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불편함을 없애는 게 기술의 목표
-감정까지 읽어 배려로 연결
"내년부터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소형 물류 시범 사업에 들어갑니다. 자율주행 운행을 위해 흔히 언급되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은 없어도 됩니다. 복잡함을 피하는 시간을 활용하면 되니까요."
지난 14일 폭스바겐그룹 연구부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볼프스부르크 인근 레시엔 지역의 에라(EHRA) 주행 시험장은 글로벌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댔다.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시험장이 '모빌리티 데이 2018(Mobility Day 2018)'을 위해 외부에 공개되며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시연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폭스바겐그룹 스스로 '미래를 만들겠다(Shaping the Future)'는 청사진이 발표된 자리다.
이곳에서 폭스바겐그룹이 공개한 미래 신기술은 크게 모빌리티의 효율과 활용, 웰빙 등으로 구분됐다. 먼저 효율은 앞으로도 지속될 주요 연구 부문으로 강조됐다. 일반적으로 '효율(efficiency)'은 기업 및 소비자에게 '비용(cost)'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에너지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해서다. 이날 공개한 대표적인 효율 향상 미래 기술은 '배기열회수(WHR, Waste Heat Revovery)'에 따른 에너지 변환 시스템이다. 뜨거운 배기열을 모아 열교환기 내부의 에탄올을 가열하고, 발생한 증기로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얻는 기술이다. 이를 구동에 활용하면 그만큼 내연기관의 역할을 줄여 효율이 오르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배기열회수 에너지변환 장치는 상용화 시점이 멀지 않았다"며 "적게는 1~2%, 많게는 3~4%까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효율 향상을 위한 동력계통의 라이프싸이클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전동화 단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찾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해당 부문 설명을 맡은 울리히 메르흐 박사는 "EV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운전자 사용 패턴을 포함해 다양한 변수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는데, 각각의 요인을 파악해 이들의 조합을 최적화시키는 연구"라며 "결국 내구성을 늘리는 것이고, 이는 큰 틀에서 효율 개선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모빌리티 활용 부문에서 시선을 끌어당긴 연구는 자율주행을 활용한 물류혁신 프로젝트 'ADD(Autonomous Delivery Device)' 실증이다. 자율주행 모빌리티로 물건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폭스바겐그룹은 2019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시가지에서 시범 프로젝트인 '라스트 마일(Last Mile)'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부문 빅터 바더(Victor Bader) 박사는 "교통량이 가장 적은 야간에 최고 시속 6㎞의 자율주행 소형 물류 이동 수단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라며 "자동차로 붐비는 주간 교통량의 일부를 야간 물류 형태로 바꾸는 것이어서 물류 효율은 물론 주간의 교통 효율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제품 간의 디지털 소통을 위한 IT 접목도 폭스바겐그룹이 역량을 집중하는 부문 가운데 하나다. 그 중 하나인 소리를 통한 자동차 외부 'HMI(Human Machine Interface)'는 참가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디지털 사운드 시스템을 활용해 차 바깥의 교통 약자에게 일종의 위험 시그널을 보내는 방식이다. 실제 구현된 것은 소리의 전달 방향이다. 좌우에 각각 다른 소리가 나는 스피커를 세우고 위치에 따라 들리는 소리의 종류를 구분시킨다. 우 차 바깥의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 등이 좌우 어느 쪽에 있어도 동시에 위험 신호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모빌리티 효율과 활용, 탑승자 웰빙에 초점
-제조, IT, 시스템 등 수 많은 분야 융합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주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도 시선을 끌었다. 실제 현장에선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미래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가상에서 경험했다. 모션 컨트롤러를 통해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호출하고, 문을 열고, 이동하고 내리는 모든 과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가상현실을 통해 미래 이동 사회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것 또한 제품에 대한 사전 경험을 늘려주는 것인 만큼 많은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개발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운전자 눈에 보이는 현실 상황에 앞으로 닥칠 위험 가능성을 섞어 실제처럼 알려주는 기능이다. 전방 10m 거리에 표시되는 가상 경고는 피로감도 별로 없다. 특히 증강 현실은 당장 자동차에 적용 가능한 수준인 만큼 곧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폭스바겐그룹이 추진 중인 '비전 제로(Vision Zero)' 기술도 공개됐다. '비전 제로'는 1997년 스웨덴이 정립한 도로교통안전의 정책 개념으로, 사고에 따른 사망이나 심각한 부상을 줄이는 일종의 안전도로정책이다. 현재 글로벌 모든 국가가 앞 다퉈 비전 제로 정책을 도입 중이며, 필요 기능은 의무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안전도를 구분할 때 사고 이후 부상을 낮추는 수동적 안전도(Passive Safety)와 달리 사고 자체의 가능성을 낮추는 능동적 안전도(Active Safety)와 연동된 사고 회피 기술이 대부분이다.
이날 공개된 비전 제로 기술은 주행경험을 이동 수단이 스스로 축적해 탑승자의 보호천사 역할을 한다는 개념의 '가디언 엔젤(Guardian Angel)'과 자율주행 위험인식 기능이다. 먼저 가디언 엔젤은 이미 상용화 돼 있는 능동 기술에 '딥 러닝(Deep-Learning)'을 결합시킨 게 특징이다. 여러 위험 요소를 자동차 스스로 파악해 위험을 사람에게 미리 경고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 패턴을 몇 분 만에 파악해 주행 중 위험을 예측, 알려주는 식이다. 딥러닝 자체가 수많은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학습인 만큼 그룹 내에선 데이터 확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자율주행 위험인식은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판단하도록 하는 지능의 고도화에 해당되는 연구 분야로, 핵심은 예측 운전이다. 결국 사물 인식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인 만큼 IT 분야와 협업 기회를 적극 활용 중이다.
건강과 웰빙(Well-Being)도 관심이 많은 연구 주제라는 게 폭스바겐그룹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공개된 기술은 탑승자의 '멀미'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탑승자의 생체 특성을 파악, 멀미 유발 요인을 찾아낸 뒤 이동 수단의 움직임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다. 또한 차 내부의 조명이 생체리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사람이 최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감성조명을 개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감성조명은 아우디 A8에 이미 적용돼 소비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하지만 웰빙 연구 부문에서 오랜 시간 발을 머물게 만든 항목은 신체 온도 변화에 따른 실내 온도의 자동 조절 기술이다. 지금은 자동차 안의 내부 온도를 설정하면 그에 맞춰 냉난방이 가동되지만 사람이 느끼는 더위와 추위 온도는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시트와 옷, 공조 기능을 연결시켜 최적의 기온을 유지한다. 물론 이 때는 내부의 공기질 분석을 포함해 외부의 대기질도 모니터링 된다. 이동 때 최대한 깨끗한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려는 목적이다. 이에 대해 악셀 하인리히(Axel Heinrich) 연구소장은 "미래 기술에 대한 기초 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관련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미래 모빌리티 경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혁신의 방향 설정이 모든 연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그룹이 지목하는 것처럼 미래 모빌리티 사회는 지금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모든 기술 개발의 초점은 '사람'에게 맞추어져 있다. 자율주행, 동력, 인공지능 그리고 도시 기반의 재구축까지 미래는 형태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결국 에라 레시엔 시험장은 폭스바겐그룹이 생각하는 미래를 현실로 바꾸는 공간이었던 셈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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