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종로구 효자동 사는 중년, 7살 딸 아빠입니다.
주말이면 이곳 소위 '서촌'은 태극기/자한당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어요.
노래와 소음이야 계속 들으니까 무슨 가요같기도 하고, 과일파는 소리같기도 하고
이젠 귀에 익어버려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오늘은 꽤 불쾌한 일이 일어났네요.
일곱살 딸래미 데리고 동네 통인시장 슬라임카페 가서 놀다가 오는 길에
나경원 베스트가 이끄는 시위대가 광화문에서 이쪽 올라왔다 내려가는 행렬을 만났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어서 인도도 모자라 차로도 차지하고 지나가서
아이랑 인도 골목쪽 한켠에 비켜서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빨도 누우런 할아버지 하나가 제 딸아이 얼굴을 쓰다듬고 서있는게 아니겠어요.
팔을 뿌리치고 지금 뭐하는거냐, 애 얼굴을 왜 만지냐고 하니까
대뜸 쳐다보면서 애가 귀여워서 만졌다고.
잠깐 실갱이가 벌어졌는데 아이가 놀랄까봐 조심스러웠습니다.
행렬이 지나가야 하기도 하고 옆에 있던 다른 할아버지가 말리면서 끌고 내려가긴 했지만
아이만 아니었으면, 와이프라도 있었으면 아이 데려가게 하고
골목에서 뚝배기를 깨놔야 하는데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네요.
술은 처먹었는지 풀린 눈에 이빨은 누우런 늙은이가
아이 얼굴을 만진거 생각하면 아직도 부들부들 떨립니다.
어디 하소연할 곳이라도 있었으면 해서 늘 상주하는 뽐뿌에 올렸다가
다짜고짜 반말하는 사람, 호로세끼 욕하는 사람, 기분만 더 상해버렸습니다.
댓글로 욕하는 자는 경찰서에 신고해서, 피차 경찰서 한번씩 가야 할 상황입니다.
딸래미 볼 어루만진 정신나간 할아버지를 잡아야 하는데, 엉뚱한 욕쟁이만 신고하게 됐네요.
경찰에 신고하면, 수백명 사람들 지나가는 시위행렬 중에서 제 딸래미 얼굴을 제맘대로 어루만진
그 할아버지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성추행이라는 사람도 있고, 얼굴 만진거가지고 뭐 대수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물밀듯이 내려오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서서 그 할아버지를 붙잡아두지 못한 것도 후회되고
뽐뿌 게시판 가서는 욕이나 들어먹고
아이 키우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즘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성교육도 받습니다.
누가 몹쓸짓을 하려고 하면 큰 목소리로 "안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라고 외치도록 배워요.
수백명이 깃발 흔들고 내려오고 있는 가운데, 아이가 얼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는데,
아빠가 돼가지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거 같아 너무 미안하네요.
심란하고 분해서 잠이 안오네요...
'사드 반대 집회 아저씨가 제 아들 ㅂㅇ을 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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