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쉐보레 이쿼녹스는 한국지엠에 상당히 의미있는 신차다. 올초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이라는 위기를 넘고 다시 정상화 궤도에 오를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지엠은 지난 수 년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중형 SUV로 승부를 걸었다. 이쿼녹스는 미국 시장에서 매년 25만대 가량 판매되며 4세대를 출시한 지난해에는 29만458대로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회사는 GM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제품을 도입,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은 이전보다 더욱 날카로워졌다. 한 차례 폭풍이 몰아친 후로 한국지엠을 보는 태도는 더 싸늘해졌고 제품 선택에 대한 기준은 까다로워졌다. 소비자들의 기대를 뛰어넘을 만한 상품성이 아니라면 이전보다 선택을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한국지엠은 이쿼녹스에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모든 것을 넣었다고 말한다. 성능 및 상품성에서 최적의 밸런스를 추구해 보다 다양한 대중의 입맛을 맞췄다는 것. 한국지엠의 이쿼녹스 레시피는 성공했을까? 1.6ℓ 디젤 엔진(2WD)을 장착한 시승차를 타봤다.

 ▲스타일

 말리부와 크루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을 입었다. 상징과도 같은 듀얼포트그릴이 전면에 크게 자리하고 이와 연결돼 수평으로 뻗은 헤드램프가 날렵함을 드러낸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전체적으로 크롬을 둘러 시선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에어로셔터를 적용해 공력 성능을 향상시킨 것도 특징이다. 후면 역시 양옆으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를 바탕으로 수평 기조를 유지했다. 측면을 흘러 리어램프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차체 굴곡을 더해 빛에 따라 반사되는 색감이 입체감을 준다.

 실내 디자인 역시 말리부와 거의 겹친다. 세로로 길쭉한 공조기 가운데 터치스크린이 자리잡았으며, 공조버튼과 각종 조절 장치가 위치한다. 그 아래 휴대폰 무선충전 기능을 갖춘 적재공간이 있다. 계기판은 중앙에 디지털 디스플레이 창을 중심으로 왼쪽에 엔진회전수, 오른쪽에 속도가 표시된다. 모두 빨간 바늘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차체는 길이 4,650㎜, 너비 1,845㎜, 높이 1,690㎜, 휠베이스 2,725㎜로 경쟁 브랜드의 준중형 SUV와 중형 SUV 사이쯤이다. 크기는 컴팩트하지만 휠베이스를 최대한으로 설계함으로써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내는 꽤 널찍하다. 트렁크는 뒷좌석을 접으면 1,800ℓ까지 늘어난다.
 
 내장재가 고급스러운 편은 아니지만 편의품목이 다양하게 들어가 이를 상쇄한다. 앞좌석 열선과 통풍 시트는 물론이고 스티어링 휠과 뒷좌석 열선도 장착했다. 휴대폰 무선 충전 시스템은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마련됐고 애플 카플레이 시스템을 통해 음성으로 다양한 기능을 즐길 수 있다. 뒷좌석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마 선루프는 개방감을 더하고 트렁크는 핸즈프리 방식으로 발의 모션을 통해 자동으로 열린다. 뒷좌석은 폴딩 레버로 쉽게 접을 수 있다. 또 한국 시장만을 위해 전동 접이 아웃사이드미러와 하이패스 단말기능을 장착한 룸미러, 터널 디텍션 기능, 전자동 시트 등도 유용하다.  

 ▲성능

 동력계는 1.6ℓ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 136마력, 최대 32.6㎏·m의 성능을 발휘하며 ℓ당 복합효율은 12.9~13.3㎞이다.

 동력계는 이쿼녹스의 상품성 중에서 지적을 받았던 부분이다. 중형 SUV의 차체를 끌기에 1.6ℓ 배기량이 다소 작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것. 실제 회사에서도 이를 어느정도는 인정했다. 하지만 제원표에 보이는 수치로 평가하기 보다는 직접 경험한 후 판단하기를 권고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만족도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심감에서다. 

 우선 디젤 엔진을 장착해 초반 가속의 기분좋은 경쾌함을 유지했다. 산뜻한 출발과 함께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변속 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도록 부드럽게 속력을 올린다. 전반적으로 가벼우면서 운전하기 용이하다는 생각이다. 가속과 제동 페달의 반응이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불편함은 없다. 보쉬의 R-EPS를 장착해 스티어링 휠의 진동은 거의 없지만 조향감이 크게 민첩해졌다는 느낌은 없다. 아무래도 타깃층인 3040대 가족 소비자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크게 민감하거나 까다롭지 않게 세팅된 느낌이다. 다만 언덕길을 오르거나 속도를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페달을 밟으면 어느정도의 한계는 느껴진다. 하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크게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들이어서 일반 운전자들이 감수할 불편은 없어보인다.

 실내 정숙성도 뛰어나다. 특유의 엔진음은 물론이고 고속에서의 소음 억제는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이로 인해 주행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디젤 엔진에서 오는 거부감이 거의 없다. 후륜에도 멀티링크를 장착한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승차감에 일조한다. 세단보다 차체가 높아 SUV의 단점으로 꼽히는 울렁임이나 흔들림도 적은 편이다. 

 시승 후 효율은 ℓ당 15.0㎞ 남짓으로 나타났다. 공인 효율이 13.3㎞/ℓ이니 이보다는 실효율이 훨씬 좋은 편이다. 실제 쉐보레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운전자가 주행하더라도 납득 가능한 효율을 도출하기 위해 보다 보수적으로 효율을 발표하고 있다. 단 한 명의 소비자에게라도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정직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양한 안전품목이 적용된 만큼 주행을 할 때는 각종 경고음이 울린다. 좌우 사각지대를 경고하는 사이드미러와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은 물론이고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시스템, 후측방 경고시스템 등이 기본 장착됐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음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이쿼녹스에는 최초로 햅틱 시트가 마련됐다. 햅틱시트는 무소음 진동경고 시스템으로 자동차가 위험한 상황을 감지했을 때 시트의 진동을 통해 경고음을 대신한다. 예를 들어 왼쪽 사각지대 경고를 위해 경고음 대신 시트 왼쪽에 진동을 줘 운전자가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외 스마트 하이빔,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언덕 밀림 방지 등도 준비됐다.
 

 ▲총평

 쉐보레 제품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봤을 때 어떤 차종이든 기본기는 갖췄을 거란 믿음이 있다. 이쿼녹스도 마찬가지다. 우려했던 제원상 성능의 처짐은 거의 느끼기 어려웠고 오히려 승차감 및 정숙성에서 강점을 보였다. 또 부족한 부분은 각종 편의·안전품목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려한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이다. 이쿼녹스는 시작가격을 2,987만원으로 설정해 다소 비싸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국내 생산이 아니라 해외 수입 방식을 택하면서 기본 구성부터 각종 편의품목이 추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즉 김치찌개라고 모두 같은 김치찌개가 아니라 생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에는 그만한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생고기인지 얼린 고기인지 맛보고 싶다면 직접 경험해 보기 바란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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