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FTA, 자동차 소비자엔 ‘이익’
소비자 선택권 강화하고, 국내 자동차 회사는 경쟁력 높일 수 있어
“일부 업체 보호 위해 소비자 선택권 제한하는 것은 잘못된 일”
미디어다음 / 권용주 프리랜서 기자
한국과 일본의 FTA 체결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자동차업계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양국 간 FTA, 특히 자동차 분야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자동차만큼은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자동차를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겐 FTA가 여러 모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차의 유입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다양성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에 바탕을 둔 분석이다. 즉, 경쟁을 통해 자동차 산업 전반이 발전하고 소비자의 선택폭 역시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의 규모를 보면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데도 규모가 작은 내수시장 개방에 몸을 사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동호회연합 이동진 대표는 “자동차 시장은 개방돼야 한다”며 “산업보호 측면도 좋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선택권이 강화돼야 하고, 오히려 시장 개방을 통해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전체 생산량에서 80%에 가까운 물량을 해외에서 일본과 경쟁, 판매하면서 일부 업체의 내수시장 보호를 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한다.
게다가 그는 “국내 자동차회사가 독자 개발한 엔진을 이미 일본 업체에 공급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자동차업계가 한일 FTA를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일 FTA 체결에 반대하는 자동차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자동차업계는 겉으로는 일본차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특히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는 자칫 한일 FTA로 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쉽게 말해 내수 시장을 순식간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경쟁 없는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선택의 강요뿐이며, 지금도 이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는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우리도 자동차 구입 전 수십 여종의 모델을 비교하며 고를 수 있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며 “경쟁이 돼야 소비자 권익도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 공급자가 많으면 품질뿐 아니라 서비스 경쟁도 이뤄지게 되고, 소비자는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변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초 한국과 일본이 FTA를 체결함에 있어 자동차 분야는 신중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일본에 비해 자동차 분야는 10년 정도 뒤져 있고, 양국이 FTA를 체결하면 일본차의 국내 판매가 늘어 자동차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본과 FTA 체결에 있어 자동차 분야는 예외로 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기도 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산 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점을 들어 자동차 분야도 FTA 체결 대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분야 FTA가 체결되면 우선 국내 관세가 사라져 결과적으로 일본 차의 가격이 7% 이상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게다가 양국은 지리상 멀지도 않아 업계는 일본 본토에서 수출용으로 생산된 차가 부산항이나 인천항에 들어와 국내 유통망을 타면 손쉽게 일본차가 국내에 흡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일본의 주력 수출 차종이 중소형차라면 타격은 더욱 커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도 일본차 공세에 대한 위기의식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국내 1위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한국은 내수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일본차가 보호 장벽 없이 그대로 한국에 들어오면 국내 자동차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분야 FTA는 기업을 위한 국내 시장 보호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권익이 팽팽하게 칼날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