 1차적으로 2016년까지 ℓ당 15.1㎞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2017년부터 출시되는 모델은 기준 연비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1대당 최대 2만5천달러(약 2천780만원)의 벌금을 물거나 아예 자동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국내도 사정은 비슷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연비 규제 기준을 2015년까지 ℓ당 17㎞, 2020년부터 2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연비 개선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자 완성차업계는 금속을 대체할 경량 소재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연비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 '다이어트'이기 때문이다. 차량 무게를 약 10% 줄이면 연비는 3∼8% 올라간다. 이에 따라 차량용 부품·소재업계는 '플라스틱 복합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플라스틱에 유리섬유 등 충진재를 배합한 첨단 소재로, 강도는 금속과 비슷하지만 무게는 훨씬 가볍고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한대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복합소재의 비중은 2010년께 평균 14㎏ 정도였지만 2017년까지 연간 7%씩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시장 규모도 연평균 11%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메이커에 경량화 부품 소재를 공급하는 한화L&C는 주력상품인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GMT)과 저중량 열가소성 플라스틱(LWRT)이 연비 경쟁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MT는 강철과 강도는 유사하면서 무게는 20∼25% 덜 나가 언더커버, 범퍼 빔, 의자 등받이 등에 많이 쓰인다. 한화L&C는 최근 GMT 내부에 스틸 프레임을 넣어 강도를 높이고 무게는 12% 더 줄인 '스틸 하이브리드 GMT 프런트빔'을 개발했다. 이 업체는 그 밖에도 일본 도레이사(社)와 탄소섬유 복합소재 공동개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경량화 소재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소재 교체에 더해 부품 여러 개를 하나로 통합하는 모듈화를 도입함으로써 무게를 줄였다. 모듈화를 적용하면 개별 부품을 하나씩 장착할 때와 비교해 부품 수는 최고 35%까지 줄고 무게는 20% 빠진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일례로 현대차 제네시스는 서스펜션 구성 부품을 강철에서 알루미늄으로 바꿔 내구성은 유지하고 무게는 15㎏ 이상 줄였다. 그랜저HG는 강철 부품 22개짜리 캐리어를 플라스틱 부품 4개로 대체해 중량을 8.5㎏에서 4.8㎏으로 낮췄다. 현대모비스는 경량화 외에도 전기모터를 이용해 최적의 조향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연비를 개선시키는 '전동식 조향장치' 등 신기술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LG하우시스는 전기차용 소재 개발에 주력해 국제 복합소재 전시회 'JEC 컴포지트 유럽'에서 장섬유강화 플라스틱(LFT-D) 공법으로 기술혁신상을 받았다. 이를 적용하면 더 가볍고 튼튼한 전기차의 배터리팩 캐리어 양산이 가능해진다.
이유진 기자 eugenie@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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